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촌-bhc 치킨가 최대 3000원 인상...BBQ는 소비자가 감내
소비자들 "특정 기업들만 계속 가격 올려, 안 사먹으면 그만"

치킨 대기업들이 가격 줄인상 대열에 동참하는 가운데, BBQ 치킨은 가격 동결을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뉴스캔DB]
치킨 대기업들이 가격 줄인상 대열에 동참하는 가운데, BBQ 치킨은 가격 동결을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뉴스캔DB]

[뉴스캔=박진용 기자] 최근 인플레이션 장기화로 서민물가가 치솟은 가운데, 치킨업계가 가격 줄인상에 나서 빈축을 사고 있다. 일부 대기업 치킨 가격은 5000~6000원의 배달료까지 포함하면 3만 원대를 호가한다.

가격 인상에 나선 교촌치킨, bhc 등 치킨 대기업들은 원부자재 가격 인상, 배달료·인건비 및 임대료 상승 등으로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최근 국내 대형마트들이 선보이고 있는 1만 원대 이하 저가형 치킨의 경우도 양질의 원자재를 쓰고도 마진이 남는 구조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들 대기업의 가격 인상 당위성에 의구심을 품는 시각이 확산하고 있다.

배달 의존도가 큰 치킨 브랜드들이 대형마트와 유통구조상 차이가 있다고 해도, 대기업 브랜드들의 잇따른 가격 인상은 선을 넘었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29일 치킨업계에 따르면 교촌치킨에 이어 bhc도 치킨가격을 인상하기로 했다. 

bhc치킨은 이달 29일부터 치킨값을 평균 12.4% 올린다는 계획이다. 이로써 각 메뉴별로 최소 1000원에서 많게는 3000원까지 가격이 오른다. 대표적 치킨 메뉴인 '뿌링클'의 경우 1만8000원에서 2만1000원으로, 일반 후라이드치킨과 '골드킹'은 1만7000원에서 2만 원으로, '바삭클'은 1만6000원에서 1만8000원으로 상향 조정된다. '맛초킹'과 앙념치킨도 1만8000원에서 2만1000원으로 3000원 인상된다. 부분육 메뉴도 각각 1000~3000원씩 인상될 예정이다.

이에 bhc는 최근 주문 중개 및 배달대행 수수료, 인건비·임대료 상승, 원부자재 가격 인상 등으로 가맹점 수익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어 수익 개선 차원에서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을 내놨다. 그런데 이 와중에 bhc는 가맹점 원부자재 공급가도 평균 8.8% 인상을 결정해 가맹점주들의 재정 부담도 적잖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소비자가 인상률보다 공급가 인상률이 낮은 만큼, 가맹점 수익은 결국 개선될 수 있는 구조라는 게 bhc 측 구상이다.

결국 bhc 전국가맹점협의회의 수익 개선 요구와 본사의 이해관계가 맞물리면서 이번 치킨가 인상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본사 역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밀가루와 튀김유 시세 등이 오른 데다, 대형 프랜차이즈 치킨 메뉴에 적용되는 10호 생닭 도매가(이달 기준)는 예년보다 20%가량 오른 3200~3500원대로 형성돼 있어 재정 부담이 있다는 설명이다. 

bhc 전국가맹점협의회는 지난 14일 서울 송파구 소재 bhc R&D센터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소비자가 인상 필요성이 언급됐다. 당시 간담회에서는 가맹점주들을 중심으로 수익성 악화가 심각한 수준이라며 가격 상향 조정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쏟아진 것으로 전해졌다. 지금의 치킨 시세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적정 수준의 가격 조정이 이뤄진다면 소비자들도 이해해 줄 것이라는 말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에 앞서 지난 4월 교촌치킨도 치킨 가격을 메뉴별로 평균 3000원씩 인상했다. 교촌의 경우 당초 업계에서 배달료 도입과 가격인상 등을 주도했다는 부정적 인식이 깊어지면서, 소비자들도 교촌치킨을 외면하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실제로 교촌치킨 운영사인 교촌에프앤비의 올 상반기 매출은 총 2233억 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무려 15.6% 감소했다.

반면 국내 3대 치킨 브랜드인 BBQ는 이들 브랜드와 달리 가격 동결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BBQ에 따르면 일반 튀김유 시세가 정상화됐지만 자사 주력 제품에 사용되는 올리브유는 여전히 가격 오름세에 있어 타격이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소비자 정서 등을 감안해 본사가 '치킨가 현상유지' 방침을 고수하며 감내 중이다. 

나아가 BBQ는 튀김유 가격 인상 여파를 극복하기 위해 지난 10월부로 올리브오일 비중을 절반으로 낮추고 일반 튀김유를 절반 섞은 '블렌딩 오일'로 선회하면서 원가 절감에 나선 상황이다. 치킨 소비자가를 올리는 대신 원료 변경으로 가맹점주들의 수익성도 보전했다는 게 BBQ 측 설명이다.

올리브유 시세 변동폭이 커진 것은 최근 수년간 주요 생산국인 스페인 등이 기상 이변에 노출되면서 올리브 공급량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스페인의 경우 폭염, 가뭄, 냉해 및 초대형 산불 발생 등 악재가 잇따르며 올리브 생산량이 급감했다. 현재 국제 올리브유 시세는 3년 만에 무려 3배 수준 뛴 1만 유로에 달한다.

한편, 교촌치킨과 bhc의 잇따른 치킨가 인상 움직임에 소비자 반응은 차갑기만 하다. 한 20대 청년 소비층은 본지에 "배달료도 가뜩이나 비싸서 2만4000원짜리 치킨 한 마리를 시켜먹으면 최대 3만 원까지도 써야 하는데, 차라리 맛은 좀 덜하더라도 훨씬 경제적인 마트나 편의점 치킨을 먹는 게 나을 듯 하다"면서 "모두 어려운 시기인데 치킨 가격만 주구장창 올리는게 과연 해답인지 치킨업계에 묻고 싶다"고 했다.

또 다른 30대 남성 직장인도 "(bhc, 교촌치킨 외) 다른 치킨 브랜드들도 어려운 건 마찬가지일텐데 왜 유독 특정 기업들은 계속 가격을 올리는지 이해할 수 없다"면서 "배달비나 생산원가를 효율적으로 낮출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지, 판매가만 계속 올리면 결국 소비자들은 이들 기업에게 지갑을 닫게 될 것이다. 안 사먹으면 그만"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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