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된 들개, 도심 활보...전국서 민원 속출
유기동물 개체 수 급증하며 농작물 훼손하기도

[일러스트=사유진 기자]
[일러스트=사유진 기자]

[뉴스캔=신아랑 기자] 사람이 키우던 동물을 산 등지에 유기하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유기동물의 개체수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무분별한 개체수 증가와 확산은 생태계 교란과 함께 시민 안전을 위협하면서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에 정부와 지자체가 개체수 조절에 나섰다.

최근 서울시는 봄철 야외활동이 많아지기 전 들개를 집중적으로 포획한다고 밝혔다. 현재 서울 관악산, 북한산 등지에서 서식하는 들개가 약 200마리 이상으로 추정된다. 야생화된 유기견인 들개는 무리지어 다니면서 시민에게 위협의 대상이 될 수 있고, 다른 종의 동물을 해치는 등 생태계를 교란할 수 있다.

실제로 서울대학교 내 중앙도서관에서 들개 2마리가 학생들을 위협한 일이 벌어졌다. 다행히도 들고 있는 물건으로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다. 아파트 산책로에서도 발견됐다.

서울 관악구에 사는 박수정(43) 씨는 “최근 아파트내 방송에서 산책로에 들개가 출몰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으니 가급적 이용을 자제하라면서 발견 시 신고를 하라고 했다”며 “아파트 단지까지 내려와 맞닥뜨릴까 봐 너무 무섭다”고 전했다.

부산에서는 들개로부터 공격당한 시민이 얼굴에 50바늘 꿰매는 사건이 발생하는 등 전국에서 민원과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안마도에는 유기된 사슴 10마리가 1000여 마리까지 늘어나면서 섬 전체를 점령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진=국민권익위원회]
안마도에는 유기된 사슴 10마리가 1000여 마리까지 늘어나면서 섬 전체를 점령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진=국민권익위원회]

사람뿐만 아니라 가축이 공격을 받아 폐사하는 일도 있다. 제주도에서는 들개 6마리가 축사에 있는 송아지 4마리를 공격해 죽이는 사건이 발생했고, 충남에서는 들개가 염소 10여 마리고 닭 100여 마리를 공격하는 일도 발생했다.

서울시와 지자체는 그동안 들개 포획 활동을 해왔으나 들개의 범위가 넓은 탓에 개체수 줄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에 들개포획용 표시와 연락처가 기재된 포획틀을 대폭 늘리고 마취포획을 병행, 전문 포획단을 구성하면서 들개 집중 포획에 나섰다. 


◆ 사슴 10마리가 섬 점령...30년 골칫거리 해결책 나온다


고양이나 토끼, 거북이, 도마뱀, 사슴의 '습격'도 예외는 아니다. 전라남도 영광군 소재 안마도에는 한 축산업자가 버린 사슴 10마리가 1000여 마리로 늘어나면서 섬을 점령한 사건도 있다.

1980년대 중후반 축산업자가 기르던 사슴 10여 마리를 유기한 것이 시초가 되면서 안마도는 물론 주변 섬까지 퍼져나간 것이다. 야생화된 사슴은 무리를 지어 다니면서 농작물과 산림을 훼손하는 등 30여 년 동안 마을의 골칫덩어리가 됐다.

안마도 관계자들은 그동안 정부 부처에 사슴을 없애 달라고 요청했으나 축산법상 사슴은 ‘가축’으로 분류돼 임의로 포획하거나 사냥할 수 없어 해결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급기야 주민 593명은 지난해 국민권익위원회에 “영광군 내 안마도 등 섬 지역에 주인 없이 무단 유기된 사슴이 수백 마리까지 급증하면서 섬 생태계는 물론 농작물과 조상 묘 등에 피해를 주고 있다”며 피해 해소 방안과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하는 민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사람들로부터 버려진 유기동물이 야생화되면서 생태계 교란은 물론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어 각 지자체가 포획에 나섰다. [사진=픽사베이]
사람들로부터 버려진 유기동물이 야생화되면서 생태계 교란은 물론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어 각 지자체가 포획에 나섰다. [사진=픽사베이]

그 결과 환경부는 오는 10월까지 주민피해 및 생태계 교란 실태를 조사해 사슴을 법정관리대상 동물로 지정할 것인지 결정하고 후속 조치를 할 방침이다.

농식품부는 유사사례 재발 방지를 위해 '축산법' 등 관련 법령에 ▲가축사육업 등록취소 또는 폐업 시 가축 처분을 의무화하고 ▲가축을 유기할 경우 처벌하는 규정을 신설했다.

이에 따라 안마도 사슴은 안전하게 섬에서 반출할 수 있도록 가축전염병 검사를 하고, 검사 결과 전염병 여부에 따라 축산업자에게 분양하는 등 후속 조치를 약속했다. 향후 이를 시작으로 도서 지역 등에 유기 방치된 가축 등 유사사례에도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사슴업계 관계자는 “안마도 사슴으로 인해 긴 시간 피해를 본 주민을 위한 빠른 조치가 이루어져야 한다”면서도 “사슴이 법정관리동물대상으로 지정되면 소비자들이 ‘유해동물’로 인식할 수 있어 사슴 산업에 직격탄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 마이크로칩 내장 vs 외장...동물등록제 두고 찬반


우리나라는 동물 유기, 학대 예방을 위해 동물등록제를 활용하고 있다. 동물등록제는 반려동물의 보호와 유실·유기 방지를 위해 가까운 시·군·구청에 등록하도록 의무화한 제도다.

등록 신청이 완료되면 동물병원에서 내장형 마이크로칩 시술을 받거나 외장형 무선식별장치를 부착해야 한다. 이를 어기면 과태료가 부과된다.

하지만 동물등록 업무를 대행하게 할 수 있는 자가 없는 읍·면 중 시·도의 조례로 정하는 지역에서는 소유자의 선택에 따라 등록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과 외장형 무선식별장치는 노출되어 있어 손쉽게 제거할 수 있어 반쪽짜리 제도라는 말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마이크로칩에 대한 안전성을 믿을 수 없는 데다 비용까지 발생한다”며 반대하는 입장도 있다. 반면 “내장칩을 일원화하지 않으면 유기동물을 줄일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영국, 독일, 호주, 뉴질랜드, 일본 등에서는 반려동물에 마이크로칩 삽입을 의무화해서 동물 소유자의 책임을 강조하고 있으며, 반려동물의 안전도 보장하고 있다.

야생화된 사슴들이 무리지어 다니면서 농작물과 산림을 훼손하는 등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사진=국민권익위원회 ]
야생화된 사슴들이 무리지어 다니면서 농작물과 산림을 훼손하는 등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사진=국민권익위원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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