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훼손, 무단 숙박까지...실효성있는 규제 시스템 필요
이용객 자율준수 부각... 흔적 남기지 않고, 공회전 자제해야

 [일러스트 = 뉴스캔 이하나 기자]
 [일러스트 = 뉴스캔 이하나 기자]

[뉴스캔=신아랑 기자]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자연과 가까이에서 ‘차박’을 즐기려는 이들이 급증한 가운데 차박 이용객들과 지자체간 환경문제를 놓고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차박은 코로나19로 사람이 적은 지역이나 근거리 여행을 선호하는 경향이 짙어지면서 이용객이 급증했다. 실제 2022년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조사한 ‘코로나 19에 따른 국내 여행 조사’ 결과(복수응답)에 따르면, 코로나 확산 이후 국내 여행 계획을 변경한 사람이 95.8%였으며 주로 사람이 적은 지역 위주로 여행한다는 사람이 58.4%, 승용차에서 경관을 보는 방법으로 여행한다는 사람이 51.6%, 당일 여행이나 가까운 곳으로 여행한다는 사람이 51.3%로 나타났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2020년 2월 일반 차량의 캠핑카 개조를 전면 합법화하면서 캠핑카로 개조할 수 있는 진입장벽이 낮아졌다. 장소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차만 있으면 언제든지 여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박은 인기를 탔다. 

최근에는 렌터카 회사에서 차박이 가능한 차를 대여할 수 있고, 박람회 전시장에서 차박 용품을 만날 수 있으며, 차박 페스티벌까지 열리고 있다.

[사진=충주시 제공] 차량 총량제를 도입해 주차난을 해소하고, 여유있는 차박 환경을 조성한 수주팔봉의 모습이다.
[사진=충주시 제공] 차량 총량제를 도입해 주차난을 해소하고, 여유있는 차박 환경을 조성한 수주팔봉의 모습이다.

하지만 차박 이용객들의 환경의식이 낮아진 탓에 ‘차박=환경파괴’라는 프레임이 대두되는 상황이다.

인스타나 유튜브,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차박하기 좋은 장소가 공유되면서 유명해진 장소는 차에서 숙박하기 위한 사람들로 북적이고, 환경 훼손과 쓰레기 무단투기, 소음, 무분별한 차박 등으로 민원이 빈번하게 발생하며 지역 주민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심지어 차박 지역이 아닌 곳에서 무단 숙박을 하고, 취사 금지 구역에서 음식을 조리하고 남은 찌꺼기를 그대로 버리고 가는 사람들도 부지기수다. 겨울철에는 난방기기, 가스버너 등을 사용하면서 화재가 발생하기도 한다.


전국 차박장소서 잇따른 화재...충주시, '1일 120대' 제한도


실제 지난해 1월에는 동해 망상해변 주차장서 차박 중이던 승용차와 캠핑카에 화재가 발생해 차량이 전소됐다. 4월에는 춘천 홍천강에서 차박 중이던 차량에 화재가 발생해 이용객의 얼굴에 2도 화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같은 달 춘천 한덕리 캠핑장에서는 차박 차량이 전소돼 이용객의 안면부와 양팔에 1도 화상을 입는 사례도 잇따랐다.

이처럼 차박 수요가 늘면서 안전 불감증에 따른 각종 사고와 이슈가 끊이질 않자 각 지자체는 차량 출입을 제한하고 통제하기에 나섰다.

지자체들은 ‘차박, 캠핑카 관련’ 행정명령, ‘불법 주차금지’, ‘산림과 영접한 100m 이내 해변 불피우기 행위 금지’ 등의 현수막을 내걸었다. 인천 강화도 민머루해변, 평창 육백마지기, 경기도 여주 강천섬 등은 취사와 야영을 아예 금지하고 있다.

충주시는 '1일 120대' 차박총량제를 도입해 무분별한 차량 출입을 제한하고, 환경오염을 예방하는 동시에 여유있는 캠핑 환경을 조성해 관광객의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시는 상수도 보호구역인 달천강 상류와 하류 쪽의 출입을 제한하고 관광객 안전을 위해 재난 안전 CCTV, 자동음성 통보시스템 등도 갖췄다.

[사진=픽사베이] 기사와 무관함.
[사진=픽사베이] 

하지만 차박에 대한 명확한 규제나 합법적인 시스템이 마련되지 않는 이상 이용객과 지자체간 대립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환경 훼손을 하지 않으면서 차박을 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차박을 한 흔적을 남기지 않는 게 최선이다. 차박 시 나온 쓰레기는 모두 집으로 가져가거나 쓰레기장이 있다면 분리수거를 확실히 해야 한다.

공회전도 신경 써야 한다. 차내 온도 조절을 위해 정차 중에 에어컨이나 히터를 이용할 때 공회전을 하게 되는데, 10분 동안 공회전에 쓰이는 연료는 무려 1.3km~1.8km를 이동할 수 있는 양이다. 연료 낭비는 물론 대기오염을 일으키는 요인이 된다.

또한 차박 시 불필요한 조명을 켜서 동식물에 피해를 주지 않고, 텐트를 칠 때는 나무뿌리와 가까운 곳은 피하는 게 좋다. 요리 시에는 다회용기를 사용해 환경오염을 줄이도록 한다. 화재에 대비해 차량용 소화기도 챙기는 게 좋다.

차박이 환경파괴라는 프레임 대신 ‘지역관광산업’이 될 수 있도록 차박 관련 정부의 제도와 근본적인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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