일회용품 사용금지 계도기간만 1년
환경부, '무기한 연장'...사실상 규제 철회

환경부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최근 플라스틱 빨대 사용 금지 계도기간을 무기한 연장했다. [출처=프리픽]
환경부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최근 플라스틱 빨대 사용 금지 계도기간을 무기한 연장했다. [출처=프리픽]

[뉴스캔=신아랑 기자] 정부가 최근 일회용품 사용에 대한 규제를 사실상 해제하면서 혼란이 시작됐다.

환경부는 지난해 11월 외식업 매장에서 일회용 종이컵과 플라스틱 빨대, 젓는 막대의 사용을 금지하며 1년의 계도기간을 운영했다. 계도기간이 끝난 후 위반 시에는 최대 3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코로나19 이후 플라스틱 폐기물이 급증하고 프랜차이즈 매장에서 일회용 컵 사용량이 늘어나는 등 일회용품 감축의 필요성이 커지면서 시행된 것이다.

이에 따라 매장 면적 33㎡가 넘는 집단급식소, 식품접객업, 목욕탕, 대규모 점포를 비롯해 식품제조·가공업, 도·소매업 등 여러 업종에 적용되면서 부득이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사업장이 금지사항을 준수해왔다.

그러나 최근 환경부는 "소상공인도 만족할 만한 정책을 마련하겠다"며 종이컵 사용 금지 조치를 철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플라스틱 빨대 사용 금지 계도기간 역시 무기한 연장하면서 결정을 뒤집은 셈이다.

일회용품 사용규제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경제적 부담을 가중한다는 이유에서다. 종이컵 금지로 다회용 컵을 씻을 일손이 필요하거나 식기세척기를 설치하는 등 소상공인의 부담이 커졌다는 설명이다. 또 이런 규제로 소비자 역시 불편함을 겪고 있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임상준 환경부 차관은 “1년 계도기간에도 공동체 내 충분한 사회적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며 “원가 상승과 고물가, 고금리, 어려운 경제 상황에 고통을 겪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게 규제로 또 하나 짐을 지우는 것은 정부의 도리가 아니다”고 번복(?)했다.

이런 결정에 한 소상공인은 “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환경부의 노력에 감사하다”며 “업계는 자발적인 일회용품 감축 노력을 지속해가겠다”며 환영했다.

플라스틱 폐기물이 급증하면서 외식업 매장에서 종이컵과 플라스틱 빨대 등을 사용 금지하는 계도 기간을 가졌으나 정부가 최근 이를 해제하며 혼란이 되고 있다. [출처=픽사베이]
플라스틱 폐기물이 급증하면서 외식업 매장에서 종이컵과 플라스틱 빨대 등을 사용 금지하는 계도 기간을 가졌으나 정부가 최근 이를 해제하며 혼란이 되고 있다. [출처=픽사베이]

하지만 일각에서는 환경부의 일회용품 감축규제 철회를 규탄하고 나섰다.

제주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와 사단법인 기후소비자행동 제주는 “환경부가 일회용품 감축에 대한 의무를 완전히 저버려 규제 시행에 발맞춰 준비한 소상공인만 혼란에 빠지게 됐다”면서 일회용품 사용규제 철회를 취소하고, 혼란을 종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종이 빨대 제조업체 대표는 “정부 말을 믿고 사업을 벌였다가 빚더미에 앉을 판”이라며 “정부 발표 뒷날 직원 전원이 퇴사했으며, 발주가 아예 끊겼다”며 종이 빨대 제조 및 판매업체의 생존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여기에 환경 보호를 위해 일회용품 사용을 자제해온 소비자들에게 찬물을 끼얹는 격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특히 환경 규제를 강화하는 국제 흐름을 거스르는 결단이라는 의견이다.

현재 뉴질랜드는 2022년 10월부터 재활용하기 어려운 제품의 판매와 제조를 금지했다. 독일 역시 일회용 플라스틱 금지령을 시행하고 있다.

베트남은 2025년까지 생분해가 어려운 플라스틱 포장류의 배포 및 사용을 규제하겠다고 공표했으며, 벨라루스는 2025년까지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 사용을 전면 금지할 계획이다. 이 외 인도, 아랍에미리트 등도 환경 보호와 자원 절약의 이유로 일회용품 사용금지 행보에 궤를 같이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2025년까지 플라스틱 사용량을 20% 감축하고, 폐플라스틱 재활용 비율을 70% 높이겠다는 플라스틱 저감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환경부의 ‘여반장(如反掌)’ 같은 규제는 혼란을 가중시키고 신뢰도 잃게 한다.

환경부는 현장의 애로사항을 수용해 더욱 명확하고 현실성 있는 대안으로,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단계적으로 줄여나갈 수 있는 혜안(慧眼)을 마련해야 한다.

 신아랑 기자
 신아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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