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백질, 식물성 음료 등 중장년층 타깃 케어푸드로 사업 다각화
매일유업, 일동후디스 등 유업계 빠른 체질 변화로 新시장 주도

국내 유업계가 저출산 심화에 주력인 분유 사업을 축소하는 한편, 케어 푸드 등 신사업 전개를 도모하고 있다. [사진=프리픽. 기사 내용과 무관] 
국내 유업계가 저출산 심화에 주력인 분유 사업을 축소하는 한편, 케어 푸드 등 신사업 전개를 도모하고 있다. [사진=프리픽. 기사 내용과 무관] 

[뉴스캔=박진용 기자] 우리나라가 세계 최저 수준인 연 평균 출산율 0.8명을 기록하는 등 저출산 문제가 심화하면서, 영아의 주요 급식 수단인 분유도 관련시장이 급격히 쪼그라들고 있다.

이에 분유 사업을 영위해 왔던 국내 유업계도 뿌리 사업에 주력하기보다 단백질·식물성 등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한 헬스케어 신사업에 매진하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실제로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13년간 유아식 사업을 전개했던 풀무원 디자인밀이 이달을 끝으로 해당 사업을 철수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아울러 앞서 국내 대표적 유업사인 매일유업은 올 상반기부터 유업보다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한 단백질·식물성 음료 제품군을 출시하는 등 사업 다각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저출산에 영유아 인구가 급격히 줄자 시장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중장년층 헬스케어 시장에서 특히 각광을 받고 있다는 게 사측 설명이다.

매일유업 한 관계자는 21일 <뉴스캔>과의 통화에서 "'셀렉스'라는 단백질 음료를 최근 출시했다"면서 "중장년층을 타깃으로 한 제품으로, 저출산으로 시장 파이가 얇아지고 있는 기존 영유아 사업에서 탈피해 보다 고객 연령층을 두텁게 가져가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매일유업의 매출은 이를 토대로 상승가도를 달리고 있다. 금융감독원 기업공시에 따르면 매출은 2020년 1조4613억원, 2021년 1조5519억원까지 늘었고 올 상반기 매출도 8976억원으로 하반기 실적까지 더해지면 연매출은 최대 1조8000억원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매일유업에 따르면 기존 영유아 제품군의 매출 공백을 신사업이 메우고 있다는 분석이다.

매일유업이 출시한 식물성 대체유 '어메이징 오트'. [사진=매일유업 제공]
매일유업이 출시한 식물성 대체유 '어메이징 오트'. [사진=매일유업 제공]

특히 식물성·단백질 음료 등 신사업 매출이 2018년 상반기 1118억원에서 올 상반기 3498억원으로 5년 만에 무려 두 배 이상 늘었다. 이 기간 영업이익도 33억원에서 76억원으로 130%가량 성장했다. 식물성 음료의 경우 아몬드나 귀리 등의 식물성 원료가 첨가돼 50대 이상 중장년층이 주고객층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국내 식물성 대체유 시장이 2025년이면 조 단위 시대를 맞을 것으로 예상된 가운데, 매일유업은 이러한 시장 흐름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2021년 출시한 '어메이징 오트'로 일찌감치 시장 진입에 나섰다. 어메이징 오트는 스타벅스 등 유명 커피 프랜차이즈에서 커피 제조 용도 등으로 쓰이고 있다.

국내 유업계의 양대 축인 일동후디스도 단백질 음료로 시장 개척에 나선 상황이다. 2020년 중장년층을 정조준한 '하이뮨' 라인업을 내놓으며 단백질 보충제 시장에서 빠른 성장세를 보인 끝에 업계 톱에 올라섰다.

일동후디스의 하이뮨은 출시 첫 해부터 300억원대의 실적을 내며 순항했다. 그 이듬해에는 폭발적 성장을 보인 끝에 누적 기준 매출액 1300억원을 달성하며 단백질 음료 시장에서 매출 1위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일동후디스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하이뮨의 총 매출액은 4000억원을 상회한다. 남은 2달의 실적까지 잠정 합산하면 5000억원 고지도 무난히 돌파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는 분유 사업으로 유업계에 착근한 일동후디스가 기민한 사업 다각화로 저출산 리스크에 대응한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일동후디스 관계자는 본지에 "40·50세대 최대 관심사인 근(筋)감소증과 면역 등 건강 이슈를 파고든다는 게 영업 전략이었다"면서 "중장년층이 주로 접하는 홈쇼핑을 시작으로 이커머스 등 각종 온오프라인 채널에 이르는 광역 홍보 채널을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동후디스 하이뮨 제품군. [사진=일동후디스 제공]
일동후디스 하이뮨 제품군. [사진=일동후디스 제공]

이와 함께 일동후디스는 2030세대를 겨냥한 마케팅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최근 '육상 인플루언서'로 청년층 사이에서 각광받고 있는 김민지 선수를 대표 모델로 발탁해 제품 이미지가 중장년층으로 굳어지지 않도록 했다는 설명이다.

이 밖에 균형 영양식이자 당뇨식 제품인 '하이뮨 케어메이트'를 출시하는 등 헬스케어 제품군 확대에도 나섰다. 케어메이트 라인업은 음식물 섭취 및 소화가 어려운 노년층의 접근이 용이한 산양유단백이 원료로, 일동후디스의 헬스케어 사업은 특정 연령에 국한되지 않은 모습이다. 일동후디스는 추후 각종 성인 질환에 최적화된 헬스케어 제품을 꾸준히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2020년 이후 저출산이 가속화되면서 유업계는 사업 다각화 없이 살아남기 힘들다는 기류가 생겨났다"면서 "분유 중심의 사업 전개로는 시장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는 구조인 만큼 전 연령대를 대상으로 한 헬스케어 사업을 시도하게 된 것"이라고 했다. 이어 "향후 중장년층의 최대 관심사인 각종 성인 질환에 좋은 영양 제품들을 기획,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일동후디스는 총 350억원이 투입된 춘천 제3공장의 연내 준공을 앞두고 있다. 이를 통해 기존 외주에서 자체 생산으로 전환되는 만큼 생산성 향상과 원가 절감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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