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이뤄지는 가로수 가지치기 과도해 나무 썩고 ‘고통’
환경부, ‘녹지관리 개선방안’ 발표..."25%이상 치면 안돼"

잘못된 가지치기로 나무가 썩거나 훼손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제공]
잘못된 가지치기로 나무가 썩거나 훼손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제공]

[뉴스캔=신아랑 기자] 겨울이 다가오면서 요즘 거리 곳곳에서는 나무 가지치기 작업이 한창이다. 월동 맞이 가지치기는 봄에 나무 성장을 돕고, 가지치기로 나무의 모든 부분에 햇빛과 바람이 통할 수 있도록 수형을 만들어준다.

또 병들거나 시든 가지를 잘라내어 다른 가지에 나쁜 영향이 가지 않도록 하고, 튼튼한 가지를 잘라내어 나머지 가지에 양분이 고루 퍼져 나무 전체적으로 고른 성장을 가능하도록 돕는다. 꽃과 열매 생산을 높이며 병충해 발생까지 줄여준다.

하지만 가지치기를 잘못된 방법으로 하거나 과도하게 할 경우 오히려 나무에 심각한 손상을 줄 수 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3일 국제수목학회(ISA)에 따르면 가지치기를 통해 줄기의 25% 이상을 제거하면 나무의 에너지 생산 능력을 심각하게 훼손해 굶주릴 수 있으며, 직사광선을 막아주던 잎이 제거돼 나무껍질이 화상을 입을 수 있다.

가지의 80% 이상을 잘라내거나 가지를 잘라낼 때 절단면이 평활하지 않을 경우 부후균이 침투해 시간이 지나면서 나무는 썩어가며 전복될 수 있다. 또 특정 종류의 나무는 가지치기 방법이 다를 수 있다.

문제는 올바르지 못한 가지치기로 밑동이 통째로 잘리거나 가지와 줄기가 거의 없이 몸통만 남는 나무를 쉽게 볼 수 있다. ‘닭발 나무’, ‘닭발 가로수’라는 말이 생겨난 이유다. 


◆ 단체 “성한 나무 없어...시스템 마련돼야”


이 같은 과도한 가로치기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극구 반대하고 나섰다. 특히 해마다 이뤄지는 과도한 가로수 가지치기로 나무가 죽고 있다며 반발했다. 

진주환경운동연합은 진주시의 가로수 가지치기를 두고 “가로수는 삭막한 도로에 생명감을 불어넣고 도시의 미세먼지와 열섬현상을 완화하는 등 거리의 미관과 국민 보건에 도움을 준다”며 “하지만 현실의 가로수는 머리가 잘리고 가지가 잘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말 그대로 성한 나무가 없는 실정”이라며 “가로수와 도시숲을 관리하는 민관공동의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서울환경운동연합 역시 “우리나라의 가로수들은 과도한 가지치기로 인해 매년 반복적으로 고통받고 있다”며 “살아있는 나무가 가지치기로 회복이 어려운 상처를 받으면 공기 중의 부후균이 침투해 나무가 썩게 되고, 이는 악천후에 쉽게 쓰러지게 한다”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환경단체와 시민단체는 산림 훼손으로 이어지는 가지치기 등 관리 미흡을 비판하며 정확한 표준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 환경부, 가로수 잎 25% 이상 치지 말 것...개선방안 발표 


환경부는 지나친 가지치기를 막고 나무 보호를 위해 '도시 내 녹지관리 개선방안'을 내놓으며 관련 기관에 협조 요청하고 나섰다.[사진=픽사베이 제공]
환경부는 지나친 가지치기를 막고 나무 보호를 위해 '도시 내 녹지관리 개선방안'을 내놓으며 관련 기관에 협조 요청하고 나섰다. [사진=픽사베이 제공]

해마다 반복되는 이같은 가지치기 논란과 관련, 환경부도 적극적인 액션을 취하고 있다. 

환경부와 국립생물자원관은 생물다양성을 높이고 도시그늘을 확보하기 위한 ‘도시 내 녹지관리 개선방안’을 마련했다. 개선방안 중 가지치기와 관련해서는 나뭇잎이 달린 수목 부분의 25% 이상 잘려나가지 않도록 권고했다.

과도한 가지치기는 대기오염정화 등 녹지의 생태·환경 기능을 훼손시키고, 수목생장과 잎마름병에도 취약하다는 점을 반영한 결과다. 지자체가 가지치기를 하더라도 나뭇가지를 75% 이상은 남겨놓아야 하는 점도 같은 맥락이다. 

또 개인취향, 재산상 피해, 개발 방해 등 사적인 사유로 과도한 가지치기가 이뤄지지 않도록 하는 방안과 사전에 가지치기의 필요성에 대한 전문가 합동 현장조사 등도 권고했다.

환경부는 이번 개선방안이 모든 현장에서 동일하게 적용되긴 어렵지만 환경부 소관 도시 생태 복원 사업 등 자연환경복원 사업부터 시범 적용하면서 관련 지침을 보완·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 해외, 가지치기 표준은 물론 생태적 다양성 보호도


그렇다면 해외에서는 가지치기를 어떻게 운용하고 있을까?

미국은 가지치기에 대한 표준이 있다. 미국 국가표준협회의 ‘수목관리 표준’은 가지치기 시 25% 이상의 나뭇잎을 제거하지 말라고 명시하고 있다. 국제수목관리학회 역시 ‘수목관리 가이드라인‘에서 가지의 25% 이내에서 가지치기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홍콩은 수관부위 25% 이상에 대한 가지치기를 금지하고, 25% 이상 가지치기가 필요한 경우 최소 6개월 후에 가지치기를 하도록 하고 있다.

영국, 캐나다, 홍콩 등에서는 가로수를 심을 때 단일종 10% 이하, 동일 속 20% 이하, 같은 과 30% 이하로 정하는 ‘10-20-30 원칙’을 운영해 생태적 다양성을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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