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이자율 4.15%' 고금리 저축상품 출시로 금융권 진출 본격화
美 레거시 은행권 애플 예의주시 속 글로벌 진출 행보에도 관심

애플이 연 4.15%의 이자 혜택을 제공하는 저축계좌 상품을 출시하자 미국 금융권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일러스트 = 뉴스캔 이하나 기자]
애플이 연 4.15%의 이자 혜택을 제공하는 저축계좌 상품을 출시하자 미국 금융권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일러스트 = 뉴스캔 이하나 기자]

[뉴스캔=박진용 기자] 글로벌 IT 공룡기업인 애플(Apple)이 연 4.15%의 이자 혜택을 제공하는 저축계좌 상품을 출시하며 미 금융권 진출을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금융 간편결제 서비스인 '애플페이'를 시작으로 은행권의 전통적 업무인 예금 분야까지 손을 뻗으며 대대적인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기준 애플의 금융사업 매출은 그룹 전체 매출의 20%를 상회하는 수준으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이번 신규 예금 상품은 미국 평균 예금금리의 10배가 넘는 수준이라는 점에서 파격적이다. 이에 현지 각종 언론에서도 레거시 은행권의 예금 상품을 압도하는 수준이라며 애플의 금융시장 장악 야심이 가시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애플은 지난 17일(현지시간) 매출 기준 세계 2위 투자전문 은행인 골드만삭스와의 협업을 통해 애플카드 저축계좌 상품을 출시했다고 밝혔다. 

애플이 이번에 출시한 저축 상품은 아이폰 월렛 앱(app)을 통해 계좌를 무료 개설하고 애플 카드로 결제 시 건별 최대 3%의 '데일리 캐시(daily cash)' 보상을 받을 수 있다. 또 저축계좌에 추가 자금을 넣어 부가 수익을 창출할 수도 있다. 다만 자국 내 신용 승인을 받은 애플 카드 보유자만 계좌 개설이 가능하다.

잔고 확인 등 계좌 관리는 아이폰 월렛 앱의 대시보드로 가능하며, 여기엔 예금 금리 확인이나 현금 인출 기능도 포함돼 있다.   

무엇보다 애플 카드를 이용하게 되면 미 평균 저축예금 이자의 10배를 초과하는 연 최대 4.15%의 금리 혜택을 볼 수 있다. 연방예금보험공사에 따르면 미국의 저축성예금 평균 이자율은 0.35%에 불과하며, 애플 카드의 연 이자율은 미국 전체 은행 중 상위 11위 수준이다. 


◆애플통장 출시에 긴장감 감도는 美 레거시 은행권  


현지 언론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애플의 저축상품 출시에 "애플이 아이폰을 '디지털 지갑'으로 고도화했다"고 평했다. 이렇듯 미국 현지에서는 애플이 자사의 아이폰 하드웨어와 월렛 앱 소프트웨어를 결합시켜 예금 등 은행 주요 업무를 전면 디지털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울러 초대형 IT 기업과 투자은행이 공동 프로젝트로 빚어낸 일명 '디지털 애플 통장'의 파급력도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애플의 거대 자본력과 인지도가 동원된 고금리 혜택 승부수가 미 금융시장에 지각변동을 가져올 수 있다는 분석이 잇따른다.

이에 CNBC, WSJ 등 유력 외신에 따르면 미국의 레거시 은행권도 애플의 금융 진출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이 소매금융 디지털화를 주도하며 잠재적 예금 수요를 쓸어담을 수 있다는 우려가 벌써부터 감지된다.

애플사가 은행권 주요 업무인 고금리 저축계좌 상품을 출시하면서 은행권이 긴장하고 있다. [사진=애플]

당장 협업체인 골드만삭스조차도 애플이 금융시장 내 유력 경쟁자로 발돋움할 가능성을 예의주시하는 모양새다. 

골드만삭스 데이비드 솔로몬 최고경영자(CEO)는 18일(현지시간) 애플통장 출시에 따른 자기시장잠식 가능성을 점치며 경계심을 보이기도 했다. 솔로몬 대표는 이날 1분기 실적발표회에서 "애플의 야심작인 애플통장에 대해 크게 걱정할 수준은 아니라고 보지만, 카니발리제이션(자기시장잠식)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아울러 애플의 자체 집계에 따르면 지난 2021년 기준 전 세계적으로 아이폰 실사용자가 10억 명 이상으로 추산되는 만큼, 애플통장의 글로벌 상용화 가능성에도 힘이 실린다. 다만 애플은 현재 애플통장 등 금융서비스의 해외 진출 여부에 대해선 별도의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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