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관 설명 등 ‘서면 교부’에 A4용지 건당 7장, 연간 4억장 소비
지난 2월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 통과로 'No 종이' 속도

최근 금융업계가 보험사를 중심으로 ‘페이퍼리스(paperless)’ 제도를 잇따라 도입하고 나섰다. [일러스트= 뉴스캔 이하나 기자]
최근 금융업계가 보험사를 중심으로 ‘페이퍼리스(paperless)’ 제도를 잇따라 도입하고 나섰다. [일러스트= 뉴스캔 이하나 기자]

[뉴스캔=신아랑 기자] 최근 금융업계가 ‘페이퍼리스(paperless)’ 제도를 잇따라 도입하며 친환경 경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페이퍼리스는 기록 매체를 종이 문서에서 마이크로필름이나 자기 매체로 변환해 종이가 없는 사무실을 지향하는 현상을 말한다.

그동안 금융권에서는 주 업무가 서면으로 진행되면서 불필요한 자원 낭비와 환경파괴라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다. 고객이 서류를 받아서 보관하기보다는 즉시 폐기하는 경우가 많아 불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이러다 보니 업무상 인쇄물에 사용되는 A4 용지가 건당 평균 7장, 연간으로는 4억장이 소비되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에 따라 금융업계는 종이 대신 태블릿 등 기기를 활용하며 종이 문서 줄이기에 집중해왔다. 

특히 지난 2월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신용카드 발급, 갱신 시 필요한 약관을 선택에 따라 종이 대신 팩스나 전자문서로 받을 수 있게 돼 페이퍼리스 시스템은 더욱 탄력받게 됐다.

미래에셋생명은 100% 페이퍼리스 업무 환경을 구축하고, 모든 문서를 전자문서로 전환하는 등 모바일에서 서류를 주고받고 있다. [사진=미래에셋생명 제공]
미래에셋생명은 100% 페이퍼리스 업무 환경을 구축하고, 모든 문서를 전자문서로 전환하는 등 모바일에서 서류를 주고받고 있다. [사진=미래에셋생명 제공]

이 같은 흐름은 보험업계에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미래에셋생명은 보험업계 최초로 ‘100% 페이퍼리스’ 업무환경으로 변신을 꾀했다.

이 회사는 2020년부터 고객이 방문해 업무를 보는 창구에 페이퍼리스 시스템을 도입했다. 보험과 대출 등 업무 문서를 모두 전자문서로 전환하고, 전자증명서 및 전자위임장을 통해 모바일에서 서류를 주고받는 체계를 구축한 것.

이후에는 문서 편철 프로세스를 전면 폐지했다. 고객이 제출한 모든 실물 서류를 전자화 서식으로 전환해 보관하고 있다. 이를 통해 문서 관리에 필요한 비용과 인력 절감 효과를 거두고 업무처리 속도와 고객 편의성을 동시에 높였다. 고객의 정보와 관련된 서류를 별도로 보관하지 않아 개인정보보호에도 도움이 된다.

특히 미래에셋생명은 30여 명의 직원이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전방위적 디지털 혁신 방안을 모색하고 총 210여 종의 서식을 전자문서로 표준화하는 등 100% 페이퍼리스를 구현했다.

이후민 미래에셋생명 고객서비스본부장은 “페이퍼리스 시스템으로 고객과의 모든 소통을 디지털을 활용해 빠르고 정확하게 진행할 수 있게 됐다”며 “앞으로도 디지털화의 성과와 효율성을 또 다른 차별화된 고객 서비스 발굴로 이어가는 것은 물론 모바일 중심의 비대면 서비스를 활성화해 뉴노멀 시대를 대비하겠다”고 말했다.

한화생명은 종이대신 전자문서로 주택담보대출을 신청한 고객에게 할인 혜택을 제공하며 눈길을 끌었다. [사진=한화생명 제공]
한화생명은 종이대신 전자문서로 주택담보대출을 신청한 고객에게 할인 혜택을 제공하며 눈길을 끌었다. [사진=한화생명 제공]

한화생명은 페이퍼리스에 동참하는 고객에게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등 소비자의 참여를 유도하는 케이스다. 

이 회사는 지난해 12월 대출 신청 및 약정서 등 종이 문서를 태블릿PC의 전자문서 형태로 약정하는 페이퍼리스 시스템을 도입했다. 올해 6월부터는 이를 활용해 주택담보대출을 신청한 고객에게 ESG 금리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종이 문서 대신 전자문서로 약정하면 0.1% 할인된 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게 해준다. 종이 사용 절감으로 절약된 비용을 환경보호에 동참한 고객들에게 돌려준다는 취지다.

한화생명은 페이퍼리스로 종이 서류 발행 및 서류보관센터 운영에 들어가는 연간 약 10억 원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대출 신청을 담당하는 직원들이 종이 서류 접수와 정리에 들이는 업무 시간을 1인당 연간 약 280시간 절약하게 돼 생산성 향상 효과도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한화생명 윤세창 융자마케팅사업부장은 “ESG 금리 할인 혜택은 종이 사용을 절약해 환경을 보호하는 동시에 절감 비용을 고객들에게 돌려드리기 위해 신설했다”며 “ESG 금리 할인을 비롯한 지속가능한 ESG 경영 실천을 계속 확대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삼성생명은 2030년까지 종이 사용량을 60% 감축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신한은행은 kt와 손잡고 신기술이 적용된 공인전자문서센터를 도입해 페이퍼리스 업무환경을 조성했다. [사진=신한은행 제공]
신한은행은 kt와 손잡고 신기술이 적용된 공인전자문서센터를 도입해 페이퍼리스 업무환경을 조성했다. [사진=신한은행 제공]

은행권에서는 신한은행이 KT와 손잡고 종이 소비량 감소에 나선 게 대표적이다.

신한은행은 클라우드, 블록체인 기술이 적용된 공인전자문서센터에 신한은행만의 문서 관리 노하우를 접목해 연계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를 통해 페이퍼리스 업무환경을 구축하고 영업점과 본점 간 물류 이동을 없애 문서 생성 시점부터 완료 시점까지 문서 관리 싸이클의 모든 단계를 디지털화했다.

전자 형태로 보관된 문서는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해 문서 위변조 리스크 방지, 클라우드 시스템을 통한 스마트기기 문서열람으로 편의성 향상, AI OCR 기술을 접목한 서류 자동 점검으로 금융소비자보호 강화 등 고객 편의성을 높이고 탄소중립 기여로 ESG 경영을 실천하고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KT와 전략적 업무협약으로 디지털 신기술이 적용된 공인전자문서센터를 은행권 최초로 도입하고 문서 관리 혁신을 진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NH농협은행도 페이퍼리스에 동참하고 있다. 종이 없는 전자창구 시스템을 도입했으며, 일명 ‘NH 기후 행동 캠페인’에 페이러피스를 넣어 시스템을 확대하고 나선 것. 이는 전 임직원이 동참하는 ESG 실천 캠페인으로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에너지 절약, 대중교통 이용 등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내용으로 전개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제공]
[사진=픽사베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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