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CJ그룹 회장, 올리브영 직접 찾아 임직원에 '협력사 상생' 주문
CJ올리브영, 총 1500억 규모 '협력업체 저리 융통' 상생펀드 운용키로

[편집자 주] 기업에 있어 ‘상생’은 꽤 오래전부터 회자되던 경영 프레임 중 하나다. 업무적으로 엮인 협력업체에서부터 지역주민, 소상공인, 사회적 약자 계층에 이르기까지 상생의 대상 또한 광범위해졌다. 하지만 상생 경영을 말로만 외칠 뿐 몸소 실천하는 기업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사회적 책임에 진심인 기업들만이 회사의 실적에 상관없이 ‘한결같은’ 상생을 실천할 뿐이다. <뉴스캔>은 연중 기획으로 숨겨진 상생기업들의 따뜻한 스토리를 연재한다.

10일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계열사인 CJ올리브영 본사를 찾아 임직원들과 악수하고 있는 모습. [사진=CJ 제공]

[뉴스캔=박진용 기자] "시장을 선도하는 사업자로서 건강한 뷰티 생태계를 조성할 책임이 여러분에게 있다. 협력업체에 손해를 보도록 강요하는 회사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

지난 10일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5년 만에 계열사인 CJ올리브영 본사를 찾아 임직원을 독려하며 남긴 말이다. 기업계에 깔린 음성적 '갑(甲)질 문화'를 개선해야 한다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대기업들은 통상 복수의 협력사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사업을 진행한다. 이 경우 대기업은 원청 입장에서 발주 규모에 따라 하청을 맡은 협력사의 생사여탈권을 쥐기도 한다. 이렇다 보니 기업계에선 일방적 계약종료, 비용전가, 끼워팔기, 폭언, 야근강요 등 협력사에 대한 대기업 갑질 사례가 끊이지 않는다. 원-하청사 갑을관계 청산이 매년 국정감사 도마 위에 오를 정도다.

윤석열 정부도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에 대형 플랫폼의 독과점화와 갑질 사례 개선을 직접 주문하기도 했다.

이에 CJ는 최근 협력·상생 경영에 부쩍 힘을 쏟고 있다. 이 회장이 수년 만에 '계열사 나들이'에 나선 것도 그룹 계열사에 협력사와의 상생을 당부하기 위함이다. 나아가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이 재계 시대정신으로 자리매김한 상황에서, 협력사와의 동반자적 생태계 구축에 앞장서며 기업 이미지를 제고하기 위한 시도이기도 하다.


◆ CJ올리브영, 1.5억 투입해 협력사 자금줄 틔운다


[이미지=CJ올리브영 제공] 

이 회장이 방문한 다음날 올리브영은 신생·중소 뷰티 협력사와의 상생·준법 경영 강화를 위해 향후 3년 동안 총 3000억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그룹 차원의 '협력사 상생' 특명이 내려진 것으로 보인다.

올리브영은 협력사들의 자금 유동성을 지원하기 위해 연 500억 원씩 총 3년간 1500억원 규모의 상생펀드를 운용한다는 계획이다. '올리브영 상생펀드'로 협력사가 적용받는 감면금리는 연 2.39%포인트로, 대출 금리가 최대 절반 수준으로 낮아질 것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기업당 대출 한도는 10억원으로, 해당 금액을 융통받은 업체는 연 2400만원 수준의 이자를 아낄 수 있다.

올리브영은 이달부터 50개 입점 기업을 대상으로 1차 신청을 받고, 즉각 펀드 혜택을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자금난으로 제품 개발과 마케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 협력사들의 숨통을 틔워준다는 구상에서다.

아울러 올리브영은 'K-뷰티' 산업 생태계 육성을 위해 향후 3년간 총 500억원을 투입한다. 중소 뷰티업체들이 새 브랜드와 제품을 개발하고 해외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가교를 놓자는 취지다. 해당 지원금으로 협력업체들은 연구개발(R&D), 영업·마케팅 역량을 키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올리브영의 상생 스펙트럼은 협력사에 국한되지 않고 이 지역사회 공존 자금으로 소외계층 지원, 환경보호, 지역경제 활성화 등에도 기여한다는 방침이다.

소외계층 지원의 경우 여성 청소년에게 기초 위생품을 전달하는 '핑크박스 캠페인'을 기존 서울 단일 권역에서 전국구로 확대하는 한편, 올리브영 자체 브랜드 상품 마케팅과 연계한 지역상생 프로그램도 병행할 예정이다. 또한 환경 친화적 소비 문화 정착을 위한 자금도 투입된다. 올리브영은 종이 포장재와 완충재 도입을 권장하는 '착한 소비' 캠페인을 전개할 계획이다.

 ESG 경영체계를 굳히기 위한 사내 조직 신설 움직임도 있다. 올리브영은 최근 사내 자문기구인 준법경영위원회(준법경영위)를 신설하고, 하도급법·공정거래법 등에 대한 준법관리 시스템 구축에 나섰다. 준법경영위에는 외부 인사들을 전격 영입해 공정성을 높였다.

이 밖에도 올리브영은 2021년부터 직매입사 대금결제 시기를 기존 60일에서 30일로 대폭 줄인 바 있다. 최근에는 이를 전체 협력사에 확대 적용키로 했다.

이와 관련, 이선정 올리브영 대표는 "토종 뷰티 플랫폼인 올리브영과 함께 해외 시장에서 선전하는 성공모델을 확산해 화장품이 대한민국 대표 수출 품목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등 K뷰티 산업의 글로벌 전성기를 이끄는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 상생 신호탄 쏘아올린 CJ올리브영...위기를 기회로


다만 올리브영의 이러한 상생 노력은 지난해 있었던 공정위 조사와도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뷰티업계 대기업으로서 이례적인 상생 플랜을 내건 것도 이러한 흑역사를 만회하기 위함이다.

지난해 올리브영은 복수의 납품사로부터 저가 매입한 제품을 정상가에 판매해 차액을 남긴 혐의 등으로 공정위 조사를 받은 바 있다. 공정위는 지난달 7일 올리브영에 대해 18억원의 과징금 처분을 내렸고, 올리브영은 이에 수긍하며 뷰티업계 납품사 등 협력업체들과의 상생안 마련에 나섰다.

올리브영은 전국에 1300여개 매장을 보유한 대형 뷰티 판매체인이다. 올리브영 매장에 입점한 뷰티 브랜드의 80% 이상이 중소기업 브랜드로 채워진 것으로 전해진다. 이렇다 보니 소위 인디 브랜드의 인지도 제고와 K-뷰티 해외 진출에 일조했다는 호평도 있지만, 지난해 공정위 과징금 사태와 같은 음성적 단면에 대한 비판도 엄존하는 실정이다.

올리브영이 향후 3년간 3000억원이라는 거액을 협력사와의 상생에 쾌척하는 등 야심찬 비전을 내놓은 것을 계기로 공정위 흑역사를 지워내며 K-뷰티 산업 발전의 마중물이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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