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 방망이' AI, 공모전 저작권 가이드라인 제시해야

 [사진=프리픽. 기사 내용과 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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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틱톡, 인스타그램 등을 중심으로 다양한 영상콘텐츠 소비가 늘어나면서 공모전도 많이 늘었다. 공모전 전문포털 ‘씽굿’은 2022년 11월 14일까지 우리나라 전체 공모전이 1만 4000개가 넘었다고 전했다.

2022년 주요 주최자를 보면 지자체와 중앙정부기관, 공기업이 약 40%인 5,600 건으로 제일 많다. 이어서 기업군이 약 3100건으로 22%, 학교재단이 약 2400 건으로 17% 등이다.

전체 공모전 중 일반인 누구나 참여 가능한 공모전은 1만 건이 넘었다고 한다. 주로 기획, 아이디어, 기자단, 경품 등 다양한 개최 분야가 있다. 이중 공모전 3개 중에 1개는 '대외활동 참여체험 모집' 분야로 38%에 이른다. 2023년은 더 많은 공모전을 주최했고 많은 응모자들이 지원했을 것으로 기대한다. 

우리 주위에서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는 일종의 공모전(?)이 있다. 바로 로또다. 그런데 일 년 365일이 아닌 1주에 1번, 연간 52번 밖에 하지 않는다. 로또는 국민복권이기에 경쟁률도 치열하다.

1등 당첨확률이 800만분의 1이 넘고 3등도 3만분의 1이 넘는다. 5등이 그나마 45분의 1이 넘는다고 한다. 그런데 5등은 현금으로 바꿀 수 없다. 반면에 공모전은 연간 1만 5000 건에 이른다.

기쁜 통계 소식이 있다. 공모전 응모자수가 생각보다 적다고 한다. 보통 1 공모전당 평균적으로 1000명이 넘기 어렵다고 판단한다. 1건당 평균적으로 최대 1000명이 지원할 때 1등 당첨확률이 1000분의 1로써 로또 1등 보다 8000배 높다.

더군다나 공모전 횟수가 연간 52회인 로또보다 연간 280배가 더 많은 1만 4000 건 이상이니  확률이 더 높다. 단지 높은 당첨 확률에 비해 로또보다 금액이 아주 낮다는 단점(?)이 있다.

그럼에도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여러 공모전에 지원하고 자주 당선된다. 공모전 응모자가 적기 때문에 실제 당선확률은 더 높다. 공모전 수상자들 후기에 따르면 약간의 노하우와 성실성만 있으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한다. 이게 바로 공모전에 관심 가질 이유 중의 하나다. 

 [일러스트=프리픽. 기사 내용과 무관]
 [일러스트=프리픽. 기사 내용과 무관]

2014년 뜨거운 8월, 공정거래위원회는 공모전에 참가하는 응모자 권리향상에 큰 변화를 불러올 보도 자료를 발표했다. 관행을 깨는 중요한 내용이었다. 주최 측이 수상금 대가로 무조건 수상자 저작재산권을 함부로 가질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동안 수상하지 못한 응모자들의 저작권과 아이디어까지 주최 측이 가져가는 경우가 많았다. 사실 공모전 수상자들은 대부분 당연히 저작권이 넘어간다고 생각했다. 더군다나 수상하지 못한 응모자들 저작권과 아이디어까지 가져가는 일도 많았다. 예로 일부 출판사와 디자인 관련 회사는 수상하지 못한 작가들의 작품을 허락 없이 책에 실거나 상업적으로 이용하기도 했었다. 

응모자들과 수상자들은 저작권이 저작인격권과 저작재산권으로 구분되는 권리관계도 모른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수상자의 이름이 빠지거나 원작이 마음대로 바뀌어도 한마디 못하는 예도 많았다고 한다. 이는 창작자인 저작자가 갖는 저작인격권 중 성명표시권과 동일성유지권에 걸리는 내용이다.

다행인 것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저작권위원회에서 제시한 창작물공모전 지침제시안을 정부와 지자체 등 공공에서 적극 이용하면서 많이 나아졌다. 저작권 인식 개선의 한 분야로 공모전 저작권 문제가 많이 개선되었다는 점이 높이 평가할 부분이다.

최근 공모전 수상작품을 모니터링 해보니 공통적인 특징이 있었다. 인공지능(AI)을 이용한 콘텐츠 제작이 활발해졌다는 점이다. 응모자들이 여러 공모전에서 반복적으로 지원하고 지원자수가 적음에도 경쟁이 더 치열해진 듯하다. 일부 수상자들은 인공지능을 활용해서 당선하기도 한다.


◆ AI가 만든 작품, 대상 차지하자 'AI 저작권' 이슈 몰이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인공지능을 이용한 창작자체 문제가 아니라 그 사실 자체를 말하지 않는 것이 문제다.

