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흡수, 가구 재료, 조경수 등 활용 높지만...
강한 생명력·번식에 관리 안 돼 골칫거리로 둔갑
대나무 탄성, 향균, 강도에 착안한 친환경 제품 눈길

 탄소중립경제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는 가운데 기존 제품을 친환경제품으로 재활용하는 움직임이 늘고 있다. [일러스트=이하나 기자] 
 탄소중립경제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는 가운데 기존 제품을 친환경제품으로 재활용하는 움직임이 늘고 있다. [일러스트=이하나 기자] 

[뉴스캔=신아랑 기자] 지조와 절개를 상징하는 대나무는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만들어내지만 왕성한 번식과 강한 생명력으로 해마다 어린 대나무가 생겨나고 관리가 힘들어지면서 골칫거리로 전락하기도 한다.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대나무는 연간 최대 11m, 연평균 2.8m씩 이동 확산한다. 우리나라 대나무 면적은 약 2만ha 정도로 주로 남부지역에 많이 분포돼 있는데, 전라도와 경상도에서 96%가 자생하고 있다.

대나무는 탄소흡수, 연료, 가구 재료, 식용, 황폐지의 토양 개량, 조경수 등 다양한 기능을 갖춘 중요한 자원이다. 특히 대나무 숲 1ha에서 1년 동안 흡수하는 온실가스 양은 30t 이상으로 소나무 숲보다 3배 이상 많아 온실가스 흡수원으로서의 가치도 높다.

문제는 관리가 힘든 대나무가 방치될 경우 마을을 침범하면서 주민들의 민원이 발생하거나 도로를 뚫고 나와 위험한 상황을 연출하기도 한다.

실제로 천연기념물이 대나무로 뒤덮여 몸살을 앓는 일도 여럿 있었다. 제주도 성산일출봉 분화구에는 대나무가 분화구의 41%에 달하는 규모인 5만3570㎡까지 번지면서 대대적인 대나무 제거작업을 벌이기도 했다.

일각에서 대나무 확산지의 산림생태계가 생물 다양성 감소, 토양 수분 및 성질 변화, 토양 미생물 다양성 감소 등의 문제를 야기한다고 지적하는 이유다. 


◆ 대나무 특성 활용한 제품군, 친환경 제품으로 '탈바꿈'


국내에서는 이런 상황을 역이용해 대나무를 활용한 자연 친화적 제품을 앞다퉈 선보이고 있다. 대나무는 신축성과 강도가 좋아서 가구, 건축, 공예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고 생산이나 비용이 저렴해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재생 가능한 녹색 자원이라는 점에서 소비자의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대나무는 강한 번식력과 생명력으로 관리가 힘들어지면서 일부 마을까지 뻗어나가 주민들이 불편을 호소하기도 하고 천연기념물을 뒤덮는 사례도 발생했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사진=국립산림과학원]
대나무는 강한 번식력과 생명력으로 관리가 힘들어지면서 일부 마을까지 뻗어나가 주민들이 불편을 호소하기도 하고 천연기념물을 뒤덮는 사례도 발생했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대나무 칫솔이 대표적인 예다. 보통의 칫솔 대부분은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반면 대나무 칫솔의 대는 자연 소재로 만들어져 있어 플라스틱 사용을 줄일 수 있고 사용 후 쉽게 분리해서 버릴 수 있다.

플라스틱과 달리 대나무는 2주에서 6주면 땅속에서 자연적으로 분해되어 없어진다. 일반 쓰레기로 소각될 때도 플라스틱보다 온실가스를 적게 배출한다. 또 대나무 특성상 향균과 천연 방부제 작용이 돼 음식저장용기나 식기로 활용되고 있으며 청소도구, 세면도구, 화장품 용기로도 출시되고 있다.

이들은 대나무의 천연 속성과 가벼운 점에서 착안한 제품들이다. 이외에도 강도가 높은 특성을 활용해 건축재료로 활용이 되고 가구나 인테리어 소품 재료로 새활용 되기도 한다.

섬유 역할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대나무 섬유는 유연하고 튼튼해서 의류 제작에도 적합하다. 특히 흡수력이 뛰어나서 겉옷뿐만 아니라 속옷, 양말, 손수건에도 활용된다. 실제 시장에서 유아용품 브랜드는 100% 대나무 섬유로 만든 천 기저귀와 가제 손수건을 출시했고, 속옷 브랜드는 대나무에서 추출한 100% 순 식물성 섬유 소재의 속옷을 선보이고 있다.


◆ 친환경 제품 보급, 기업도 나서...아시아에선 '대나무 제품' 줄이어


이처럼 대나무를 활용한 친환경 제품을 제공하면서 환경의 중요성과 친환경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독려하는 기업들이 부쩍 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최근 환경재단과 생물다양성 보존을 주제로 한 컬러풀 라이프 캠페인을 진행해 멸종위기 동물의 특성과 생태계 속 역할을 알기 쉽게 설명하는 전시물로 이목을 끌었다.

관람을 마친 임직원들은 생물다양성 보존 활동에 동참하겠다는 서약서를 제출하면 환경친화적으로 생산된 립밤과 대나무 칫솔이 담긴 ‘생물다양성 실천 키트’를 제공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환경에 대해 기업과 구성원의 사회적 책임은 필수적인 의무라고 인식하고 있다”며 “본사를 시작으로 향후 각 공장과 연구소 등 전 사업장으로 캠페인을 확대 운영해 현대차 임직원 전체가 생물다양성 보존 등 친환경 활동에 더욱 많은 관심을 가지고 동참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대나무를 활용한 자연 친화적 제품이 앞다퉈 출시되고 있는 가운데 대나무 칫솔은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면서 소각도 용이해 좋은 호응을 얻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제공]
대나무를 활용한 자연 친화적 제품이 앞다퉈 출시되고 있는 가운데 대나무 칫솔은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면서 소각도 용이해 좋은 호응을 얻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제공]

제주국제공항에서는 플라스틱 제로 제주 캠페인을 전개해 제주를 찾는 관광객을 대상으로 친환경 여행을 실천하고 일회용 컵 보증금제 이용을 유도하고 있다. 친환경 제주여행 실천 디지털 서약에 서명하거나 자원순환보증금 앱을 설치한 참가자에게는 대나무로 만든 친환경 칫솔 세트 또는 친환경 컵홀더와 에코백이 지급됐다.

한편, 해외에서도 대나무는 다양한 방법으로 활용되면서 지속 가능한 자원으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중국과 일본에서는 전통 건축에도 대나무를 활용한 사례가 많고 대나무로 만든 공예품이 인기가 높다. 아시아 일부 지역에서는 대무나 즙과 새싹을 샐러드나 요리에 사용하기도 하고 볶음 요리에 활용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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