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기관 컨설팅, 건설현장 엄격 관리, 협력사와 소통까지 전사적 노력

[편집자 주] 최근 대기업 건설 현장에서 사망사고가 잇따르는 가운데, 업계가 안전사고 예방에 사활을 걸고 있다. 안전 점검을 위해 시공사 대표가 직접 현장을 찾아 위험요인을 점검하는가 하면 안전 장비 도입을 위해 스마트 기술 실험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건설사도 등장하고 있다. 또 공사 현장을 3차원(3D)으로 구현하고 공정별 사고 발생 가능성을 예측하는 시스템도 속속 도입되고 있다. 이는 중대재해 리스크를 해소하고 회사 이미지를 사수하기 위한 의지로 풀이된다. 안전사고 방지를 위해 자구책 마련에 나선 기업들의 면면을 살펴봤다.

DL이앤씨 본사 전경. [사진=DL이앤씨 제공]
DL이앤씨 본사 전경. [사진=DL이앤씨 제공]

[뉴스캔=박진용 기자] DL이앤씨(옛 대림산업)가 최근 중대재해 제로화를 위한 안전보건시스템 보강에 사력을 쏟고 있다. 외부 전문기관의 안전점검을 비롯해 협력사들과도 심도 깊은 소통을 이어가며 건설현장의 안전사고 근절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양새다.

DL이앤씨는 올 하반기부터 정부 공인 기관의 안전관리 컨설팅을 받으며 현장 안정성 검증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지난 9월부터는 공인 기관인 '산업안전진단협회'와 함께 건설현장 내 사고 위험요소 등 개선사항에 대한 집중 점검에 나섰다.

9월부터 약 2개월 동안 진행된 해당 안전점검에는 협회 소속 진단 전문가 11명과 DL 본사의 안전보건관리팀 직원들이 함께 건설현장을 찾았다.

DL이앤씨 본사에서도 안전보건관리팀의 조직 구성과 운영체계 등에 대한 전반적인 진단과 함께 중대재해처벌법 준수 여부도 면밀한 검수가 이뤄졌다. 아울러 위험성 자체 진단 및 안전사고 예방 노력에 대한 현황 점검도 병행됐다.

특히 건설현장의 경우 산업재해 발생 요인이 될 수 있는 건설장비 및 구조물에 대한 집중 점검은 물론, 현장 안전관리 지침도 진단망에 올랐다. 건설현장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는 화재 및 질식 사고를 유발할 수 있는 전기·인화성 설비 현황과 지하 작업 매뉴얼 등에 대해서도 현미경 진단이 이뤄졌다.

협회에 따르면 DL이앤씨 본사와 건설현장의 안전관리 시스템은 대체로 현행법 세부규정을 준수하고 있지만 미승인 공종과 같이 산업재해 리스크가 있는 안전관리 사각지대도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보완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DL이앤씨는 협회의 진단 결과를 토대로 향후 본사와 각 건설현장의 안전관리 매뉴얼을 하달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한 진단보고서도 작성됐다.

회사 관계자는 "지난 3개월 동안 외부 전문기관 진단을 통해 자사 관련부서의 운영 실태를 집중 점검하는 한편 건설현장 내 안전성 진단도 받았다"며 "관련 보고서가 작성되어 그에 따른 안전관리 매뉴얼 개정과 신 매뉴얼의 현장 배포가 이뤄질 계획"이라고 밝혔다.


◆ DL, 협력사와 중대재해 제로화 위한 소통·교육에도 만전


대전 대덕연구단지에 위치한 DL이앤씨 안전체험학교에서 토목사업본부 협력업체 최고경영자(CEO)들이 안전체험교육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DL이앤씨 제공]
대전 대덕연구단지에 위치한 DL이앤씨 안전체험학교에서 토목사업본부 협력업체 최고경영자(CEO)들이 안전체험교육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DL이앤씨 제공]

DL이앤씨는 중대재해 제로 달성을 위해 협력사들과도 긴밀한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이와 함께 협력사들에 대한 자체 안전체험교육도 실시 중이다. 

