勞 "시간이 중요한 게 아냐...휴식권 등 근본에 충실한 대안 필요"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뉴스캔=박진용 기자] 윤석열 정부의 '주당 근로시간 상한제 개편안'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노동계에선 주 단위 근로시간 총량이 늘어날 것을 우려하며 '과로사 조장법'이라고 날을 세우는 반면, 정부는 근로 상한제 유연화를 통해 현장 근무의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정부의 근로제 개편안은 이렇듯 거센 반발 여론 등 난맥상에 중심을 잡지 못하고 휘청이는 모양새다. 지난 20일 "주 60시간 이상 근무는 무리"라고 한 윤석열 대통령의 모호한 발언이 혼란을 부추겼다는 평가다. 이에 근로 개편 정부안의 향배를 가늠하기 쉽지 않은 상황.  

일각에선 당·정·대(여당·정부·대통령실)가 '주 69시간 근무'로 촉발된 혼선을 조속히 정리하기 위해선 큰 틀의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선제시하고, 그에 따른 구체적 방법론을 홍보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尹-대통령실, 근로시간 상한캡 개편안 놓고 '之' 행보


정부가 현행 주 52시간 '근로시간 상한캡' 개편안을 놓고 혼선을 빚고 있다. 

이와 관련, 대통령실은 지난 16일 "윤 대통령은 연장근로를 하더라도 주 60시간이상은 무리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며 "입법 예고된 정부안에서 적절한 상한 캡을 씌우지 않은 것에 유감으로 여기고 보완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당시 윤 대통령의 정부 당국을 향한 '가이드라인 제시'라는 해석이 줄을 이었으나, 대통령실은 지난 20일 윤 대통령의 사견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노동계 등 각계 의견수렴을 거쳐 '60시간 이상'으로 현행 근로시간 상한캡이 풀릴 수도 있다고 여지를 뒀다. 

대통령실의 이같은 입장은 불과 하루 만에 뒤집혔다. 윤 대통령이 지난 21일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재차 '주 60시간'을 언급하면서다.

이를 두고 정가와 관가 안팎에선 윤 대통령과 정부·대통령실 간 불통(不通)으로 인한 대국민 혼선 초래와 여론 떠보기 식 행정을 지적하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아울러 근로현장에 대한 이해와 현실 반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졸속 개편안'이라는 비판도 엄존한다.     

결국 정부의 현 근로 개편안은 현실적으로 전면 재검토가 불가피해 보인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도 지난 2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윤 대통령의 주 60시간 발언과 관련해 "내용을 정확히 파악해봐야 할 것 같다"면서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놓고 검토하고 있다"고 원안 재검토 가능성도 열어뒀다.


◆ 노동계 "주 60시간, 다를 바 무엇"..."현행 탄력근로제만 못해" 지적도


근로제 개편안을 놓고 대통령실과 정부가 오락가락하는 사이 노동계는 '원안 전면 폐기'를 주장하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지난 21일 기자회견을 통해 "주 60시간은 짧은가"라며 "(정부안은) 전면 폐기가 답"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민주노총 고위 관계자는 <뉴스캔>과의 통화에서 "60시간이든 그 이상이든 (윤석열 정부의) 말장난에 불과하다"라며 "근로체계에 대한 근본대안 제시보다 주당 근로시간 총량에 대한 숫자놀음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MZ노조 소속 한 관계자도 "근로시간 개편이라는 게 근로자들의 휴식·근로수당 보장과 일과 가정 양립이라는 차원에서 깊이 논의되어야 할 문제이지, 주 몇 시간이냐를 놓고 숫자 바꾸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라며 "기업들이 현행 주 52시간제를 악용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도 정부가 심도있게 들여다 봐야 할 부분"이라고 짚었다.

반면 기업계에서도 볼멘소리가 터져 나온다. 현행 52시간제에서 불과 8시간가량을 늘린 60시간제가 과연 기업 경쟁력 제고와 직결될 수 있느냐는 회의론이다. 또 일각에선 정부의 근로 개편안이 현재 시행되고 있는 '탄력근로제'의 기본 취지와 큰 틀에서 차별성이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노무 전문가는 본지에 "(윤 대통령이 발언한) 60시간 이상 근무 불가론은 자칫 현행 탄력근로제 또한 캡을 씌워야 한다고도 해석될 소지가 있다"며 "탄력근로제는 (특정 주에) 법정근로시간을 늘리는 대신 다른 주에 근로시간을 줄여 근로 총량을 맞추자는 취지인데, 현 정부안과 크게 다른 바가 없다"고 봤다.    

결국 정부의 근로시간 개편안이 저항을 최소화하며 논의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수치상 이론보다 근로자들의 휴식권과 근무여건 개선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 전문자들의 제언이다. 그 일환으로 연장근로에 따른 휴가 보장, '공짜 노동' 근절 방안 등 근본적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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