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달굴 뜨거운 감자, 노란 봉투법 두고 여야 총력전 예고

 노란봉투법을 둘러싸고 재계와 노동계, 정부·여당과 야당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일러스트=뉴스캔 이하나 기자] 
 노란봉투법을 둘러싸고 재계와 노동계, 정부·여당과 야당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일러스트=뉴스캔 이하나 기자] 

‘A 기업, 파업 노동자들 상대로 4700억 원 손해배상소송 제기.’

다가올 2030년, 각종 언론매체의 헤드라인을 화려하게 장식할 문장이다. 예언가도 아니면서 어떻게 그렇게 확신하냐고 물을 수 있겠지만 ‘역사는 반복된다’는 저 유명한 경구에 따르면 이는 절대로 부정할 수 없는 일이 된다. 아무렇게나 내뱉는 소리가 아니다. 엄연히 증거가 있기 때문이다. 

#증거 1. 2014년 쌍용자동차, 파업 참여 노동자들에게 47억 원 손해배상 판결

#증거 2. 2022년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을 상대로 470억 원 손해배상청구소송 제기

이미 벌어진 이 두 가지 사례를 과학적(?)으로 분석한 결과, 8년을 주기로 유사한 사례가 반복되며 다시 반복될 때마다 손해배상금액은 10배로 늘어남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보다 더 확실한 증거는 없다. 다만, 이 예언이 무사히 실행되는데 있어 한 가지 걸림돌이 존재한다. 행여 그 걸림돌에 발부리가 차이기라도 한다면 예언은 수포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그것이 바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조, 3조 개정안’, 일명 노란 봉투법이다. 

현재 국회 본회의에 부의되어 있는 노란 봉투법이 본회의 표결을 거쳐 원안대로 통과된다면 2030년 파란을 몰고 올 하청노동자 상대의 천문학적인 손해배상소송은 아예 존재할 수도 없는 일이 되기 때문이다.


◆ 하청노동자의 단체교섭권 부여는 반드시 필요한 일


올 하반기 정계와 노동계의 모든 촉각은 노란 봉투법 통과에 쏠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야권과 노동계는 절대 항전을 선언한 뒤 온 전력을 쏟아 붓고 있으며 여권과 경영계 역시 이를 저지하기 위해 일사불전을 외치고 있는 중이다. 

그 어느 때보다 격렬한 파열음이 예고되고 있지만 전망이 그리 밝은 것은 아니다. 천신만고 끝에 국회를 통과한다 하더라도 개정안의 탄생을 보지 못할 확률이 큰 때문이다. 벌써부터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를 시도할 것이라는 말이 흘러나오고 있는 것이 이유다. 설마 그러기까지 할까 하는 막연한 기대감은 애당초 부질없는 환상에 가깝다.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올해에만 벌써 두 차례 이어진 때문. 지난 4월의 양곡관리법 거부, 이어진 지난 5월의 간호법 거부까지 실행된 터라 이번 노란 봉투법 역시 쓰레기통에 처박힐 확률이 지배적이라는 게 대체적인 평이다.

이렇게 되면 노란 봉투법은 최소한 현 정부 임기 동안은 모습을 드러낼 수 없게 될 것이다. 다시 국회 표결이 이뤄진다 해도 법안 재의결 시 필요한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 및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 요건 충족은 야권의 힘만으로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지난 2월 15일 국회 앞에서 열린 '노조법 2·3조 일명 노란 봉투법 개정 즉각 처리 촉구 결의대회' 현장 모습. [사진=민주노총]
지난 2월 15일 국회 앞에서 열린 '노조법 2·3조 일명 노란 봉투법 개정 즉각 처리 촉구 결의대회' 현장 모습. [사진=민주노총]

여기서 다시 한 번 역사의 반복성을 떠올리게 된다.  지금처럼 여소야대의 국회가 존재하던 지난 1989년, 야권이 힘을 모아 반민주적 요소로 악명 높던 노동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직후, 당시 국정 수반이던 노태우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로 노동개혁의 염원을 짓밟은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노동자들의 삶이 얼마나 피폐해졌는지는 새삼 언급할 필요도 없다. 그런 일이 다시금 반복되려는 이 상황이 과연 정상적이기는 한 걸까.

단지 하청노동자라는 이유만으로 자신들의 정당한 권리를 주장할 수도 없게 만들고, 그도 모자라 엄연한 노동자들의 권리 행사를 불법 파업이라 몰아붙이고 파업노동자들에게 무차별적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은 노동기본권의 침해를 넘어 생존권을 위협하는 불법적인 일에 다름 아니다. 오죽하면 국제인권위원회가 내정 간섭의 우려를 무릅쓰고서 대한민국 정부에 노조법의 직접적이고 즉각적인 개혁을 요구했을까. 그럼에도 개정을 위한 여정은 험난하기만 하다.


◆ 노란 봉투법 수혜자, 열악한 처우를 묵묵히 감내하는 노동자임을 기억해야


익히 알고 있듯, 노란 봉투법의 수혜자는 택배노동자나 하도급 근로자 등 고용 사슬의 최하단을 메우고 있는 힘없는 노동자들이다. 누구보다 열악한 처우를 묵묵히 감내하며 우리 사회의 발전을 위해 땀 흘리고 있는 이들을 위해 당연히 만들어졌어야 할 법을 지금이라도 탄생시키는 것이 현 정부가 그토록 주장하는 공정사회의 취지에 부합하는 것이라 믿는다.

물론 그렇게 되면 필자는 허무맹랑한 유언비어를 나포한 셈이 된다. 얼마 남지 않은 체면에 심각한 금이 가긴 하겠지만 그 정도는 즐거운 마음으로 감수할 의향이 있다. 솔직히 말하면 절실하게 이 예언이 틀리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다. 그건 굳이 필자만의 생각이 아닐 것이다. 

2014년, 쌍용차 파업 참여 노동자들에게 47억 원의 손해배상 판결이 내려지자 언론사에 4만 7,000원이 담긴 노란 봉투를 보내온 한 시민의 염원이 그랬던 것처럼 이 땅의 수많은 노동자들 역시 그런 간절함을 지닌 채 누구보다 선명하게 물든 노란 봉투를 기다리고 있을 테니 말이다. 

손영남 칼럼니스트
손영남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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