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3년 만에 현대차 '글로벌 톱3' 안착...전기차 역량 확대에도 총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일러스트=배모니카 기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일러스트=배모니카 기자]

[뉴스캔=박진용 기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의 대표이사를 겸직 중으로, 현대차 관련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사령탑이다.

정 회장은 기존 단순 차량 제조에서 탈피해 최첨단 기술인 자율주행을 비롯해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 스마트모빌리티 솔루션까지 제공하는 기업으로 현대차를 변모시키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는 1970년생으로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의 장남이다.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현대정공(현 현대모비스) 과장급으로 입사했다가 다시 미국으로 건너가 미 샌프란시스코대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를 취득했다. 이후 현대차 구매실장으로 재입사해 실무이력을 쌓으며 현대차 국내영업부 부본부장, 기획총괄부 부본부장, 대표이사, 부회장 등으로 승진가도를 달리다 2020년 그룹 경영권을 승계받으며 현대차그룹 회장 직에 올랐다.

정 회장은 실무진부터 착실히 경영수업을 거쳐 그룹 오너가 된 재벌3세의 모범 사례로 손꼽힌다. 평소 임직원들과도 격을 따지지 않는 소통을 이어가고 있으며, 겸손한 성품으로 대내외 호평 일색이다. 또 그는 현대차의 세대교체와 리더십 혁신을 시도하는 한편, 전기차 등 미래 기술력 확보 등 진취적 행보로 중장기 비전까지 제시해 왔다.


◆ 정의선 현대차, '글로벌 톱3' 연착륙...기업 실적도 순항


정 회장은 그룹 최대주주 등극 3년차인 지난해 현대차를 글로벌 톱3 완성차기업으로 안착시켰다. 현대기아차의 수익성도 지난해 기준 2년 연속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현대차는 2022년 자동차 판매량 684만대를 기록하며 역대 처음으로 글로벌 3위 반열에 올랐다. 지난해에도 상반기에만 365만대의 판매고를 올리며 일본 도요타와 독일 폭스바겐에 이어 글로벌 톱3 지위를 지켜냈다.

이는 현대차가 2000년 초반대에 글로벌 완성차 판매량에서 10위권을 꾸준히 기록했던 점을 감안하면 괄목할 만한 성장세다. 2010년 꾸준한 해외시장 개척으로 글로벌 톱5 기업으로 발돋움했으나, 이후 5위권 안팎에 머무는 정도였다. 그러나 정의선 체제가 출범한지 3년차를 맞은 현대차는 지난해 상반기 완성차 판매량이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며 글로벌 3위 포지션을 사실상 굳힌 모양새다.

경영실적도 순항 중이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지난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각각 11조6524억원, 9조1421억원을 기록했다. 현대기아차 영업이익 도합은 20조7945억원으로, 역대 연간 영업이익 최대치(20조원)를 3분기 만에 갈아치운 것. 이는 또 현대기아차가 2011년 연간 누적 영업이익 실적에서 처음 10조원대를 돌파한 이후 12년 만에 20조원 고지를 뚫은 셈이기도 하다.


◆ 현대차 EV, 세계무대에서도 통했다...정의선의 핵심 비전


현대차의 이러한 고성장은 정 회장의 '전기차(EV) 사랑'에서 비롯됐다는 게 정설이다. 정 회장은 현대차의 EV 전용플랫폼 개발에 주력하며 상품성 높은 모델들을 꾸준히 글로벌 시장에 제시했고, 이는 현대차 브랜드의 글로벌 톱티어 반열에 끌어올린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현대차는 2020년 전기차 전용플랫폼인 'E-GMP'를 최초 공개했다. 내연 완성차가 아닌 EV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보고, 이를 대비하기 위한 전용 플랫폼 구성에 나선 것이다.

