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제당 지난해 실적 하향세에 '30조 달성' 최은석 유임 여부 관건
이재현, 세대교체 등 '안정'보다 '쇄신'에 방점 둔 인사 단행 유력시

 이재현 CJ그룹 회장. [일러스트=배모니카 기자]
 이재현 CJ그룹 회장. [일러스트=배모니카 기자]

[뉴스캔=박진용 기자] CJ그룹의 정기인사가 이례적으로 늦어지고 있다. CJ는 그간 해마다 연말이면 인사 재편이 이뤄졌지만, 역대 처음으로 해를 넘긴 2월 현재까지도 인사 개편 소식은 함흥차사다.

이를 두고 최근 재계에서는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주요 계열사의 실적 부진에 경영진 교체 카드를 놓고 숙고를 이어가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CJ 주주총회 일정상 2월 안에는 인사 개편을 마쳐야 하는 만큼, 이르면 내주 또는 2월 마지막주에는 이 회장의 인사 개편 구상에 확실하게 윤곽이 잡힐 것이란 관측이다. CJ 관계자는 "아직 인사와 관련해 구체적 리스트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주주총회 일정을 맞춰야 하기 때문에 이달 중으로는 내부 인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CJ그룹은 매년 연말(11~12월)이면 주요 계열사 대표 등에 대한 신상필벌과 고위 인사 개편을 기민하게 단행했다. 연중에 인사를 마쳐야 신년 조직 개편 및 사업 재정비가 순항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실적 부진에 빠진 계열사의 경우 어젠다와 신년 실적목표를 전면 재설정해야 한다는 점도 통상 대기업들이 인사를 서두르는 배경으로 손꼽힌다.

다만 올해 CJ그룹 인사가 역대 최초로 2월까지 지연되자, 이 회장이 고심을 거듭하는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최근 공개된 CJ제일제당 등 핵심 계열사의 부진한 성적표가 그 사유라는 데 무게를 싣고 있다. 이렇다 보니 기존 고위 인사직 라인을 유임시키는 보수적 인사보다는 교체에 방점을 둔 쇄신형 인사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그룹 핵심 계열사 부진, 인사 지연 핵심 배경?


실제로 CJ그룹 핵심 계열사로 손꼽히는 CJ 제일제당(대표 최은석, 이하 제일제당)의 경우 최근 경기 불황의 여파를 피하지 못하고 지난해 실적 부진을 겪었다. 지난 2011년 CJ 대한통운을 합병한 이후 지난해 처음으로 매출 30조 원 시대를 열었으나, 대내외 여건 악화에 결국 실적 상승세를 가져가진 못했다. 15일 현재까지 그룹 인사가 지연되는 와중에 최은석 제일제당 대표 역시 노심초사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다.

지난 14일 제일제당은 지난해 매출(대한통운 포함)이 전년(30조795억 원)보다 3.5% 감소한 29조235억 원을 기록했다고 공시를 통해 밝혔다. 특히 영업이익의 경우 전년(1조6647억 원) 대비 22.4% 감소한 1조2916억 원을 기록해 수익성 악화가 가시화된 상황이다.  

제일제당의 지난해 실적은 식품·바이오·사료·축산 등 전 분야에서 부진세를 나타냈다. 작년 4분기 기준 식품부문의 국내 매출은 전년(1조4269억 원) 대비 3% 하락한 1조3800억 원을 기록했고, 해외 매출의 경우도 전년(1조4057억 원)보다 1% 줄은 1조3866억 원을 기록했다. 

내수 불황이 이어지면서, 국내외 매출이 처음으로 역전된 실정이다. 다만 제일제당은 지난해 햇반·만두 등 주력 제품 매출과 영업이익이 늘어 가슴을 쓸어내렸다. 특히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87% 늘어 수익성이 개선됐다.

