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주업계, 기존 막걸리 현대화한 감각적 신제품 잇따라 출시

전 산업군에 걸쳐 MZ세대를 겨냥한 마케팅이 한창이다. [일러스트=뉴스캔 이하나 기자]
전 산업군에 걸쳐 MZ세대를 겨냥한 마케팅이 한창이다. [일러스트=뉴스캔 이하나 기자]

[뉴스캔=박진용 기자] 최근 2030(MZ세대) 청년층의 전통주 소비가 늘고 있다. 전통주는 민속주와 지역 특산주를 아우르는 개념으로, 최근 기성세대의 전유물이라는 편견이 깨지면서 청년층의 새 주류 문화로 자리매김하는 모습이다.

MZ들 사이에서 집에서 마시는 이른바 '홈술' 문화가 활성화된 가운데, 해외에서 유래된 위스키·와인·보드카·럼주 등과 달리 청년들에게는 오히려 전통주가 '새로운 경험'으로 인식되면서 새 주류소비 트렌드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말 한국가양주연구소가 주최한 궁중술 빚기 대회에서 중장년층이 아닌 MZ세대가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상을 수상한 것도 이러한 흐름을 일부 방증하는 대목이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색다른 경험을 중요시하는 MZ의 경우 잇따른 가격 인상에 이제는 더 이상 서민 주류라고 보기 힘든 소주, 맥주 대신 국내산 곡물 등의 재료가 첨가돼 풍미가 독특한 전통주에 관심을 주고 있다"면서 "전통주 유통업계도 이러한 니즈(Needs)를 정밀 분석해 마케팅과 품종 개발로 시장 개척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 전통주 시장, 주류 역성장 속 MZ 소비에 나홀로 상승세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전통주 시장 규모는 지난 2022년 기준 1629억 원 규모로, 2017년 400억 원 규모에서 5년 동안 무려 4배가량 성장하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전체 주류 시장은 코로나19 팬데믹, 술값 인상 등의 영향으로 오히려 역성장의 늪에 빠진 상황이지만, 전통주 만큼은 매년 상승폭을 그리고 있다. 지난해에도 전통주 시장 규모는 이러한 성장세를 이어가며 2000억 원 수준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전통주의 상승세는 최대 유통채널인 편의점 업계에서도 감지된다.

편의점 브랜드인 CU에 따르면 전통주 매출은 최근 5년간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연도별 매출액이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연간 상승률은 16~36%대를 기록하며 성장세가 공고하다. 연도별 CU의 전통주 매출 상승률은 2019년 16.7%, 2020년 23.2%, 2021년 36.6%, 2022년 16.7%, 2023년 12.4% 등이다. 

특히 MZ의 전통주 구매율이 압도적인 상황이다. CU의 지난해 연령대별 전통주 매출 비중은 20·30대가 68.3%로 압도적 비중을 차지했고, 40대, 50대, 60대는 각각 21.2%, 8.0%, 2.5%에 불과했다.

최다 판매 품목은 3000원 안팎의 막걸리로, 소주·맥주보다 가격대가 저렴한 데다 달짝한 맛과 특유의 풍미가 있어 청년층 수요가 높다는 게 CU 측 설명이다. 여기에 2만 원대를 호가하는 증류주도 2030세대가 즐겨 찾는 품목이다.

CU 관계자는 "막걸리의 경우 MZ를 겨냥한 프리미엄 품목이 다양하게 출시되면서 집에서 혼술을 즐기는 청년들이 많이 찾고 있다"면서 "증류식 소주도 일반 소주와 달리 가격대가 높은 편이지만 판매고가 점진적으로 오르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또 이 관계자는 "막걸리 성장세에 힘입어 전통주 상품이 소주, 맥주 등 레거시 주류의 매출을 점차 따라잡고 있다"며 "특히 전통주와 음료를 섞어마시는 믹솔로지(Mixology) 트렌드가 정착되면서, 2030의 취향을 저격한 하이볼 형태의 막걸리 제품이 최근 인기"라고 부연했다.


◆ 'MZ 사로잡은 전통주', 관련업계도 제품 출시 릴레이 


얼그레이주. [사진=서울장수 제공]
얼그레이주. [사진=서울장수 제공]

이렇듯 전통주가 MZ 주류문화의 새 물줄기를 이루자, 전통주업계도 속속 청년층 소비 트렌드에 걸맞는 제품을 내놓고 있다.

서울장수는 전통주인 막걸리에 현대적인 트렌드를 접목한 '얼그레이주'를 선보이고 있다. 이 제품은 막걸리의 주재료인 쌀에서 배어 나오는 고소함에 은은한 얼그레이향이 더해져 풍부한 맛을 자아낸다. 아울러 세계 3대 홍차로 꼽히는 '우바(Uva)'를 첨가해 홍차 특유의 풍미를 더했다.

이 업체의 야심작인 얼그레이주는 전통 막걸리의 부드러운 목넘김과 얼그레이 특유의 향을 가미해 현대적인 이미지를 구축했다는 평가다. 또 색다름을 추구하는 MZ 소비 패턴에 최적화된 제품으로 최근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는 게 사측 설명이다.

경북 포항 소재의 '청슬전통도가'도 막걸리의 맛과 풍미를 다변화한 신제품 출시로 최근 매출 상승세에 있다. 주력 제품인 '옹해야 막걸리'를 비롯해 강황을 넣은 '강황 막걸리', 누룩 함량을 늘려 풍미를 자극한 '전통누룩막걸리' 등이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최근 1일 막걸리 생산량이 4000병에 달한다.

편의점 CU와 백종원 요리연구가가 콜라보해 출시한 '빽걸리', 쌀 고유의 단맛을 높인 '무 아스파탐 막걸리'를 비롯해 제과업계와 협업한 '땅콩카라멜 막걸리' 등도 최근 인기 품목으로 고공행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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