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노사, 교섭 결렬...노조, 8일 조합원 총투표서 파업 여부 결정

노동계가 올 하반기 '60세→65세' 정년연장 카드를 꺼내들었다. 우리나라도 초고령 사회로 진입함에 따라 고령층 근로자들의 정년연장은 필수인 시대가 도래했다며 이에 대한 전향적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기업계의 입장은 이와 결을 달리하고 있다. 실무형 인력 부족 등으로 노동시장이 경직된 상황에서 노동계의 주장대로 정년을 연장하게 될 경우 해고 제한 등으로 노동인력 순환에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것. 아울러 취업문을 두드리는 MZ(2030세대)에게도 좌절감을 안길 수 있다는 게 기업계가 주장하는 바다. 이렇듯 노사가 정년연장을 사이에 두고 평행선을 달리면서 최근 사회적 갈등 양상으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이에 <뉴스캔>은 산업현장 곳곳에 만연한 '정년연장 딜레마'의 면면을 들여다 봤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65세까지 연금을"...현대차 노사, 임단협 진통

②기아도 동참...'64세 정년' 현대기아, 파업도 불사?

③'폭풍전야' 포스코, 노사 이견에 55년 만에 파업 위기

④'65세' 화두 던진 한노총...국회, 회답할까

⑤"수급 늦어지면"...정년연장 '뇌관'된 국민연금

⑥재계 "공감하지만...고용경직, 고임금 부담"

 [일러스트=이하나 기자]
 [일러스트=이하나 기자]

[뉴스캔=박진용 기자] 노동계를 중심으로 정년연장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국내 대기업 노동조합들은 노사간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테이블에서 기존 60세 정년을 최대 4~5년까지 늘려 달라고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반면 기업계는 노조의 정년연장 요구에 난색을 표하면서 퇴사 후 재고용을 확대하는 쪽으로 방향을 설정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8월 말 현재 임단협이 진행되고 있는 현대자동차 노사는 현행 60세 정년을 64세로 늘려 달라는 노조 측 요구안을 놓고 진통을 겪고 있다. 포스코, 현대제철 등 철강업계도 노조의 정년연장 요구에 폭풍전야다.

여기에 노조 양대산맥인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정년연장 군불때기에 나서며 대기업 노조 투쟁을 후방 지원하고 있다. 특히 한노총은 최근 정년 관련법인 고령자고용법을 개정해 현행 60세 정년을 65세로 상향하자는 취지로 국회에 청원을 넣었다. 

당초 국회 법안 발의로 법정 정년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22대 총선을 앞둔 정치권이 미온적인 반응을 보인 데 따른 조치다. 한노총은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고, 퇴직 후 국민연금 수급 개시까지 간극이 있어 소득 공백이 발생한다는 점을 청원 사유로 들었다.

이에 기업계는 정년연장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인건비 부담과 신규채용 위축을 우려하며 맞서고 있다. 최근 정년연장 논의가 화두에 올랐던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의 경우 노사 합의가 불발되면서 임단협 요구안에서 정년연장 조항이 삭제된 바 있다. 

또 일각에선 정년연장을 섣불리 단행할 경우 청년층의 취업 문턱을 드높이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도 엄존한다. 실제로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지난 2016년 60세 정년제가 도입된 이후 청년고용이 줄었다. 정년연장에 따라 고령층 고용이 0.6명 증가하는 반면, 청년층 고용은 0.2명 줄게 된다는 분석도 나왔다.   

정부도 정년연장에는 유보적인 스탠스를 취하고 있다. 법적 정년을 연장하는 대신 고령층 재고용을 확대하는 쪽으로 방향타를 잡은 것. 이는 정년연장에 회의적인 기업계 논리와도 맞닿아 있다.


◆ 기아 노사, '64세 정년연장' 가부 놓고 임단협 난항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30인 이상 규모의 1047개 기업들 중 과반을 훌쩍 넘는 67.9%가 재고용을 선호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정년연장에 동의한 기업은 전체의 25.0%에 불과했다. 나머지 7.1%의 기업은 정년폐지를 통한 영구 고용에 동의했다. 

