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이사회, '화물사업 매각' 찬반 대립 치열...2일 이사회 재개

인천국제공항에서 대한항공기가 이륙하고 있는 모습. [사진=대한항공 제공]
인천국제공항에서 대한항공기가 이륙하고 있는 모습. [사진=대한항공 제공]

[뉴스캔=박진용 기자]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이 여전히 난맥상을 겪고 있다. EU(유럽연합), 미국, 일본 등으로부터 합병 승인이 떨어지기까지 여러 현실장벽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양사 합병에 앞서 최대 선결과제로 지목돼 온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 매각 여부가 대표적 허들이다.


◆ 아시아나, '화물사업 매각' 논의 늘어지는 까닭은


아시아나항공이 화물사업 매각 여부를 놓고 여전히 주춤하는 모양새다.

아시아나는 지난 30일 임시 이사회를 열고 약 7시간에 걸쳐 화물사업 매각 여부를 논의했으나, 끝내 결론을 내지 못했다. 아시아나에 따르면 내달 2일 서울 모처에서 화물사업 이슈로 이사회 논의를 재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나 이사회는 현재 대한항공과의 기업결합 심사에 앞서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에 제출할 대한항공의 시정조치안에 대한 동의 여부를 검토 중이다. 시정조치안의 핵심은 아시아나의 화물사업 분할 매각이다.

이날 이사회에서는 화물사업 매각과 관련해 찬반 양론이 팽팽히 맞선 것으로 전해진다. 찬성 측은 대한항공과의 합병 이슈를 조속히 매듭지어야 한다는 논리를 앞세우고 있다. 양사 합병에 속도가 붙기 위해선 EU의 합병승인이 필수인데, 미국과 일본의 합병심사가 난항을 겪는 상황에서 EU 합병승인이 물꼬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반면 반대 측은 화물사업 매각 시 손해가 야기될 수 있어 자사 주주에 대한 배임 소지가 있을 수 있다는 우려를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양사 합병에 앞서 최대 선결과제는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 매각 여부다. [사진=프리픽 제공] 
양사 합병에 앞서 최대 선결과제는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 매각 여부다. [사진=프리픽 제공] 

이와 함께 아시아나 사외이사 멤버인 윤창번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의 투표 권한도 도마에 올랐다. 법무법인인 김앤장은 그간 양사 합병과 관련해 대한항공 측 법률 자문을 맡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날 이사회 개최 직전 그동안 화물사업 매각에 반대 입장에 섰던 진광호 아시아나 전무(사내이사)가 돌연 사임 의사를 밝힌 것도 쟁점화됐다. 대체로 전 전무가 사임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강력하게 피력했다는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일각에선 전 전무가 양사 합병을 조기에 매듭지으려는 특정 세력으로부터 외압을 받은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면서다.

한편 대한항공은 같은날 이사회를 통해 아시아나가 화물사업 매각 내용이 포함된 시정조치안에 동의할 경우 화물부문 매각 후폭풍을 최소화하기 위한 고용유지와 자금을 지원하기로 내부 공감대가 선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대한항공은 아시아나 이사회가 시정조치안에 동의한다는 전제 하에 이를 공식화한다는 방침이다.


◆ 아시아나 화물사업 매각부터 해외 합병승인까지 여전히 '긴 여정'


이런 가운데, 아시아나가 화물사업 매각을 결정하더라도 양사 합병까지는 여러 난제가 산적해 있어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게 관련업계의 중평이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 측이 화물사업 매각안이 담긴 EU 시정조치안에 동의를 할 경우 이르면 올 연말, 늦어도 내년 초에는 EU를 포함해 미국과 일본의 합병승인이 이뤄질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다만 이러한 관측과 달리 지난 3년에 걸쳐 순탄치 않았던 양사의 합병일지를 감안하면 아시아나 이사회가 화물사업 매각을 결정하더라도 향후 양사 합병 과정이 속행될 것이란 보장이 없다는 진단이 나온다.

당장 EU가 양사 동의에 기반한 시정서를 조건부 승인하더라도 아시아나의 화물사업 매각이 완료되기까지 시일 소요가 불가피하다. 게다가 화물사업 부문 매각에 앞서 인수 측과의 고용승계, 처우개선 등 풀어야 할 선행과제도 적지 않다.

EU, 미국, 일본 등 이해국의 최종승인 여부도 넘어야 할 거산이다. 아시아나가 화물사업 매각을 결정하더라도 EU 심사 당국이 이를 최종 승인할지 여부도 불투명한 데다, 미국과 일본 역시 EU의 승인 여부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만큼 여전히 양사 합병이 이뤄지기까지 대외적 여건에서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다.

대한항공 합병과 관련, 화물사업부 매각에 대한 입장을 밝힌 아시아나항공노조의 성명서. [사진=아시아나항공노조 홈페이지]
대한항공 합병과 관련, 화물사업부 매각에 대한 입장을 밝힌 아시아나항공노조의 성명서. [사진=아시아나항공노조 홈페이지]

아울러 만약 EU의 최종 승인이 이뤄진다고 해도 미·일 경쟁 당국이 양사에 노선을 경쟁사에 이양할 것을 요구할 가능성도 엄존한다. 실제로 지난 5월 미국 현지 보도에 따르면 미 법무부는 양사 합병이 미주노선 시장경쟁을 저해하는 독점 행위가 될 수 있어 법적 소송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이러한 미 당국의 입장에는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도 전해진다.

합병 추진에 따른 내부 진통도 현실장벽으로 꼽힌다. 아시아나 노조는 대한항공의 고용승계 및 처우개선 제안에 여전히 반발하고 있다. 국내 항공업계에서 투톱을 이루며 라이벌 구도를 가져갔던 양사인 만큼, 합병 후 온전히 구 아시아나 직원들에 대한 고용보장이 이뤄지더라도 직원간 화학적 결합이 쉽지 않다는 점도 허들이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31일 <뉴스캔>과의 통화에서 "양사 합병 진통이 장기화되는 것은 K-항공에 아무런 득이 되지 않는다"라며 "아시아나는 물론 대한항공도 합병이 늘어지면서 리스크가 누적되는 실정이라 정부의 백색 개입이 어느정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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