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자가 가져야할 저작권의 활용 상상력

 네이버 영화  한 장면 [출처=네이버 영화]
 네이버 영화 한 장면 [출처=네이버 영화]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는 ‘검정고무신’의 원작자인 이우영 작가가 세상을 떠난 지 한 달이 지났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참 슬프고 슬프다. 어떤 위로를 해야 할지 모르겠다.  고인은 소송을 당하고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한다. 얼마나 괴로워했을지 너무나 안타깝다. 소송의 원인은 저작권 관련 계약으로 인해 발생했다.

​창작자들에게 발생하는 저작권 문제는 보통 3가지 분야다.

첫째, 남의 저작물, 콘텐츠 등을 허락 없이 얼마나 이용해서 쓰는가에 따른 저작권침해와 표절문제이고 둘째, 실제 창작자의 이름을 써주냐 안 써주냐의 문제다. 그리고 셋째는 다른 사람이나 회사와의 저작권 활용계약에서 발생하는 문제 등에서 발생한다.

검정고무신 이우영 작가는 셋째인 2차적 저작물을 이용한 부가사업 비즈니스와 관련한 계약문제에서 갈등이 시작되었다. 보통 저작자나 저작권자가 피해를 당해서 법적조치를 취한다. 그런데 이우영 작가는 반대상황이었다고 한다. ​


◆ 창작자들의 저작권 고민 "자식같은 창작물을..." 


이우영 작가도 다른 창작자와 마찬가지로 이런 이야길 했다. ‘창작자(저작자)가 부모라면 저작물은 자식’ 이라고 말했다. 자식을 위해 헌신하는 부모가 자식 때문에 소송을 당했으니 얼마나 황당하고 분통했을까? 그는 충격에 빠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계약현장에서 다른 창작자들과 만나서 이런 이야기를 할 때가 있다. 계약서 검토해봤냐고 하면 '알아서 잘 해주시겠죠, 별 문제 있겠습니까' 라면서​ 답할 때가 있다. 너무 신뢰하거나 아니며 너무 센 요구를 하면 계약이 안될까 봐 그런 것 같다.

대체적으로 자신의 요청사항을 적극적으로 말하지 않는다. 왜 이렇게 소극적으로 대처할까? 아마도 다음과 같은 2가지 배경이 있을 것이라 본다. 누가 계약서를 작성하고 그에 따라 누가 더 유리한 위치에 있는가이다.

첫째, 누가 계약서를 작성하는가이다. 보통 창작가가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고 상대방 회사가 조건을 제시하고 진행한다.  자본력과 유통능력이 있는 곳에서 마음만 먹으면 계약내용을 원하는 쪽으로 만들어갈 수 있다.

협상의 기본 중의 하나는 먼저 원하는 조건과 금액을 제시하는 것이다. 상대방은 그 기준에 맞춰서 수동적으로 대응한다.  그럼 창작자가 먼저 제시하면 될텐데 라고 질문할 수 있다.

사실 대부분의 창작자는 자신의 저작물이 어느 정도의 재산적 가치를 갖는지 잘 모른다. 예술가로서 자신의 저작물 거래에 직접 나서는 것에 대해서 부담을 가질 수 있다. 그래서 구체적인 금액을 말하기 어려우니 제안자의 말에 따라갈 수밖에 없다. 

둘째, 비즈니스에서 누가 우위에 있는가이다. 보통 계약할 때 돈을 주는 쪽이 갑, 받는 쪽이 을이다. 창작자들은 '을'일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창작자들은 여건상 일반 직장인과 다르다. 고정적인 수입이 통장에 입금되는 일이 드물기 때문이다.

한 푼이 아쉬울 경우가 많다. 그래서 자본력있는 회사가 제안하면 일단 그 조건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많다. 생계를 유지하려면 당장 계약해야 한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매절계약 같은 저작재산권 양도가 주요한 이슈였다.

지금은 대부분의 창작자들이 함부로 양도하면 안된다는 것은 다 알고 있다. 표준계약서의 보급과 관련교육, 홍보 등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2차적 저작물 관련한 부가사업과 관련해서 지금도 독점 위임하는 경우는 꽤 많다. 어차피 자신이 못하니 지금 계약하는 회사가 하는 게 낫다는 것이다. 양도하는 게 아니니 큰 문제없다고 본 것이다.

지금도 그 믿음은 여전할까? 더 나은 제안이 있어도 이 회사를 통해서만 진행해야한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된다. 잘못 선택한 계약이 족쇄라는 걸 확인하고 후회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 2가지를 고려하지 않고 왜 계약했냐고 지적할 수 있다. 그러나 창작자가 계약했을 때의 당시 상황이 중요하다. 창작자는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다. 이 회사에서 제시하는 관행을 따르지 않으면 일 못 하지 않을까? 일을 더 하려면 이 회사의 조건을 들어줘야 하나라고 생각한다.