기아 노사가 지난 7월 오토랜드 광명 본관에서 2023년 임금 및 단체교섭 상견례를 진행했다. [사진=기아 제공]
기아 노사가 지난 7월 오토랜드 광명 본관에서 2023년 임금 및 단체교섭 상견례를 진행했다. [사진=기아 제공]

최근 정년연장 담론을 놓고 임단협 파국이 이어지고 있는 현대차에 이어 기아도 '60세→64세 정년연장' 의제가 노사간 임단협 최대 뇌관으로 작용하고 있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기아 노사는 최근 임단협 교섭이 결렬됨에 따라 노조 파업 수순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임단협이 결렬된 최대 쟁점 사유는 정년연장 여부다. 

기아 노조는 지난달 31일 오토랜드 광명에서 사측과 임단협 9차 본교섭을 마친 직후 협상 결렬을 공식 선언한 한편, 이날 중앙노동위원회(이하 중노위)에 쟁의 조정을 신청했다.

현재 기아 노조는 기본급 18만4900원 인상을 비롯해 영업이익 30% 성과금 지급, 정년 4년 연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이번 임단협 노조 요구안에는 59세 임금 동결, 60세 임금피크제 폐지 등의 내용도 담겼다.

특히 기아 노조는 정년연장과 관련, 현행 정년제의 경우 국민연금 수령 연령이 65세인 상황에서 3년 이상 소득 공백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사측이 노동자들의 노후를 보장해줘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에 만 64세로 정년연장을 해야 수익 공백 없이 연금 수령이 가능하다는 것이 이들의 논리다. 


◆ 정년연장 수용 불발시 파업에 '무게'...사측 "정년 연장, 노조와 대화하겠다"


기아에 따르면 기본급 인상이나 성과금 지급에 관한 노사 교섭 가능성은 전향적 방향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지만, 정년연장 논의 만큼은 사측 반대가 견고해 노사 양측이 평행선을 긋고 있는 지점이다. 

기아 사측은 노조의 정년연장 요구에 생산공정 합리화, 인력 순환배치 등을 위해선 현행 정년 유지가 불가피한 데다 사회적 합의도 이뤄지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정년요구에 앞서 단체협약에 명시된 '고용세습' 조항을 삭제할 것을 노조 측에 요구하고 있다. 

기아 노조의 한 간부급 관계자는 이날 <뉴스캔>과의 통화에서 "(사측이) 정년연장에 앞서 고용세습 조항 삭제를 요구하는데, 이는 사실상 정년연장 등 노조 요구안을 수용할 수 없다는 의견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라며 "8일 (조합원) 파업 투표 결과가 중요한 상황인데, 현재 분위기로는 파업권 획득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또 이 관계자는 기아 사측이 정년연장에 대한 엄중한 인식을 갖고 선제적으로 제도 개편에 나서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기아 노조는 4일 쟁의 결의를 위한 임시대의원대회를 열고, 오는 8일에는 전체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파업 찬반투표를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 노사가 울산공장 본관에서 임금협상건으로 상견례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캔 DB]
현대차 노사가 울산공장 본관에서 임금협상건으로 상견례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캔 DB]

따라서 중노위가 임단협 '조정 중지' 결정을 내리고 조합원 총투표에서 투표 참여자의 3분의 2 이상이 파업에 찬성하면 기아 노조는 합법적 파업권을 획득하게 된다.

이와 관련, 기아 관계자는 노조 파업 가능성에 대해 <뉴스캔>에 "협상 세부안에 대해서는 달리 드릴 말씀이 없다"면서도 "다만 정년연장의 경우 민감한 이슈인 데다 사회적 논의가 선행되어야 하는 문제이다 보니 섣불리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노조 측과 대화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현대차 노조가 앞서 지난달 말 파업권을 취득한 만큼, 기아 노조까지 이번 투표로 파업권을 확보하게 될 경우 현대기아차의 연대 파업이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현대차 노조는 주말 특근 거부 등으로 정년연장 요구 관철을 위한 부분 쟁의에 나선 한편, 사측과는 협상 재개 가능성을 물밑 타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노사간 이견이 좁혀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저작권자 © 뉴스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