DL이앤씨는 지난달 주요 협력사 경영진과 간담회를 가졌다. 간담회에는 안전보건관리팀 실무자를 비롯해 최근 중대재해가 발생한 6개 협력사 경영진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후 협력사들의 안전관리 실태와 현행법 준수에 따른 건설현장의 고충과 관련한 다양한 의견이 개진된 것으로 알려졌다. DL이앤씨 본사 측은 협력사들과 현장의 다양한 목소리를 청취, 반영해 보다 체계적인 안전보건관리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간담회에 참석했던 한 협력사 경영진은 "중대재해 사고는 안전 시설물 미비부터 근로자 과실 등 여러 원인에서 발생하므로 다양한 안전 강화 대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에 현재 DL이앤씨는 협력사들의 자체 노력 만으로는 중대재해 발생을 줄이기 어렵다는 판단 아래 협력사에 대한 안전교육을 올 상반기부터 정례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지난 여름에 대전 대덕연구단지에 위치한 안전체험학교에서 토목사업본부 협력사 사장들을 대상으로 안전체험교육 및 안전간담회를 실시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통상 시공을 도맡는 DL이앤씨 협력사들 역시 자체적으로 안전관리 시스템 제고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으나, 현실적 여건이 부족한 탓에 전문 컨설팅이나 안전교육을 실시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이에 DL이앤씨 본사가 직접 나서서 안전체험학교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는 게 사측 설명이다.

안전체험 프로그램은 협력사 경영진이 직접 중장비 협착, 개구부 추락 등 현장 사고를 체험하며 사고 예방안을 논의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아울러 DL이앤씨 본사와 협력사가 머리를 맞대고 중대재해처벌법 세부규정에 대한 대응방안과 판례 등을 집중 분석하는 시간도 마련된다.

이와 관련, 권수영 토목사업본부장 겸 최고안전책임자(CSO)는 "안전은 상생협력의 필수 조건"이라며 "협력업체가 주도하는 자율 안전활동의 원활한 이행을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 산업재해 온상 '미승인 작업' 예방에도 총력


특히 DL이앤씨는 작업계획서가 미제출된 상태에서 임의로 이뤄지는 시공현장 내 '미승인 작업'을 예방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통상 건설업에서 급속 진행이 요구되는 추가 공사가 발생하는 등 변수가 생길 경우 일부 공종에서 미승인 작업이 암암리에 이뤄지는 실정이다. 관리감독이 이뤄지지 않는 상태에서 작업이 이뤄지다 보니 사고 위험성도 높다.

이를 근절하기 위해 현장 근로자에 대한 출입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공식 작업이 예정된 바 없는 인원에 대해선 현장 출입을 엄격히 제재하는 방식이다. 여기에 시공 전 필수 안전교육을 받지 않은 근로자들도 선별해 반드시 교육을 이수토록 하고 있다.

아울러 작업 전 근로자들의 안전교육 참석을 독려하고, 이를 인증하는 스티커를 안전모에 부착토록 해 교육 참석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또한 인력에 기반한 안전관리에는 사각지대가 있을 수밖에 없는 만큼, 중앙관제실이 관리하는 최첨단 스마트 장비를 도입해 24시간 건설현장 모니터링에 활용하고 있다.

여기에 근로자들이 밀폐된 공간이나 가설시설에 진입하면 안전수칙 준수를 경고하는 경보음을 울려 근로자 안전 불감증을 걷어내는 데에도 각별한 신경을 쏟고 있다. 건설장비 또한 접근센서와 인공지능(AI) 카메라를 부착해 근로자가 작업 반경 안으로 들어올 경우 신호수와 장비 운전기사에게 알람이 가도록 하고 있다. 근로자가 장비에 치여 사고를 당하는 일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이 밖에 올 연말부터 상생협력기금을 투입해 협력업체가 법적 안전관리 필수 인력 외에 추가로 안전관리자를 배치하는 경우 임금을 지원하고 있다. 또 해당 기금으로 근로자 안전시설과 복지시설 등도 확충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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