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중단, 외국인 투자 이탈 가속" 금융가 분석도

정부와 금융당국이 내년 6월까지 공매도 금지를 결정한 가운데 국내 증시가 상승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일각에선 외국인 투자자의 이탈과 국내 증시 하락을 우려하는 시각도 엄존한다. [사진=프리픽 제공]
정부와 금융당국이 내년 6월까지 공매도 금지를 결정한 가운데 국내 증시가 상승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일각에선 외국인 투자자의 이탈과 국내 증시 하락을 우려하는 시각도 엄존한다. [사진=프리픽 제공]

[뉴스캔=박진용 기자] 금융당국이 내년 6월 말까지 공매도 중단을 결정한 가운데, 후속 파장에 귀추가 주목된다. 내년 총선을 앞둔 정치권의 초기 구상에서 비롯된 금융규제인 만큼, 당초 증시 안정화 취지와 상반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도 제기된다.

공매도가 전면 금지되자 국내 증시는 금융당국의 의도대로 일단 고공행진하는 모습이다. 공매도 중단 시행 첫 날인 지난 6일 코스피지수가 전일 대비 5% 이상 급등해 2500선을 회복했고, 코스닥 역시 3년5개월여 만에 폭등하며 830선을 돌파했다.

반면 공매도 중단을 골자로 한 금융당국의 국내 증시 규제는 글로벌 금융 흐름과 배치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어 궁극적으로는 외국인 투자자의 이탈과 국내 증시 하락을 우려하는 시각도 엄존한다.

당정 고위 협의체는 최근 논의에서 고금리와 경기 침체 장기화에 더해 이스라엘-팔레스타인(하마스) 무력충돌까지 겹치면서 국내 증시 변동성이 커진 만큼, '주가 널뛰기'를 완화시키기 위해 공매도를 전면 중단시키기로 결정했다. 아울러 금융당국은 현행법상 불법인 무차입 공매도가 거듭 적발된 점도 중지 결정의 근거로 들었다.

이에 지난 5일 금융위원회는 임시금융위원회를 열고 내년 6월 30일까지 유가증권시장, 코스닥시장 및 코넥스시장 상장 주권 등 국내 전체 증시에 대해 공매도를 전면 금지키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다만 시장조성자나 유동성공급자의 경우 예외적으로 시장 안정성에 위해를 가할 만한 염려가 없다고 보고 차입공매도를 허용키로 했다.

따라서 기존 '코스피 200, 코스닥 150' 지수 구성 종목의 공매도가 지난 6일부로 전면 중단됐다. 금융위는 앞서 코로나19 팬데믹 창궐 초기에 약 1년 동안 공매도를 전면 금지했다가 지난 2021년 5월부로 부분 재개한 바 있다.


◆ 공매도 금지, 외국인 증시 이탈 가속화 우려도


금융당국의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가 시행된 가운데, 수급 핵심 주체인 해외 투자자들의 유입 또는 이탈 동향에 이목이 쏠린 상태다. 최근 국내 증시가 하락세를 이어온 것도 해외 증시 이탈이 주효했던 만큼, 공매도 금지가 해외발 투자에 미칠 영향력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는 것.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서 매도한 뒤 주각가 떨어지면 다시 저가에 주식을 매입해 주식을 빌린 곳에 상환해 차익을 보는 투자 개념이다. 특히 무차입 공매도의 경우 불법행위로 규정된 만큼, 그간 선거철이면 공매도 금지가 정치권의 선거용 단골 소재가 돼 왔다. 금융가에서도 공매도 금지 담론이 분출할 때면 '선거철 표심 잡기용'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금융당국의 공매도 금지 조치가 시행된 직후 국내 증시는 매수세로 전환했다. 단기적으로는 기존 공매도 물량에 대한 숏커버링(환매수) 등으로 공매도 메이저 종목을 중심으로 수급이 개선될 것이라는 게 금융가의 분석이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현재 코스피의 차입 공매도 잔액은 11조4000억 원 규모로, 연초 잔액인 9조4000억 원 대비 2조 원 가량 올랐다. 지난 5월 숏커버링이 있었을 당시에도 차입 공매도 잔액이 연초 수준까지 하락했던 사례가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게 증권가 분석이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초 이후 코스피 시장 차입 공매도 누적 거래대금의 70% 이상을 기록한 공매도 주체는 외국인 투자자"라며 "공매도 잔고가 줄어들고 외국인 투자자 숏커버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단기적 관점에서 숏커버링으로 인한 주가 상승폭 확대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반면 증권가에선 최근 증시 회복세는 외국인 증시 유입에 따른 효과로 보기엔 시기상조라는 분석이 주효하다. 아울러 중장기적으로는 해외 자금 이탈이 가속화될 가능성도 엄존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증권가에선 최근 증시 회복세는 외국인 증시 유입에 따른 효과로 보기엔 시기상조라는 분석이 주효하다. [사진=프리픽 제공]
증권가에선 최근 증시 회복세는 외국인 증시 유입에 따른 효과로 보기엔 시기상조라는 분석이 주효하다. [사진=프리픽 제공]

앞서 삼성증권이 지난 2020년 3~6월 공매도 금지 여파로 인한 영향을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국내 개인투자자는 순매수를 이뤘지만, 외국인 투자자는 순매도가 강세인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보고서에서 삼성증권은 "일반적으로 공매도의 주요 주체로 외국인 투자자를 지목하지만, 외국인 투자자들에게서는 공매도 금지 기간 공매도의 숏커버링 흔적보다 국내 주식에 대한 지속적인 매도 압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라며 "오히려 개인 투자자의 공세적인 주식 매수가 코로나19 사태에서 국내 주식 시장의 반등을 주도했다"고 분석했다.

이렇다 보니 가뜩이나 하락장을 주도했던 해외발 증시 이탈이 이번 공매도 금지 조치로 더욱 속도가 붙는 게 아니냐는 잿빛 전망도 나온다. 당장 국내 증시가 반등세를 보이면서 일시적 해외 자금 유입을 기대할 수 있지만, 글로벌 정세 불안과 경기 불황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공매도 중단 조치가 외국인 투자를 붙잡아 둘 만한 요소는 될 수 없다는 것이 증권가의 중론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10월4일~11월3일) 해외 투자자들은 국내 증시에서 3조488억 원에 달하는 주식을 순매도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9월까지 포함하면 외국인 투자자들이 매도한 물량은 5조3311억 원에 달한다.

아울러 금융가 일각에선 공매도 금지가 오히려 증시 변동성을 높일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자본시장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20년 공매도가 금지된 이후 공매도 거래 비중 상위 20% 종목의 가격 변동성이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주가가 안정적 수준에 있는지를 나타내는 가격 효율성도 공매도 중단 이후 악화된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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