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기준 '의류 폐기물'...하루 평균 225t
칠레 북부서 엄청난 규모 ‘쓰레기 산’ 포착
환경부, 의류 EPR 재검토...EU도 규제 강화

 패스트패션이 의류시장의 대세로 자리잡았지만 이로 인한 의류 폐기물이 넘쳐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일러스트=뉴스캔 이하나 기자]
 패스트패션이 의류시장의 대세로 자리잡았지만 이로 인한 의류 폐기물이 넘쳐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일러스트=뉴스캔 이하나 기자]

[뉴스캔=신아랑 기자] 최신 트렌드를 즉각 반영해 빠르게 제작, 빠르게 공급해 상품 회전율을 높이는 ‘패스트패션(fast fashion)’이 의류시장의 대세로 자리잡았지만, 이로 인한 의류 폐기물이 넘쳐나 지구가 병들고 있다.

일반 패션업체들이 통상 1년에 4~5회씩 계절별로 신상품을 내놓는데 반해, 패스트패션 업체들은 보통 1~2주일 단위로 신상품을 선보인다. 빠르게 옷이 제작하고 소비가 되는 탓에 판매하지 못한 재고품은 폐기처분 대상이 된다. 

29일 환경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의류 폐기물의 양은 2020년 기준 8만2422t으로 하루 평균 225t에 달하며 폐섬유까지 치면 연 37만t으로 늘어난다.

헌 옷 수출량 역시 상위에 있다. 우리나라는 미국, 중국, 영국, 독일 다음으로 전 세계 5위 수준이며, 대부분 방글라데시와 필리핀 등 개발도상국으로 수출된다.

수출된 낡은 의류들은 해당 국가에서도 소비되지 못해 의류 쓰레기가 모여서 산을 만들 정도다.


◆인공위성서 '쓰레기 산' 포착...환경 파괴


최근에는 우주에서도 이 같은 ‘쓰레기 산’이 촬영돼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미국 위성 사진영상 업체 스카이파이는 칠레 북부 도시 이카케 인근 아타카마 사막을 촬영한 이미지를 게재했는데, 우주에서도 선명하게 보이는 쓰레기 산은 엄청난 규모와 범위를 짐작하게 했다.

스카이파이 측은 “상황을 제대로 보여주는 충격적인 이미지”라며 “쓰레기산 규모는 이제 우주에서도 확인할 수 있을 정도”라고 우려했다. 또 “사진을 통해 분명히 알 수 있는 사실은 패스트 패션 산업에 반드시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타카마 사막이 의류 폐기물로 둘러쌓여 있는 모습. [사진=스카이파이]
아타카마 사막이 의류 폐기물로 둘러쌓여 있는 모습. [사진=스카이파이]

더 큰 문제는 이렇게 방치된 옷들이 토양오염, 수질오염 등 생태계에 치명적인 피해를 입힌다는 점이다.

패스트패션 특성상 저렴하게 유통해야 하는 까닭에 천연섬유보다 값이 싼 합성섬유로 제품을 제작하는 경우가 많다. 합성섬유는 나일론이나 아크릴, 폴리에스터 등이 해당되는데 이는 썩는 과정에서 화학물질이 빠져나와 토양과 지하수를 오염시킨다.

대기오염도 마찬가지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의 2017년 보고서에 따르면, 미세 플라스틱 오염의 35%가 패스트 패션 브랜드에서 생산한 합성섬유 세탁으로 인해 발생한다는 것. 또 옷을 소각하게 되면 발암물질인 휘발성 유기화학물이 방출된다.

소각 과정보다 옷을 생산할 때 환경오염은 더욱 가중된다. 청바지 한 벌을 제조하려면 약 7000L의 물이 소비되는데, 이는 4인 가족이 5~6일 동안 쓸 수 있는 양에 달한다.

또한 티셔츠를 염색하는데 사용하는 염료와 화학제품들, 옷감에 남은 잔여 염료를 씻어내는 과정에서도 산업폐기물이 만들어진다.


◆환경부, 폐의류 규제 강화에 ‘시동’


이 같은 심각성에 환경부가 의류업체에 재활용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 가능한지 검토작업에 나섰다.

지난해 말 환경부는 생산자책임재활용(EPR) 제도를 재검토하는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연구용역 제안서에는 “폐의류와 폐섬유 등에 생산자책임재활용제를 새로 도입하는 것이 타당한지 검토하고 정책 방향을 제시해달라”는 요청이 담겼다.

쉽고 빠르게 만들어 유행에 맞게 공급되는 패스트패션으로 의류 폐기물이 넘쳐나며 환경이 파괴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쉽고 빠르게 만들어 유행에 맞게 공급되는 패스트패션으로 의류 폐기물이 넘쳐나며 환경이 파괴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이 제도는 제품 생산자에게 제품이나 포장재의 폐기물에 대해 일정량의 재활용 의무를 부여해 재활용하게 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재활용에 드는 비용 이상의 재활용 부과금을 물리는 시스템이다. 

생산자는 제품을 생산해 판매하는 시점까지만 책임을 지고 사용 후 발생한 폐기물은 소비자의 책임이었으나, 이제는 사용 후 발생하는 폐기물의 재활용까지 생산자의 책임으로 범위를 확대한다는 의미가 있다.

2003년 1월부터 시행된 이 제도의 대상은 형광등, 타이어 등 8개 제품군과 종이팩, 금속 캔, 유리병, 합성수지 포장재 등 4개 포장재 군이 해당한다.

앞서 2018년 의류·섬유에 생산자책임재활용제를 적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으나 당시에는 폐의류는 위해성이 없다고 판단해 자율적 처리를 맡긴 바 있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환경부의 재발주 배경에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의 의류 폐기물 규제 강화가 큰 작용을 한 것으로 보인다. 

EU 집행위는 2028년까지 지속 가능한 의류 산업을 위한 법안들을 차례로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그중에서도 5년 이내에 의류생산량에 비례한 폐기물 수거 의무를 신설하고, 생산자에 재활용 의무를 부과하는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를 의류 산업에도 적용한다는 묘책을 내놨다.

한편, EU는 지난해 3월 패스트패션을 종식하기 위한 전략을 발표하며 ‘지속가능한 순환 섬유를 위한 EU 전략’을 공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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