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립 찬성 “동물원서 자란 동물...야생 적응 힘들어”
동물원 반대 “갇힌 동물 ‘정형행동’ 보여...야생에서 커야”
찬반 의견 팽팽, 오는 12월부터 ‘동물원 허가제’ 시행

 [일러스트= 뉴스캔 이하나 기자]
 [일러스트= 뉴스캔 이하나 기자]

[뉴스캔=신아랑 기자] 올해 3월 서울 어린이대공원에서 얼룩말 ‘세로’가 울타리를 넘어 탈출했다가 3시간 만에 붙잡히는 사건이 벌어졌다. 다행히 세로는 동물원으로 돌아갔지만 또다시 ‘동물원 존폐’를 놓고 갑론을박이 펼쳐지고 있다.

사실 동물원 존폐 논란은 오랜 기간 이어졌다. 2018년 대전동물원의 퓨마 한 마리가 탈출해 끝내 사살되면서 논쟁의 도화선이 됐다. 사육사가 사육장 청소를 한 뒤 문을 제대로 잠그지 않은 게 화근이었다.

탈출한 퓨마는 5시간 가량 동물원 내 야산 인근을 방황하다가 수색대의 엽총에 맞아 사살됐다. 이 사실이 전해지자 여론이 들끓었다. 사람의 실수로 죄 없는 동물이 죽음을 맞이했다는 이유에서다. 

이외에도 동물 폐사 등 크고 작은 사건들이 발생하며 동물원의 존폐를 두고 찬반 의견이 끊이질 않는다.


◆  62% 동물원 존립 ‘찬성’..."새 환경, 동물도 괴로워"


토마토그룹 여론조사 애플리케이션 <서치통>이 최근 국민 5036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여론조사를 진행한 결과 국민 61.5%가 동물원 존립에 찬성했다.

존립해야 하는 이유로는 ‘멸종 위기종 보호 및 생태 지식 획득을 위해서'라고 답한 응답자가 33.1%로 가장 많았다. ‘폐지 직후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의견이 29.1%였으며, ‘동물원들의 끊임없는 환경 개선’이라고 답한 비율은 16.2%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동물원이 없어지면 동물원에 살던 동물이 돌아갈 곳이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야생동물은 환경 변화에 예민한데, 동물원의 동물 대부분이 태어나면서부터 동물원에서 살았기 때문에 야생을 경험해보지 못했다.

이 때문에 충분한 방사 프로그램과 단계적인 접근이 준비되지 않으면 야생에 나간 동물의 안전을 보장하기 힘들다. 또 멸종이 우려되는 동물의 보존을 위해서도 동물원이 존립해야 한다는 게 찬성론자들의 주장이다.

신남식 서울대 수의과대학 명예교수는 “동물원에서 잘 크고 있는 동물이 야생으로 가면 먹이를 찾거나 자신을 보호하는 방법 등을 모두 새로 배워야 하는 터라 동물로서는 매우 괴로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안전이 보장된 울타리 높이를 갖추고 '동물행동풍부화' 프로그램 등을 통해 정신적·육체적 건강을 지켜주는 게 동물원 동물들의 처우를 위한 일”이라며 “동물원은 교육적·정서적 측면의 기여도 크다”고 말했다. 동물행동풍부화란 동물이 야생에서 보이는 건강하고 자연스러운 행동을 최대한으로 나타내도록 도움을 주는 프로그램이다.


◆  ‘반복 행동’...스트레스가 낳은 ‘정형행동’ 일으켜


[사진=픽사베이 제공]
[사진=픽사베이 제공]

반면, 앞선 여론조사에서 '동물원을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38.5%나 나왔다. 

응답자들은 폐지해야 하는 이유로 ‘좁은 우리 등 동물이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기 때문’(27.8%)을 가장 많이 꼽았으며 'VR·AR 등으로 대체 가능'(27.8%), '전시·오락 등 동물 학대'(16.6%) 순으로 선정했다.

동물원 폐지론을 주장하는 이들은, 동물들이 열악한 환경에 노출돼 스트레스를 받아 ‘정형행동’을 나타낸다는 점을 부각하고 있다.

같은 장소를 왕복하거나 자신의 털을 뽑거나 벽에 머리를 들이받는 등 자해 해동을 보이고, 온종일 누워서 잠만 자는 무기력한 행동을 보인다는 것이다. 

서울 신림동의 박수진 씨(36)는 “반복되는 특정 행동을 하는 동물을 보니 동물원에 오는 것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며 “자연을 만끽하면서 지내야 할 동물들이 단지 돈벌이 수단으로 갇혀있는 거 같아 안쓰럽다. 아무리 공간이 넓다 해도 동물로서는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재익 전북대 수의대 교수는 “동물이 갇혀 지내는 게 옳은 방향은 아니다”면서 “동물원에서 태어났거나 오랜 시간 사람에게 길들여진 동물을 야생으로 돌려보낼 땐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12월부터는 동물원수족관법 개정안이 시행된다. 핵심은 동물원 등록제가 허가제로 바뀐다는 것. 이 개정법에 따르면 △보유동물의 종별 서식환경 기준 및 전문인력 기준 준수 여부 △보유동물의 질병관리계획 △안전관리계획 △동물원 휴·폐원 시 보유동물 관리계획 등에 관한 요건을 갖춰 심사를 받아야 관련 시설 운영이 가능해진다.

또 동물원·수족관 외 시설에서 야생동물의 전시 행위가 금지된다. 보유동물을 다른 시설로 이동해 전시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오락 또는 흥행 목적으로 올라타기 등 동물에게 불필요한 고통·공포·스트레스를 가하는 행위도 제한하도록 했다.

[사진=픽사베이 제공]
[사진=픽사베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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