2022년 미국 콜로라도주 공모전에서 제이슨 앨런은 인공지능 ‘미드저니’가 만든 작품 3개를 응모했다. 이중 1개 작품이 대상을 차지했다. 그는 응모 당시 인공지능을 활용해서 만들었다는 사실을 고지했다고 전했다. 단지 심사위원들은 제일 우수한 작품을 선정했다고 한다.

당시에는 이런 사례가 많지 않았고 누가 만들던 문제 삼지 않았기 때문에 1등 수상자로 선정한 것 같다. 제이슨 앨런은 1등 상금으로 300달러, 우리 돈 40만 원 정도를 받았다. 이 소식을 알려지면서 인공지능 저작권에 관한 엄청난 이슈를 몰고 왔다.  

그런데 아직 우리나라 공모전 주최 측은 이 부분을 분명히 구분하고 관리하는 것 같지 않다. 아직까지 인공지능이 만든 결과물은 저작권법 보호대상이 아니다. 단, 보호받지 못한다고 콘텐츠로서 기능을 못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 여러 분야의 창작자, 디자이너들이 이를 활용하고 있다.

 [일러스트=프리픽. 기사 내용과 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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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기업이나 업무용으로 활용하는 것과 달리 공모전은 공정성이 필요하다. 그래서 인공지능 결과물의 저작권 인정여부와 관계없이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이를 고민하는 공모전 주최 측에서 앞으로 고려할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인공지능 이용 여부를 밝혀야 한다. 영상이나 그림 인공지능 편집 프로그램인지, 어문 관련 인공지능인지 등이다. 앞으로 모든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통합되어 복합적인 기능을 발휘할 것인데 이를 고지하도록 해야 한다.

둘째, 각각의 응모작에서 인공지능이 창작한 부분과 응모자가 직접 창작한 부분을 구분해서 비율로 고지해야 한다. 만약 인공지능에 의해 직접 만든 대사, 영상, 사진 등이 50% 전후를 차지하거나 상당부분에 관여했다면 수상에 크게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물론 인공지능으로 만든 응모작과 사람이 창작한 응모작을 구분해서 시상할 경우는 관계없다.

단지 이럴 경우 주최 측에 따라 예산이 증가할 수도 있다. 여기서 오해하면 안 되는 점이 있다. 인공지능이 만든 결과물을 부정적인 것으로 보는 것이 아니다. 공모전 주최 측이 주로 공공분야와 교육 분야가 많기 때문에 충분히 고지하고 기준에 맞게 심사하면 된다. 특히 아직까지 인공지능을 활용한 창작자보다 기존의 창작방식으로 만드는 저작자가 더 많기 때문이다.


◆ AI 출처 밝히고 '응모자 : AI' 비율도 고지해야


셋째, 다른 사람이 타인의 저작물 혹은 인공지능으로 작업한 결과물을 무단 이용할 경우의 출처문제다. 저작권법상 인공지능 저작물이 저작권 보호대상이 아니니 무단 이용해도 상관없다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저작권법 보호대상과 보호기간 여부와 관계없이 남의 콘텐츠를 이용할 경우 일단 출처를 명시해야 한다. 보통 타인의 저작물, 타인의 콘텐츠라 하는데 ‘남의 콘텐츠’라 말하는 이유가 있다.

연세대 남형두 교수 연구에 따르면 타인은 사람이 저작자라는 전제로 지칭하지만 인공지능은 사람이 아니기에 타인을 포함한 ‘남’이라고 지칭하는 것이 맞는다고 본다. 즉, 사람이 아닌 다른 존재인 인공지능을 포함해서 남의 콘텐츠를 이용할 경우 출처명시를 고지해야할 의무를 제시해야한다.   

2023년 봄에 미국 저작권청은 인공지능 결과물의 저작권등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반드시 사람이 창작을 주도해야 한다고 했다. 등록과정에서 인공지능이 만든 부분과 사람이 창작한 부분을 구분해서 고지하고 거짓 등록할 경우 나중에라도 취소할 수 있다고 했다. 우리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저작권위원회도 2023년 말에 인공지능 저작권등록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기로 했다.

어느 나라든 사람이 창작한 부분과 기여한 점에 대해서만 저작권법 보호대상으로 인정하고 있다. 그만큼 사람의 창작행위가 기술적인 부분을 넘어선 정신적인 노동의 대가이고 그만한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기관, 지자체, 공기업과 학계, 일반기업 등도 이런 부분을 고려해서 공모전에 도깨비 방망이 같은 인공지능을 활용할 경우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한다. 2024년에는 보다 더 활발하고 재미있는 많은 공모전이 나오고 다양한 창작물과 인공지능 결과물이 나오길 기대한다.  

한광수 칼럼리스트(저작권 전문강사)
한광수 칼럼리스트(저작권 전문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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