반대로 이야기하면 이 회사와 계약하지 않으면 창작활동을 못할지 모른다는 두려움, 미래의 공포감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회사가 그런 압력을 넣지 않아도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그래서 일단 계약서에 도장을 찍는지 모른다.

​그럼에도 창작자들이 저작권과 관련해 계약을 할 때 신중하게 판단해야 할까? 창작자들은 상상력이 풍부하지만 일부는 저작권 활용 능력의 상상력이 부족한 것 같다. 이 계약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경우의 수를 생각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점이다.

창작은 없는 것을 만들지만 저작권 활용에 대한 상상은 현실 그 자체로써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개인 저작권자가 갖는 법적 보호기간은 저작자 사후 70년까지이다. 꽤 긴 시간이다. 한 번의 선택으로 가문의 미래가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집 한 채가 있다. 보통의 집은 아파트, 빌라, 단독 형태다. 월세, 전세, 매매 등의 3가지 형태로 누군가와 거래한다. 내가 돈이 없지 않는 한 괜찮은 집은 잘 팔지 않는다. 사는 집이 아니면 월세나 전세로 내놓으면 된다. 정말 팔아야 할 때는 가장 신중해야하고 적절한 때에 팔아야한다. 

이런 생각은 누구나 한다. 왜 그럴까? 집이 우리 눈에 보이기 때문이다. 집은 평수, 구조, 위치 등이 정해져 있고 거래 범위도 한계가 있다. 남들 하는 것 보면서 판단하면 된다. 그런데, 저작권은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


◆ 같은 내 것인데도 집은 '보이고' 저작권은 '안보인다'


저작권은 집처럼 어느 한 곳에 고정된 것이 아니다. 여권, 비자가 없어도 어디든 가지고 가서 돈 버는 재산이다. 온라인, 오프라인, 국경, 시간에 관계없이 돈버는 재산이다. 같은 예쁜 집을 다른 나라, 인터넷에 지을 수 있는 권리자도 설계도의 저작권자이지 집의 소유권자가 아니다. 저작권은 실물이 아니어서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시대와 기술의 발전에 따라 다양한 모양으로 변하고 창조하는 신비한 지식재산이다. 저작재산권을 양도하지 않아도 비즈니스의 결정권이 있는가도 중요한 문제이다. 그래서 더욱 신중해야 한다.  

결국 계약할 때 자신의 저작권을 미래에 어떻게 활용하는지 등을 고려해서 결정해야 한다. 그렇다고 쫓기듯 하면 안 된다. 예로 계약서를 보고 이런 생각이 든다면 조심해야 한다. 

'아! 이거 뭐야?', '너무한 것 아닌가' ,​  '왠지 찜찜하네 ', '왜 나만 페널티가 있지? 이것은 좀 아닌 것 같은데....' 라고 한다면 어떻게 판단해야할까?

이것은 분명 창작자에게 손해되는 계약일 가능성이 높다. 주위 사람들에게 말해도 같은 생각이 들었다면 확실하다. 이 상황에서 과감하게 상대방 회사에게 요구할 수 있을까? 미래의 상황을 최악의 경우까지 고려하면서 시뮬레이션 해야 한다.

꼼꼼하게 따져서 손해 볼 것 없다. 수정 요청을 거부하는 곳은 차라리 계약을 안 한 것이 더 낫다. 그에 따른 엄청난 비용을 받는다면 문제없지만 그런 경우는 드물 것 같다.

다만 창작자 혼자서 결정을 내리기 어려울 수 있다. 관련해서 법적으로 문제되지 않는 선에서 도움을 구하면 된다. 저작권 전문 변호사나 문화체육관광부 관련 기관 등에서 상담도움을 주고 있다. 적극적으로 이용해서 해결해야 한다.   

지난 주 ‘해리포터’의 드라마 시리즈 제작 소식이 있었다. 조엔 롤링이 직접 대본작업에 참여한다고 한다. 조엔 롤링은 지금까지 번 돈보다 미래에 벌 돈이 더 많을 것 같다. 전 세계의 창작자들은 그녀를 부러워할 것이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창작자들은 돈 버는 것만큼이나 더 중요한 역할이 있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자식 같은 저작물이 다양하게 성장하는 것을 키워주고 싶은 부모마음일 것이다. 저작권으로 큰돈을 벌지 못하더라도 원작자가 존중받으면서 함께 한다는 것이 고 이우영 작가에게는 힘든 일이었나 보다. 지금 대한민국의 창작자들 모두가 존중받길 고인도 바랄 것이다. 

한광수 칼럼리스트(저작권 전문강사)
한광수 칼럼리스트(저작권 전문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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