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의사와 상관없이 가해자 처벌, 판결 전 전자발찌 부착
'신당역 살인사건' 발생 9개월 만에 개정...사후약방문 지적도

스토킹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치 않더라도 가해자를 반드시 처벌토록 한 '스토킹 처벌법'이 지난 21일 국회 본회의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이미지=픽사베이]

[뉴스캔=박진용 기자] 스토킹 피해자의 불처벌 의사나 합의 여부와 무관하게 스토킹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도록 한 이른바 '스토킹 처벌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지난해 9월 국민적 공분을 자아냈던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이 발생한 지 9개월 만이다.

아울러 이번 개정법(안) 통과로 스토킹 가해자는 유죄가 확정되지 않더라도 필요성이 인정되면 위치추적이 가능한 전자발찌를 부착해야 한다. 

다만 여성계 등 일각에선 입법기관인 국회가 관련법에 대해 보다 기민하고 세밀하게 다뤘다면 신당역 사건과 같은 비극을 막을 수 있었다며 '만시지탄'이라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국회는 지난 21일 본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을 담은 스토킹 범죄 처벌법 개정안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관련 법안은 지난해 '신당역 살인 사건'과 같은 스토킹 피해 사례 재발을 막기 위한 취지로 마련됐다.  

또 법원이 선제적 피해자 보호조치 등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가해자에 대한 전자발찌 부착 등 사전 조치를 취할 수 있게 됐다. 만약 피의자가 전자장치를 임의로 분리·훼손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된다. 

이 밖에 이번 개정안에는 긴급응급조치 보호 대상을 스토킹 피해자의 동거인 또는 가족까지 넓혀 가해자에게 100m 이내 접근 금지 등의 제재를 취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강화하는 것과 함께,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음성·문자·사진·영상 메시지를 전송하는 행위 일체를 스토킹 범죄로 규정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SNS상으로 상대방의 개인정보나 위치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배포·게시하거나, 개인정보를 도용해 사칭하는 행위도 스토킹 범죄에 해당한다. 

한편,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은 가해자인 전주환(32)이 지난해 9월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화장실에서 서울교통공사 입사 동기였던 20대 여성 역무원을 흉기로 살해한 사건이다.

전주환은 고인에 대해 지난 2019년부터 3년에 걸쳐 350여 회 이상 전화 및 문자로 스토킹을 일삼았다. 이에 고인이 2021년 전주환을 불법촬영 등의 혐의로 고소했으나, 당시 법원은 피의자가 증거 인멸이나 도주의 우려가 없다고 판단해 검찰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후 고인에 대한 경찰의 신변보호가 있었지만 접근금지명령 조치는 이뤄지지 않은 가운데, 전주환은 고인에게 합의를 빌미로 스토킹을 멈추지 않았다. 전주환은 고인과의 합의가 불발되자 끝내 고인의 근무지를 찾아가 참혹한 범행을 저질렀다. 전주환은 총 49년형을 선고받고 현재 복역 중이다.


스토킹 처벌법 늑장 개정 '만시지탄'  


현행법에 따르면 스토킹 범죄는 '반의사 불벌죄'(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을 경우 처벌할 수 없는 범죄)에 해당하기 때문에 집착성 범죄 특성상 재발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잇따랐다.

아울러 스토킹 처벌법이 처음 시행됐을 당시에도 피해자가 가해자와 지인일 경우 보복을 우려해 처벌 의사를 접는 경우 등을 감안하면 '반의사 불벌죄'가 독소조항이 될 수 있다는 문제제기도 있었다.

이에 관련법이 시행된 지 1년 8개월여 만, 참혹한 살인 사건이 일어난 지 9개월 만에 '늑장 법 개정'이 이뤄지자, 이를 규탄하는 여론이 적지않다. 법 제정과 동시에 사회 각계에서 제기된 우려에 대해 국회와 정부가 기민하게 대응했다면 신당역 사건과 같은 참극을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선거철 표심 구애 등 정치공학에 매몰된 여야 정치권의 고질적인 졸속 입법 문화도 반드시 끊어내야 할 적폐로 지목된다.  

아울러 이번 스토킹 처벌법 개정이 뒤늦게서야 이뤄진 것도 신당역 사건이 이슈화된 데 따른 정부와 국회의 후발성 조치라는 비판이다.

한국여성단체연합 한 관계자는 <뉴스캔>과의 통화에서 "신당역 살인 사건은 '예견된 참사'라는 점에서 더욱 안타깝다"면서 "지금이라도 법 개정이 이뤄진 것은 다행이지만, 개정법 또한 피해자가 법적 보호조치를 청구할 수 있는 세부 규정 등을 보완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그는 "주기적으로 심리적 불안이나 공포감을 유발하는 각종 유사 행위에 대해서도 스토킹 처벌 대상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라며 "국회와 정부가 더욱 심층적인 분석과 실증을 거쳐 실효성 있는 법안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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