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LG화학·애경케미 등 화학업계 '4조 2교대' 도입
'집중 업무' '집중 휴식' 선호도 높은 MZ 맞춤형 체질변화

 근로시간제 개편안이 화두인 가운데, 생산 현장에서 '4조 2교대' 근무제를 채택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일러스트 = 뉴스캔 배모니카 기자]
 근로시간제 개편안이 화두인 가운데, 생산 현장에서 '4조 2교대' 근무제를 채택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일러스트 = 뉴스캔 배모니카 기자]

[뉴스캔=박진용 기자] 정부가 '주 최대 69시간 근로 유연화'를 골자로 한 근로시간제 개편안을 놓고 고심 중인 가운데, 산업분야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4조 2교대 근무제 등 내부 여건에 최적화된 근로문화 정착을 시도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근로시간을 유연화하거나 교대근무 활성화를 통해 근로자들의 삶의 질 향상을 도모하고 있다. 이를 통해 사업장 업무 효율을 제고하면서도 근로자들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함이다.

특히 MZ(2030세대) 근로자들을 중심으로 최근 밀도 높은 근무와 휴식을 선호하는 문화가 정착되면서, 기업들도 이에 걸맞게 체질변화를 꾀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발표된 전국경제인연합회의 '근로 시간에 관한 인식'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MZ 근로자의 과반인 55.3%가 '필요하면 주 3~4일간 몰아서 일하고 주 1~2일 휴무하겠다'고 응답한 것으로 집계됐다. 

19일 석유화학업계에 따르면 한화토탈에너지스, 애경케미칼은 일부 공장에 한해 생산직 근무체계를 기존 4조 3교대에서 4조 2교대로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석유화학분야 산업현장의 경우 생산라인이 24시간 가동되는 만큼, 기존에는 4개조가 돌아가면서 8시간씩 근무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나, 2교대 체제 전환으로 근로시간은 늘어난 대신 휴일이 보다 많이 보장된다는 장점이 있다.

한화토탈에너지스 관계자는 "사내 MZ 직원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한 처사"라며 "4조 2교대는 12시간씩 2개조가 돌아가면서 일을 하는 대신 휴일 총량이 연 최대 80~85일가량 늘어난다. 2030 직원들을 대상으로 자체 의견수렴을 진행한 결과 '일도 휴식도 몰아서' 하고자 하는 경향이 강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 2교대 시스템을 서산 대산공장(소공장) 2개동에서 시범운영 중에 있다"고 밝혔다. 

애경케미칼은 이미 지난해 12월부터 울산 공장 생산라인에 대해 4조 2교대 근로제를 도입, 시행 중이다. 그에 앞서 애경케미칼은 노사가 합심해 구성한 TF(태스크 포스)를 구성해 이같은 시행책 마련에 일찌감치 나섰다. 실제로 회사 측에 따르면 4조 2교대 체제에 대한 만족도는 전체 임직원의 90% 이상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을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SK이노베이션도 지난해 근무제 개편과 관련해 단계적 노사 협의를 거친 끝에 약 1년 동안 4조 2교대를 시범 운영한 뒤 현재 울산콤플렉스(CLX) 현장에서 이와 같은 새 근무제를 적용하고 있다. 창립 이후 61년 만에 이뤄진 근로제 개편이다.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사진=현대제철 제공]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사진=현대제철 제공]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2교대 도입으로 사업장 업무효율이 적게는 4%에서 최대 8%까지 개선된 것으로 나타나 최초 시행한 울산콤플렉스를 시작으로 점차 2교대 적용을 확대할 방침"이라며 "2교대 전환으로 근로시간이 늘어난 것에 피로도를 호소하는 직원은 드물고, 대체로 확실한 휴식이 보장된다는 것에 만족도가 높은 것 같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이러한 흐름에 LG화학과 롯데케미칼도 4조 2교대 도입을 전면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G화학의 경우 일부 생산라인에 2교대의 실효성을 검증하기 위한 테스트베드를 꾸렸고, 롯데케미칼도 근로제 유연화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이 밖에 에쓰오일,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업계를 비롯해 철강기업인 포스코, 현대제철과 반도체사인 LG디스플레이도 4조 2교대 근무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선 장시간에 걸친 근무 패턴이 지속될 경우 업무 집중력이 저하되거나 자칫 안전사고 발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엄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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