 CJ그룹 사옥. [사진=뉴스캔DB]
 CJ그룹 사옥. [사진=뉴스캔DB]

바이오부문도 지난해 4분기 매출이 8775억 원으로, 전년(9730억 원) 대비 10% 줄었고, 영업이익도 전년 대비 82%나 줄은 61억 원에 그쳤다. 이는 원재료 시세 상승과 계열사 등이 복합적으로 뒤얽힌 데 따른 여파로 분석됐다. 다만 계열사인 '셀렉타'를 제외하면 영업이익이 275억 원가량 늘었다는 것이 제일제당 측 설명이다.

제일제당은 사료·축산 부문에서도 동 기간 매출이 2조4917억 원, 864억 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부진세를 보였다. 이는 주요 사업국인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지에서 판매량이 떨어진 데 따른 현상으로 분석되고 있다.

자회사인 대한통운 역시 지난해 매출이 11조7679억 원으로, 전년(12조1307억 원) 대비 3% 감소했다. 반면 영업이익은 4802억 원으로, 전년(4118억 원) 대비 16.6% 늘어 비교적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제일제당은 지난해 이같은 실적을 놓고 전방위적 대응책을 내놓고 있다. 올해의 경우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만두 등 주력 품목의 신제품 출시로 시장 트렌드를 주도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이커머스 등 온라인 플랫폼에서도 공격적인 영업을 펴 매출 규모를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미국을 비롯해 유럽·호주향(向) 해외 판매채널 다변화에도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바이오부문에서도 원자재비 상승 여파를 극복하기 위해 고수익성 상품을 개발,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그에 앞서 제일제당은 차입금 리스크라는 선결과제를 품고 있다. 제일제당의 지난해 4분기 단기차입금(대한통운 제외)은 7조251억 원으로, 전년(6조7425억 원)보다 4.2% 늘었다. 판관비를 대폭 줄였지만 차입금 증가를 막지는 못한 모습이다. 이에 제일제당은 지난 1월 차입금 상환을 위해 4000억 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키로 결정했다.


◆ CJ제일제당 '최은석 카드' 고냐 스톱이냐 


이는 이재현 회장의 고심이 깊은 대목으로 읽힌다. CJ제일제당 최 대표는 지난 2020년 사령탑 취임 후 지난해 30조 시대 개척 공로를 인정받으며 재선임된 바 있다. 자회사인 대한통운 합병도 성공적으로 이끌며 리더십 역량을 내보였다.

다만 대내외 여건 악화와 연이은 기업 M&A(인수합병)이 맞물리며 지난해 실적이 부진세를 보이면서, 이 회장이 '최은석 카드'를 유지할지 여부를 놓고 장고에 빠진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지난해 실적 부진을 보인 CJ ENM도 이 회장의 또 다른 딜레마라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유통업계 대기업들이 대부분 지난해 정기 인사에서 세대교체 등 쇄신 행보를 보인 만큼, 이 회장이 올해 대대적인 교체 인사를 단행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10일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계열사인 CJ올리브영 본사를 찾아 임직원들과 악수하고 있는 모습. [사진=CJ 제공]
10일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계열사인 CJ올리브영 본사를 찾아 임직원들과 악수하고 있는 모습. [사진=CJ 제공]

앞서 CJ그룹은 성과가 뚜렷할 시 파격 보상을 보장하고, 그렇지 못하면 문책을 하는 '신상필벌' 기조를 확고히 한 바도 있다. 이에 이 회장이 몸소 현장을 찾은 CJ 올리브영과 CJ 대한통운 대표의 연임이 유력시되는 분위기다.

이 밖에 이 회장은 오는 3월 임기 만료를 앞둔 허민회 CJ CGV 대표, 김찬호 CJ푸드빌 대표, 정성필 CJ프레시웨이 대표 등에 대한 거취를 놓고도 고심이 깊은 상황이다. 또 세대교체 차원에서 이 회장의 장녀인 이경후 CJ ENM 브랜드전략실장을 비롯해 이선호 CJ제일제당 식품성장추진실장 등에 대한 승진 여부도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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