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적 M&A로 그룹 몸집 커졌지만 '내실경영'은 잔존 과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일러스트=배모니카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일러스트=배모니카 기자]

[뉴스캔=박진용 기자] 롯데그룹 안팎에서 최근 '부실 사업군 정리설'이 제기된다. 신동빈 롯데 회장이 그룹 외연을 키우기 위한 M&A(인수합병)를 진행하면서도 그룹 내 부실 사업군은 과감하게 정리하며 내실을 키우는 투트랙 구상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재계 후문이 끊이지 않으면서다. 

그간 신동빈 롯데그룹은 꾸준한 화학, 유통 계열 인수합병을 통해 몸집을 불리며 '재계 톱5' 반열에도 오른 바 있다. 롯데는 1990년대까지만 해도 재계 10위권 기업이었으나, 신 회장의 공격적인 사세 확장 방침에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이루며 이같이 국내 최상위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이 과정에서 지난 2015년 소위 '왕자의 난'으로 불렸던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이 불거지면서 신 회장의 인수합병 구상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 아니냐는 회의론도 돌았다. 그러나 이후에도 신 회장은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도 꾸준히 기업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2024년 현재까지 신동빈 체제에서 롯데그룹으로 편입된 기업만 60여 개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다만 공격적인 그룹 몸집 불리기의 이면에는 사업 부실화 사각지대가 엄존하기 마련이다. 이렇다 보니 신 회장이 경기 불황이 장기화되는 시점에 인수합병 일변도는 리스크가 크다고 판단해 향후에는 그룹 내 부실화 사업을 선별해 정리하는 수순을 밟게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그룹 내 일각에서도 신 회장의 '옥석 가리기'를 암시하는 시그널이 나온 바 있다. 이훈기 롯데그룹 화학군헤드쿼터 총괄대표 겸 사장은 지난 2022년 미국 샌디에고 기자간담회에서 "바이오나 헬스케어사업을 위해 기존 사업 가운데 경쟁력이 없거나 현재 돈을 벌고 있더라도 미래 전망을 봤을 때 유망하지 않은 사업은 매각할 수 있다고 본다"고 운을 띄웠다. 

이는 당시 롯데그룹이 이 사장을 중심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체계 구축에 한창이었던 시점인 만큼, 이 사장이 그룹 내 부실 사업군 정리라는 중임을 맡게 되는 것이 아니냐는 업계 해석을 자아냈다.  

신 회장 스스로도 최근 일본 유력 언론과 인터뷰를 통해 "몇 년을 해도 잘 되지 않는 사업을 놓고는 다른 회사에 매각하는 것이 종업원에게도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라며 "앞으로 몇 회사를 매각할 것이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그룹 총수의 입에서 직접 계열사 처분 가능성이 언급된 만큼, 사실상 부실화 사업 정리 수순의 서막으로 해석됐다.


'부실 계열사 정리' 운 띄운 신동빈의 선택은


이제 남은 것은 신 회장의 선택에 달렸다.

그간 평생을 그룹 사세 확장에 일신해 온 그로선 자식과도 같은 계열사들을 정리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다만 국내 재계 최상위 그룹으로 발돋움한 상황에서 잠재력과 성장성이 소진된 계열사들을 정리하지 않으면 글로벌 시장에서 점차 도태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또 지속 가능한 미래먹거리형 사업을 발굴해 그룹 차원의 역량을 결집시켜야 경영 효율과 실적 피드백을 높일 수 있다. 

결국 신 회장의 딜레마는 현금 확보로 귀결된다는 분석이다. 롯데그룹이 최근 미래 비전 확보의 일환으로 바이오와 헬스케어 분야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한 만큼, 이로 인해 생긴 현금 공백을 어떻게 메우느냐도 관건이다. 

이런 가운데 신 회장이 유통이나 화학·건설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실적 비중이 낮은 호텔롯데와 식음료 사업군을 놓고 고심이 깊은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호텔롯데의 경우 엔데믹 이후 실적이 점차 호전되고 있고, 롯데제과와 롯데푸드의 경우 그룹의 뿌리 사업이자 상징성이 큰 분야인 만큼 정리가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에 신 회장이 실적 기준 비주류 사업군을 정리하는 대신 구조조정 등을 통해 효율화를 도모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 밖에 최근까지 실적 부진세를 보였던 롯데하이마트, 롯데상사, 캐논코리아, 한국후지필름 등 신사업 대비 성장성이 낮다고 평가되는 기성 계열사의 경우 매각 처분 가능성이 꾸준히 거론된다. 다만 이 또한 매각 대신 구조조정 다이어트 또는 현상유지 대상으로 지목될 수도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6일 <뉴스캔>과의 통화에서 "롯데그룹이 그간 공격적인 사세 확장을 통해 재계 톱5 기업으로 올라섰지만, 최근 포스코그룹이 치고 올라오면서 롯데 내부에서 M&A 지속이냐 내실 경영이냐 선택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한 것으로 안다"며 "결국 선택지는 신동빈 회장이 쥐고 있다. 직접 계열사 정리를 언급했으니 대대적이지는 않더라도 일부 계열사는 구조조정이나 매각 처분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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