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勞 '정년연장' 요구에 난색..."고용 경직에 기업 경쟁력 하락 우려"

노동계가 올 하반기 '60세→65세' 정년연장 카드를 꺼내들었다. 우리나라도 초고령 사회로 진입함에 따라 고령층 근로자들의 정년연장은 필수인 시대가 도래했다며 이에 대한 전향적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기업계의 입장은 이와 결을 달리하고 있다. 실무형 인력 부족 등으로 노동시장이 경직된 상황에서 노동계의 주장대로 정년을 연장하게 될 경우 해고 제한 등으로 노동인력 순환에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것. 아울러 취업문을 두드리는 MZ(2030세대)에게도 좌절감을 안길 수 있다는 게 기업계가 주장하는 바다. 이렇듯 노사가 정년연장을 사이에 두고 평행선을 달리면서 최근 사회적 갈등 양상으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이에 <뉴스캔>은 사회 각계와 산업현장 곳곳에 만연한 '정년연장 딜레마'의 면면을 들여다 봤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65세까지 연금을"...현대차 노사, 임단협 진통

②기아도 동참...'64세 정년' 현대기아, 파업도 불사?

③'폭풍전야' 포스코, 노사 이견에 55년 만에 파업 위기

④'65세' 화두 던진 한노총...국회, 회답할까

⑤"수급 늦어지면"...정년연장 '뇌관'된 국민연금

⑥재계 "공감하지만...고용경직, 고임금 부담"

 [일러스트=이하나 기자]
 [일러스트=이하나 기자]

[뉴스캔=박진용 기자] 노동계를 중심으로 정년연장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국내 대기업 노동조합들은 노사간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테이블에서 기존 60세 정년을 최대 5년까지 늘려 달라고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반면 기업계는 노조의 정년연장 요구에 난색을 표하면서 퇴사 후 재고용을 확대하는 쪽으로 방향을 설정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달 말 현재 임단협이 진행되고 있는 현대자동차 노사는 현행 60세 정년을 64세로 늘려 달라는 노조 측 요구안을 놓고 진통을 겪고 있다. 포스코, 현대제철 등 철강업계도 노조의 정년연장 요구에 폭풍전야다.

여기에 노조 양대산맥인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정년연장 군불때기에 나서며 대기업 노조 투쟁을 후방 지원하고 있다. 특히 한노총은 최근 정년 관련법인 고령자고용법을 개정해 현행 60세 정년을 65세로 상향하자는 취지로 국회에 청원을 넣었다. 

당초 국회 법안 발의로 법정 정년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22대 총선을 앞둔 정치권이 미온적인 반응을 보인 데 따른 조치다. 한노총은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고, 퇴직 후 국민연금 수급 개시까지 간극이 있어 소득 공백이 발생한다는 점을 청원 사유로 들었다.

이에 기업계는 정년연장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인건비 부담과 신규채용 위축을 우려하며 맞서고 있다. 최근 정년연장 논의가 화두에 올랐던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의 경우 노사 합의가 불발되면서 임단협 요구안에서 정년연장 조항이 삭제된 바 있다. 

또 일각에선 정년연장을 섣불리 단행할 경우 청년층의 취업 문턱을 드높이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도 엄존한다. 실제로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2016년 60세 정년제가 도입된 이후 청년고용이 줄었다. 정년연장에 따라 고령층 고용이 0.6명 증가하는 반면, 청년층 고용은 0.2명 줄게 된다는 분석도 나왔다.   

정부도 정년연장에는 유보적인 스탠스를 취하고 있다. 법적 정년을 연장하는 대신 고령층 재고용을 확대하는 쪽으로 방향타를 잡은 것. 이는 정년연장에 회의적인 기업계 논리와도 맞닿아 있다.


◆ 재계 "정년연장, 재정 압박에 전 연령 고용 분배 쉽지 않아"


최근 현대차 등 국내 대기업 노조들이 정년연장을 요구하며 파업까지 불사한다는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국민연금 고갈 추이에 연금수령 연령은 높아지는데 법정 정년은 만 60세로 현행 유지되고 있어, 수년간의 소득 공백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여기에 기대수명까지 늘어나고 있어 근로자들로선 퇴직 후 노후 대비에 더욱 민감한 현실이다.  

현행 근로제도에서 정년을 늘린다면 기업계로선 임금체계 변동과 고용유동성 축소라는 측면에서 짊어져야 할 부담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사진=프리픽 제공]
현행 근로제도에서 정년을 늘린다면 기업계로선 임금체계 변동과 고용유동성 축소라는 측면에서 짊어져야 할 부담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사진=프리픽 제공]

노동계의 이같은 요구는 올 여름 하투에 이어 추투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노조계의 잇딴 파업 움직임에 기업 경영진도 골머리를 싸매고 있다. 정년연장은 사회적 합의와 관련법 개정이 선행돼야 하는 대의제인 만큼,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게 사측의 입장이다. 

