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종 vs MBK파트너스' 물밑 갈등구도, 경영진 교체 이유로 지목

 박현종 전 bhc 회장. [사진=bhc 제공]
 박현종 bhc 회장. [사진=bhc 제공]

[뉴스캔=박진용 기자] bhc그룹의 생장주기를 이끌었던 박현종 GGS 대표이사 회장과 임금옥 bhc 대표이사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6일 bhc의 지주사 글로벌고메이서비시스(GGS)는 박현종 대표이사를 해임하고 차영수 사내이사를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같은 날 GGS 이사회는 bhc 대표이사 변경안을 추가 발의하고, 임 대표의 해임 및 이훈종 사내이사(최고재무책임자 겸 부사장) 선임안을 결의했다. 이는 8일 bhc 이사회 의결로 최종 확정됐다.

bhc그룹 지분의 100%를 소유한 GGS는 MBK파트너스와 해외기관투자처 등이 총 지분의 91%를 보유하고 있고, 박 회장이 나머지 9%의 지분을 갖고 있다. 박 회장은 GGS 대표에서 해임됐지만, 여전히 아웃백 대표 직은 유지 중이다. 만약 GGS 이사회가 아웃백 대표이사 교체에도 나선다면, 박 회장과 MBK파트너스 사이에 깔렸던 미묘한 갈등 기류가 수면 위로 드러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박 회장과 임 전 대표는 bhc를 치킨업계 1위에 올려놓은 원류 콤비다. 지난해 bhc치킨의 매출은 5075억원으로, 수년간 업계 톱 자리를 지켰던 교촌치킨(4989억원)을 앞질렀다. 당시 관련업계에선 bhc가 박현종 독자 경영체제로 기반을 닦고, 2017년 임금옥 대표 체제가 들어서면서 bhc치킨이 본격적인 성장가도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주효했다.

그런데 bhc의 성장을 견인한 박현종-임금옥 콤비가 돌연 경영권을 상실하게 된 배경을 놓고 관련업계에선 물음표가 끊이지 않는다.


◆ 박현종-임금옥 콤비 동시 퇴진, bhc에 무슨 일이


임금옥 전 bhc 대표이사. [사진=bhc 제공]
임금옥 전 bhc 대표이사. [사진=bhc 제공]

이처럼 GGS 이사회가 박 회장과 임 대표를 해임하자, 관련업계에선 bhc의 양대산맥으로 불렸던 두 사람의 퇴진 배경을 놓고 다양한 추측과 해설이 쏟아지고 있다.

앞서 GGS 이사회 결정으로 업계에서 불변의 명제로 통할 것 같았던 'bhc=박현종' 공식은 깨졌다. 2017년 박 회장이 bhc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같은 삼성전자 출신인 임 대표를 최고경영자(CEO)로 앉히며 신 경영체제를 모색했고, 이는 결과적으로 bhc의 성장판을 열었다는 평가다.

그런데 통상 기업 회장은 경영의 시초이자 근간을 닦은 공로를 인정해 '해임'이 아닌 '사임'으로 예우를 해주는 관례가 있음에도 GGS는 박 회장을 결국 대표 직에서 해촉했다. 여기에 박 회장의 둘도 없는 러닝메이트인 임 대표의 경영권도 박탈했다.

bhc 이사회는 경영진 교체 후 사내 공지를 통해 "과거의 성공 방식에서 벗어나 한 걸음 더 전진하기 위해 회사의 많은 부분에서 경영쇄신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신임 대표이사 선임과 함께 bhc 브랜드 명성 강화와 지속성장성 추구, 글로벌 수준의 거버넌스 및 컴플라이언스 체계 확립을 위해 노력해주시길 바란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bhc의 이러한 대외적 메시지와 별개로 업계에선 두 사람의 공동해임이 '예견된 수순'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9월 MBK파트너스가 bhc의 CFO(최고재무책임자)를 이훈종 부사장으로 교체한 것이 이번 그룹 인사 파동의 신호탄이 됐다는 것이다. 기업계에선 흔히 대주주가 그룹을 장악하는 방식으로 재무 총책을 교체하며 자금 흐름을 선점한 뒤 핵심 경영진을 교체하는 게 정설로 통한다.

실제로 박현종 bhc 체제의 주축이자 재무총책이었던 허명수 전무가 퇴임하자 MBK파트너스는 즉각 CFO의 직급을 전무급에서 부사장급으로 격상시켰다. 이는 박현종-임금옥 콤비의 해임을 위한 사전수순이라는 해석이 주를 이뤘다. 이를 두고 당시 박 회장과 임 대표가 이같은 결정에 반발하며 MBK와 갈등을 빚었다는 것이 업계 후문이다.

이를 방증하듯 GGS이사회는 박 회장의 후임으로 차영수 사내이사를, 임 대표 후임으로는 이훈종 부사장을 각각 선택했다. 두 신임 대표는 모두 '재무통'이자 MBK 측 인사들로 분류된다.

차 사내이사는 1983년 삼성물산에 입사해 삼성전자, 삼성증권, 삼성생명 등에서 33년간 근무한 삼성맨 출신으로, 삼성그룹 전략실 전무와 삼성선물 대표를 역임하기도 했다. 그런 이력을 높게 산 MBK는 차 사내이사를 2019년 오퍼레이팅 파트너로 전격 영입했다. 이 부사장도 회계사를 시작으로 소프트뱅크앤플랫폼, KB국민은행, 위니아만도 등에서 재무 전문가로 활동한 이력으로 MBK가 영입한 인사다.

bhc 원류 경영진의 퇴진과 동시에 차영수-이훈종 투톱체제가 들어선 것은 결국 MBK의 실권 장악 시도라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기업 경영진을 교체함에 있어 내실 강화 차원에서라도 내부 인사를 기용하는 것이 통례지만, 차기 경영진이 MBK와 접점이 뚜렷한 외부 전문가 일색으로 채워졌다는 점에서 MBK-박현종 갈등구도의 윤곽이 드러났다는 평가다.

아울러 박 회장의 소송리스크도 이번 경영진 교체의 핵심 명분이 됐다는 진단도 나온다. 박 회장은 최근 수년간 경쟁사인 BBQ와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박 회장은 2015년 7월 불법으로 습득한 아이디와 비밀번호로 BBQ 내부 전산망에 접속해 영업기밀을 침해했다는 혐의로 지난해 6월 서울동부지법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 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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