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처법 내년부터 50인 미만 사업장 확대 적용
중소기업 "인력·재정난에 안전관리 여력 없어"

 지난해 1월 27일부로 시행된 중처법은 현재 국내 건설업계를 관통한 최대 담론이자 쟁점 이슈다. [일러스트=프리픽 제공]
 지난해 1월 27일부로 시행된 중처법은 현재 국내 건설업계를 관통한 최대 담론이자 쟁점 이슈다. [일러스트=프리픽 제공]

[뉴스캔=박진용 기자] 지난 9일 안성시 옥산동 소재의 한 근린생활시설 신축 공사장이 붕괴되면서 2명이 숨지고 4명이 부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망자 2명은 베트남 출신 형제 노동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사 규모 50억 원 이상의 현장에서 발생한 사고인 만큼,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에 적용될 전망이다.

지난해 1월 27일부로 시행된 중처법은 현재 국내 건설업계를 관통한 최대 담론이자 쟁점 이슈다. 관련법이 시행된 지 1년 반가량이 지났지만 실효성 논란부터 건설현장의 혼란 가중 등 보완점이 수두룩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중처법 시행 이후에도 건설현장에서 발생하는 안전사고는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자체 조사에 따르면 지난 1분기(1~3월) 산업재해 사망자는 총 128명(124건)으로 파악됐다. 월 평균 40명가량의 근로자가 산재로 목숨을 잃고 있는 셈이다. 중처법 시행 당해인 지난해 역시 산재로 사망한 근로자는 전년(248명)보다 8명 많은 256명인 것으로 집계된 바 있다. 

이는 현행 중처법이 국내 건설현장의 후진적 안전관리 체계를 개선하는 데 실효가 없다는 점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중처법의 기본 취지는 건설사고를 원천 방지하기 위함이나, 사고 발생에 대해 건설사가 응분의 책임을 지는 데 방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건설사들 역시 산재 예방에 총력을 기울이기 보다는 면책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 모습이다. 실제로 일부 대형 건설사들이 관련법 적용을 피하기 위해 서류 조작까지 마다하지 않는 사례가 적발된 바도 있다.


◆ 50인 미만 중소 사업장 "인력·재정난에 빠듯한데..."


특히 50인 미만의 중소 규모 건설사에 대한 중처법 확대 적용 문제도 밑바닥 건설업계에 극심한 진통을 떠안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형 건설사들과 비교해 인력 풀이 좁아 촘촘한 안전관리 체계를 구축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여기에 중처법 처벌 범위가 CEO(최고경영자), COO(최고안전책임자) 등 사내 요직의 실형과 법인 차원의 천문학적 벌금까지 해당되다 보니 중소기업은 사고 발생 시 폐업에 준하는 치명상이 불가피하다는 것 또한 업계의 우려사항이다.

실제로 최근 300인 미만 규모의 500개 중소 건설사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50인 미만 중소기업의 40.8%가 중처법에 대응할 만한 여력이 없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 안성시 옥산동의 한 신축 공사장 붕괴사고 현장. [사진=국토부 제공]

아울러 <뉴스캔>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경기권 소재 중소 건설사 소속의 현장 근로자들 역시 중처법에 대한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업계 현장에서 중처법 시행 전 유예기간을 확대하는 한편, 중소기업들의 인력·재정 여건과 안전관리 착근 가능성 등을 충분히 감안한 정부 지원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해 분출하는 이유다. 

본사 직원이 40여 명 규모인 경기 평택시 소재의 한 건설사 중역은 "지금 순수 한국인 노동력이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애시당초 대기업에서도 인력이 부족해 외국인들을 적극 공사현장에 투입시키는 판국에 중소기업이면 오죽하겠나"라며 "이 와중에 중대재해처벌법이 확대 시행되면 법으로 규정된 안전관리 매뉴얼을 정확하게 실현할 업체들이 몇 곳이나 되겠나"라고 반문했다.

서울 소재의 한 중소 건설사 임원도 "중대재해법 시행이 과연 본질적으로 건설현장의 안전관리 체계를 혁신시킬 만한 법인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면서 "실효성은 차치하더라도 50인 미만 사업장의 인력 규모나 재정 여력이야 뻔한데, 소규모 업체들은 사고예방을 위한 현장 매뉴얼 구축부터 전문인력 배치, 사후 대응을 감당할 수 없는 지경"이라고 처벌 강화가 능사는 아니라는 취지로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그는 "가뜩이나 인력난에 공기도 맞추기 힘들어서 공사 경험이 2년도 채 되지 않는 신입들로 현장을 메우고 있는 실정인데, 현장 안전관리에 전문성을 보유한 실무 총잭이나 관련 실무자들을 배치하는 게 가능하겠나"라고 토로했다. 

서울의 또 다른 중소 건설사 소속인 13년차 현장 관리자 A씨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지금은 아무리 소규모 현장이라고 해도 외노자(외국인 노동자)조차 구하기 쉽지 않다"라며 "소위 (안전)관리자라고 할 만한 인력을 현장에 파견할 만한 여력도 안 되는데 현실적으로 안전교육이니 지침이니 하는 게 제대로 실행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그는 "사고가 생기면 가장 먼저 당사자의 생사가 오가는 것은 물론이고 담당 사업체도 막심한 피해를 본다. 업체나 관리 주체의 과실 여부만 따질 것이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 사고 예방을 위한 인력이나 교육을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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