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2만 마리 폐사...야생생물법, 보강돼야
조류 특성상 ‘유리’ 인식 어려워...자연으로 착각
올해 6월 야생생물법 시행...“모니터링 역부족”

높은 건물의 유리창이나 투명 방음벽에 충돌해 폐사하는 조류가 늘어나고 있다. [사진=녹색연합 제공]
높은 건물의 유리창이나 투명 방음벽에 충돌해 폐사하는 조류가 늘어나고 있다. [사진=녹색연합 제공]

[뉴스캔=신아랑 기자] 조류가 높은 건물의 유리창이나 투명 방음벽에 충돌해 폐사하는 경우가 급증하면서 정부가 조류충돌 저감 사업을 벌이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대책이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연간 약 800만 마리, 하루 2만 마리의 조류가 폐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1시간에 800마리가 죽는 셈이다.

조류는 유리가 투명성과 반사성이 있어 인지하지 못하거나 실제 자연환경으로 인식되어 위협요인으로 작용한다. 조류 종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눈이 머리 측면에 위치해 전방 거리 감각이 떨어져서 전방 구조물 인식이 어렵다.

유리나 투명판은 투명성과 반사성의 문제를 가지고 있어 조류가 이를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사진=환경부 ‘야생조류 투명창 충돌 저감 가이드라인’ 본문 캡쳐]
유리나 투명판은 투명성과 반사성의 문제를 가지고 있어 조류가 이를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사진=환경부 ‘야생조류 투명창 충돌 저감 가이드라인’ 본문 캡쳐]

또 비행속도가 빨라 충돌 시 신체 충격이 매우 크며, 비행에 적응한 가벼운 골격으로 인해 두개골 골절 등의 신체 손상이 쉽게 나타난다.

이는 야생조류 뿐 아니라 참매나 긴꼬리딱새와 같은 멸종위기종에도 발생한다.

실제 서울 시내에서 유리창 충돌 사고로 기록된 새의 종류는 천연기념물인 솔부엉이, 소쩍새,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인 참매 외에도 호랑지빠귀, 붉은머리오목눈이, 노랑딱새, 멧도요, 벙어리뻐꾸기, 흰눈썹황금새, 오색딱다구리, 파랑새 등 매우 다양하다. 이처럼 새 충돌 사고는 도시와 농촌을 가리지 않고 매일 일어나고 있다.

그동안 환경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조류투명창 충돌 저감 대책’, ‘조류충돌 방지 테이프 부착 지원’, ‘야생조류 유리창 충돌 시민참여 조사 지침서’를 발간하며 조류 보호에 앞장섰다.

올해 6월부터는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야생생물법)‘ 제8조의2가 시행됨에 따라 공공기관이 건축물, 방음벽, 수로 등 인공구조물에 의한 야생동물 충돌·추락 피해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저감조치를 시행하고 관리해야 한다.

또 환경부가 인공구조물로 인한 야생동물 피해를 조사하고 피해가 심각하면 공공기관 등에 방지 조처를 요청할 수 있게 됐다.


◆ 지자체 '조류충돌 방지 테이프' 부착 앞장서


이에 일부 지자체는 ‘조류충돌 방지 테이프’를 부착하며 새 보호에 궤를 같이했다.

조류충돌 방지 테이프는 수직 간격 5㎝, 수평 간격 10㎝ 미만의 공간을 통과하지 않으려는 조류의 특성을 이용한 장치로, 일정 간격의 점이 찍힌 무늬로 인쇄된 스티커를 말한다.

경북 영양군에 따르면 군 환경보전과와 군 생태공원사업소는 지난해 ‘건축물·투명방음벽 조류충돌 방지 테이프 지원 사업 공모’를 시작으로 올해 생태공원사업소 온실과 본관 뒤편 휴게실까지 조류충돌 방지 테이프 부착을 완료했다.

경북 영양군은 생태공원사업소에 조류충돌 방지 테이프를 부착하며 새 보호에 나섰다. [사진=영양군 제공]
경북 영양군은 생태공원사업소에 조류충돌 방지 테이프를 부착하며 새 보호에 나섰다. [사진=영양군 제공]

광주광역시 역시 공공건축물과 일반건축물에 대해 조류충돌 방지 테이프를 권고하고, 지원하고 있다.

또 환경부와 함께 2021년부터 제2순환도로와 아파트 방음벽 등에 조류충돌 저감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나병춘 환경보전과장은 “국립생태원 자료에 따르면 전국에서 하루 평균 조류 2만 마리 정도가 충돌로 폐사하고 있는 실정으로, 시민의 적극적인 관심과 협조가 절실하다”며 “인공구조물로 인한 야생동물 피해를 줄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야생생물법 시행 무색...“적극적인 모니터링 필요”


하지만 일각에서는 조류충돌 발생을 줄이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녹색연합이 서울 시내 25개 구청을 대상으로 유리창 새 충돌 저감조치 관련 설문한 결과, 대부분의 자치구가 저감조치를 시행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향후 계획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녹색연합 활동가 유새미씨는 “새의 죽음을 막기 위해 애써 온 여러 시민의 목소리에 응답해 지난해 5월 29일에 야생생물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올 6월 11일에 드디어 시행됐다”면서 “새로운 법이 시행됐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고 입장을 전했다.

이어 “개정안에 따라 전국의 공공기관들이 조류충돌 저감조치를 적극적으로 시행하고 모니터링해야 문제 해결에 한 발 더 가까워질 수 있는데, 이런 점에서 이번 설문 결과는 아쉽다”고 전했다.

한편, 녹색연합은 설문 조사에 이어 서울 시내 기초자치단체들이 유리창 새 충돌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야생생물법 개정안을 이행하도록 촉구하는 온라인 캠페인을 시작하고, 1년 후 변화를 모니터링할 계획이다.

저작권자 © 뉴스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