정의선 현대차는 이에 기반해 2021년 아이오닉5 등 주력 EV 시리즈를 꾸준히 출시했고, 글로벌 시장도 현대 EV를 메인스트림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이후 현재는 현대 EV가 최근 해외 3대 자동차 시상식을 석권하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열린 2024 북미 올해의차(NACOTY) 시상식에서는 유틸리티 부문 기아 EV9, 현대차 제네시스 GV70(전동화 모델), 현대차 코나(EV 포함)가 모두 최종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월드카 어워즈(WCA)에서도 현대차는 지난해 4월 아이오닉6 모델이 '올해의 차'를 수상하는 최고의 영예를 안았다. 2022년에 이어 2관왕이다. 

유럽에서도 현대차 바람은 거세다. 같은 해 현대차 EV6는 '유럽 올해의 차'로 선선정되기도 했다. 세계적으로 선정 기준이 엄격하기로 유명한 유럽 시상식에서 이같은 성과를 낸 것은 현대차 EV의 미래를 시사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현대차 울산공장 생산라인 모습. [사진=현대차지부 제공]
현대차 울산공장 생산라인 모습. [사진=현대차지부 제공]

한편 현대차는 그해 해외 전기차 판매량 16만여대를 기록하며 글로벌 6위 기업에 등극했다. 이는 자국 판매량이 많은 중국을 제외하면 글로벌 4위에 준하는 기록이다.

이렇다 보니 정 회장은 올해도 현대 EV 비전 확대를 최우선 가치에 둘 것으로 보인다. 그 일환으로 지난해 11월 싱가포르 서부 주롱 혁신지구에 EV 전초기지인 '현대차그룹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를 설립하기도 했다.

HMGICS는 약 4만4000㎡(1만3000평) 부지에 연면적 약 9만㎡(2만7000평) 규모로, 제조설비를 포함해 연구개발(R&D), 일반 사무, 고객체험 인프라까지 총망라한 복합시설이다.

정 회장은 지난해 11월 혁신센터 준공식에 참석한 뒤 "(혁신센터에서) 돈을 버는 건 쉽지 않겠지만 이 기술들을 전 세계 현대차그룹 공장에 전파해 다른 공장에서 더 효율적으로 차를 생산하고 코스트(비용)를 줄일 수 있다면 싱가포르 공장의 역할을 다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당장 생산능력을 끌어올리는 것보다 미래 비전에 초점을 맞췄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싱가포르 혁신센터는 연간 EV 생산능력이 3만 대 수준이지만, 해당 공장에 적용된 AI(인공지능), ICT(정보통신기술), 로보틱스 등 최첨단 기술은 세계급이라는 게 사측 설명이다. 이를 통해 EV 등 다종의 차량 모델을 동시 생산할 수 있고, 셀(Cell) 시스템 도입으로 생산공정도 유연화했다.

현대차는 싱가포르 혁신센터 운영으로 자사 미국 조지아 EV공장, 국내 울산 EV공장과도 시너지를 도모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지난해 11월 기공식이 열렸던 EV공장의 경우 혁신센터와 더불어 현대차 '전기차 비전'의 양대축으로 삼겠다는 정 회장의 전언도 있었다. 현대차 울산 EV공장은 연산 20만 대의 생산능력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또 울산에서는 오는 2026년부터 제네시스 SUV 전기차 생산도 이뤄질 전망이다.

이 밖에 올 하반기 완공될 예정인 미 조지아주 현대차 EV공장도 주목을 받고 있다. 정 회장은 이와 관련, "메타플랜트 아메리카를 세계가 선망하는 최고 수준의 전기차 생산시설로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 회장은 최근 글로벌 전기차 수요 감소에 위축되지 않는다. 장기적으로는 결국 글로벌 EV 시장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해 11월 울산 EV공장 기공식 행사 직후 취재진에게 "(EV 사업은) 기존에 해왔던 투자고, 코스트(비용) 절감이나 이런 여러가지 방법도 있겠지만 큰 틀에서 어차피 전기차 수요는 계속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운영을 묘를 살려서 해 볼 생각"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전기차 수요 확대를 확신하며 현대차의 EV 비전을 이어가겠다는 말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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