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재생 역할 톡톡 VS 주민 간 불화 원인
철거 예정이 ‘보존대상지’로 탈바꿈 사례
쓰레기 투기, 사생활 침해로 주민 간 불화

통영의 벽화마을 '동피랑'은 국내 벽화 마을의 성공사례로 꼽힌다. [사진=통영시 공식 블로그]
통영의 벽화마을 '동피랑'은 국내 벽화 마을의 성공사례로 꼽힌다. [사진=통영시 공식 블로그]

[뉴스캔=신아랑 기자] 벽에 그림을 그려 조성된 벽화마을이 주민 간 또는 주민과 지방자치단체 간 불화의 원인이 되고 있다.

벽화는 낡고 오래된 마을을 철거하는 대신 마을 문화를 그림에 담아 마을 정체성을 보존하고 생동감을 주면서 건물 재생에 기여하고 있다. 이렇게 조성된 마을을 ‘벽화마을’로 통칭한다. 

벽화마을을 잘 활용하면 꾸준한 관광객 유입을 통해 상권이 발전할 수 있고, 지역주민도 해당 마을에 대한 자긍심을 가지는 등 상호간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통영 ‘동피랑’ 벽화마을을 꼽을 수 있다.

통영시는 지난 2007년 재개발계획이 발표됐다. 하지만 마을 주민들과 시민단체가 결합하면서 철거 예정지 마을을 벽화마을로 조성한 뒤 관광명소가 됐으며, 보존대상지로 탈바꿈했다.

또한 2년마다 열리는 벽화 축제를 통해 계속해서 마을과 벽화를 새롭게 재단장하고 마을잔치와 전통행사 등의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주변 관광지와 연계를 꾀할 수 있는 지리적 장점을 활용하며 상생 협력도 놓치지 않는다. 마을 전 주민 80가구가 조합원인 생활협동조합 ‘동피랑 사람들’은 정부 지정의 마을기업으로 선정된 뒤 5000만 원을 후원받아 관광상품을 개발해 판매 중이다.


◆ 사생활 침해로 주민 스트레스...관리도 안 돼


[사진=픽사베이 제공]
[사진=픽사베이 제공]

반면, 벽화마을이 애물단지로 전락한 곳도 적지 않다.

이화벽화 마을은 서울을 대표하는 벽화마을로 유명세를 탔지만 지금은 정적이 흐른다.

몰려드는 관광객으로 인한 소음공해와 쓰레기 무단투기, 사생활 침해 등으로 생활에 불편함을 호소하는 일부 주민들이 벽화를 훼손하자 다른 주민이 해당 주민을 신고하면서 갈등이 깊어졌다.

관광객 유입으로 마을재생을 원하는 주민과 불편함을 호소하며 없애자는 의견이 대립하는 상황이다.

벽화 곳곳에는 덧칠로 인해 원래 그림을 찾아보기 어렵게 된 것이 있는가 하면, 건물 외벽에 ‘조용히 해주세요’, ‘주민들도 편히 쉬고 싶다’, ‘재생사업반대’라고 적힌 항의성 글귀도 눈에 띈다. 

대구 달성군의 김진주 씨(48)는 “벽화마을이 있다고 해서 여행하는 중에 아이와 함께 찾아왔다”면서 “다소 분위기가 어둡고, 관리가 안 된 부분들이 있어서 사진 찍는 것도 조심스럽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화벽화 마을 인근에 거주하는 박진철 씨(68)는 “누구를 위한 그림인지 모르겠다”며 “마을을 살리기 위해 조성된 벽화가 오히려 주민들 간의 갈등과 불화의 시작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주거지는 편하게 쉬고 싶은 공간인데 온갖 소음과 무차별적인 사진 촬영으로 사생활까지 노출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사진=픽사베이 제공]
[사진=픽사베이 제공]

화려했던 벽화가 관리 미흡으로 인해 흉물이 되는 일도 있다.

울산 신화 마을벽화는 13년 동안 총 28억 원의 예산을 투입했지만 외면받고 있다. 관리 부족과 주차시설, 편의 시설 부재로 발걸음이 끊긴 것.

대전 내 일부 벽화마을도 오랜 기간 유지관리 없이 방치되고 있다. 벽화 일부는 벽이 떨어져 나가거나 훼손되면서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

벽화마을은 인기를 끌면서 전국적으로 우후죽순 생겼고, 지금은 특수성도 잃고 있다. 또 무분별한 벽화 그리기로 지역 내 벽화 현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곳도 있다.

벽화의 취지를 살리고 관광지로 활성화하면서 지역주민도 상생할 수 있기 위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해 보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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