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덕연 사태 겪고도 미수금 폭탄 맞아
금감원의 리스크 관리 실태 점검 직면

서울 여의도 소재 키움증권 본사. [사진=키움증권 제공]
서울 여의도 소재 키움증권 본사. [사진=키움증권 제공]

[뉴스캔=이동림 기자] 키움증권이 주가조작 창구로 전락할 위험에 직면했다. 이 회사는 올해 4월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하한가 사태를 겪고도 최근 ‘영풍제지 시세조종 의혹’에 연루되면서 5000억원 가까운 미수금 폭탄을 맞았다.

미수거래는 투자자가 종목별로 정해진 증거금률만큼 돈을 내고, 나머지를 증권사로부터 돈을 빌려 주식을 사는 이른바 빚내서 하는 투자다. 예를 들어 증거금률 40%인 100만원짜리 주식을 미수거래 하면 투자자 돈 40만원에 증권사에서 빌린 60만원으로 사는 방식이다.

투자자가 미수거래로 주식을 산 날을 포함해 3거래일 내에 미수거래 대금을 갚지 못한 돈이 미수금이다. 이 중 상당 액수는 회수가 어려울 것으로 추정된다.


◆ SG사태에 이어 영풍제지까지…‘주가조작’ 창구 오명


키움증권은 영풍제지 주식 거래가 재개하면 주식을 강제 처분하는 반대매매를 통해 미수금을 회수할 계획이다. 하지만 영풍제지 주가가 급락할 가능성이 큰 탓에 손실 발생이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이에 키움증권 내부에서는 미수금의 절반 수준을 손실로 예상하지만, 증권사들의 키움증권 손실 규모 예측치는 최대 3600억원 가량이다.

그렇다면 어쩌다 이지경이 됐을까. 타 증권사들은 SG 사태 이후 이상 급등한 영풍제지의 미수거래를 막았지만 키움증권만 허용해 주가조작 세력을 활개 치게 했다. 

실제 다른 주요 증권사와 달리 종목 증거금률을 매우 낮게 설정했다가 시세조종에 키움증권 계좌가 대거 악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다수 투자사는 올해 초부터 7월까지 영풍제지 증거금을 100%로 상향 설정했다.

반면 키움증권은 영풍제지 하한가 사태가 터진 18일까지 증거금률을 40%로 유지하다가 거래가 정지된 19일에서야 100%로 조정했다.

이에 대해 키움증권 관계자는 25일 본지에 “증거금률은 시가총액, 거래대금, 수익성, 자본구조 및 기타 거래소 시장조치 등을 고려해 결정한다”며 “당사는 거래량도 많고 재무구조가 양호한 기업으로 판단해 신용융자한도만 제한했다”고 답했다.


◆  “올해만 두 번째...대형사고 나몰라라” 개미들 곡소리


[사진=프리픽.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프리픽. 기사 내용과 무관]

이 충격에 키움증권의 주가는 24%가량 폭락했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3일 키움증권은 전 거래일 대비 2만4000원(23.93%) 떨어진 7만6300원에 마감했다. 정도경영을 지키지 않는 바람에 주주와 투자자들의 손실을 키운 셈이다.

신뢰도 바닥까지 추락하는 모양새다. 당장 키움증권을 믿고 투자한 개인 투자자(개미)들은 큰 손실을 보고 곡소리를 내고 있다. 현재 키움증권 주주의 종목 토론방에서는 “올해만 두 번째다. 대형사고 누가 책임지나”, “철저하게 개혁해야 한다”,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등의 항의 글이 쇄도하고 있다. 

키움증권은 앞서 SG 사태 때도 비쌀 때 사고 쌀 때 팔기를 반복하는 ‘개미’들의 원성을 샀다. 7월 금융감독원 조사 결과, 키움증권은 당시 주가조작에 악용된 차액결제거래(CFD) 계좌를 개설할 때 명의를 확인하지 않고, 투자자에게 손실 위험 시나리오 분석 결과를 제시하지 않았다. 이번 영풍제지 하한가 사태까지 더 해 같은 사고를 반복할 정도로 기본을 망각했다는 지적도 불가피하다.

이뿐만이 아니다. 검찰은 폭락 사태의 주범인 라덕연 일당의 주가조작을 미리 알고, 김익래 전 다우키움그룹 회장이 보유한 다우데이타 지분을 폭락 사태 전에 처분해 ‘주가조작 정황을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도 3개월째 수사 중이다. 그야말로 키움증권의 수난 시대라 할만하다.

금융당국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키움증권에 대해 강력한 제재를 내리는 한편 전 증권사에 대해 리스크 관리 실태점검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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