특히 노동계의 요구에 따라 섣불리 정년연장을 단행할 경우 고용순환이 막히며 MZ(2030세대) 취업길을 막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글로벌 기술경쟁 시대를 맞아 창의성을 갖춘 젊은피 수혈로 발빠른 흐름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 기업계의 마인드다. 이렇다 보니 노동계의 정년연장 추투가 격해지는 가운데, 노사 평행선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기업계가 정년연장을 놓고 우려하는 바는 무엇일까. 현행법에 따르면 법정 정년은 60세다. 고령자에 대한 고용연장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인식이 엄존하지만, 이를 현실화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게 기업계 논리다. 현행 근로제도에서 정년을 늘린다면 기업계로선 임금체계 변동과 고용유동성 축소라는 측면에서 짊어져야 할 부담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노동계는 초고령화 사회 진입으로 고용연장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901만8000명으로, 이는 전체 인구의 17.5%에 이른다. 오는 2025년이면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전체 인구의 20%를, 2050년이면 40%를 상회할 전망이다. 같은 기간 우리나라의 노인빈곤율도 OECD(경제협력개발) 가입국 평균인 14.9%보다 훨씬 높은 38.9%에 이른다. 고령화 인구에 대한 고용 및 노후보장 정책 활성화가 시급한 상황이다.

다만 연공서열형 임금체계가 보편화된 국내 기업들의 경우 정년연장에 따른 고임금화로 인해 재정 압박이 심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1000명 이상 사업장의 70%가 서열형 임금체계를 채택하고 있고, 100인 이상 사업장의 경우도 절반가량이 서열형 임금제를 운용 중이다.  

아울러 법적으로 정년이 연장될 경우 고용순환이 막힐 수 있다는 점도 기업계가 우려하는 바다. 재계는 앞서 지난 2017년에 법정 정년이 60세로 늘어난 뒤 고용 경직성이 높아지면서 고령 근로자들의 사내 고착과 청년 고용 감소로 이어졌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에 최근 MZ 고용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기업계로선 최근 사회적 화두로 급부상한 정년연장 이슈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청년고용률이 50%를 밑도는 상황에서 정년연장을 단행할 경우 청년층 구직자에 대한 취업장벽을 드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이렇듯 쟁점이 뚜렷한 정년연장은 세대 갈등으로도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완성차업계를 중심으로 정년연장 요구가 부상했던 지난 2021년 완성차기업에 근무 중인 한 청년 근로자가 청와대에 정년연장을 반대하는 청원글을 게시한 사례도 있다. 글로벌 완성차 시장이 친환경차 중심의 생태로 급변하는 상황에서의 정년연장은 자칫 청년 인재들의 앞길을 가로막는 허들이 될 것이라는 내용의 청원이다. 

고령층 근로자 증가에 따른 청년층 고용 감소 실태를 분석한 연구 결과도 나온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고령(55~60세) 근로자 1명이 정년연장 혜택을 보게 되면 청년(15~29세) 고용은 0.2명가량 줄어들게 된다고 분석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17년 발간한 보고서에도 고령층 근로자 비중이 1% 늘 때마다 청년 근로자 비중은 0.8% 감소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는 고령자 근로연장과 청년층 고용확대가 양립하기 어려움을 시사하는 대목으로, 국내 기업계와 노동계의 공통 딜레마이기도 하다.

특히 사기업의 경우 정부 고용확대 정책이 적용되고 있는 공기업이나 공공기관과 같이 고령자·청년 고용의 균형추를 맞추기 쉽지 않다는 게 재계 중평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11일 <뉴스캔>과의 통화에서 "사기업은 공공기관과 달리 자체 재정으로 고용이 이뤄지기 때문에 전 연령에서 균형잡힌 고용을 이어가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면서 "2017년도에 한 차례 정년연장이 이뤄진 바 있지만 실제로 우리 회사의 경우 지난해 정년을 꽉 채워서 근무한 직원들은 절반밖에 되지 않았다. 단순히 정년을 늘리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라고 했다.

사기업의 경우 정부 고용확대 정책이 적용되고 있는 공기업이나 공공기관과 같이 고령자·청년 고용의 균형추를 맞추기 쉽지 않다는 게 재계 중평이다. [사진=프리픽 제공]
사기업의 경우 정부 고용확대 정책이 적용되고 있는 공기업이나 공공기관과 같이 고령자·청년 고용의 균형추를 맞추기 쉽지 않다는 게 재계 중평이다. [사진=프리픽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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