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발적 퇴직 지난 4년 동안 46% 증가...저연봉, 경직된 사내문화와 업무 등 원인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사회적 반향이 뜨겁다. 비단 사회만이 아니다.  '재미'와 '간편함'을 추구하는 그들이 경제 전반에 걸쳐 소비와 트렌드의 주축으로 자리잡고 있다. 비록 소득은 적지만 과감한 레버리지(대출)로 자산 축적에 몰두한다. '영끌(영혼을 끌어모음)' 전략으로 주식과 암호화폐, 부동산의 판을 바꾸기도 했다. 직장 내에서는 '할 말은 하는' 당찬 샐러리맨이지만 집단주의보다는 개인주의를 선호한다. '꼰대'로 대비되는 기성세대와 각을 세우는 것 같지만 때로는 '뉴트로'에 열광하며 과거와의 대화에 나서기도 한다. 그야말로 지금은 'MZ시대'다. <뉴스캔>은 2023년 기획시리즈를 통해 생활 곳곳에서 MZ세대의 역할과 기대, 미래를 점쳐본다. [편집자 주]

 [일러스트=뉴스캔 이하나 기자]
 [일러스트=뉴스캔 이하나 기자]

[뉴스캔=박진용 기자] 2030 청년층 공무원들이 공직을 떠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스스로 공직을 관둔 공무원이 4년 전과 비교해 50% 가까이 느는 등 급증세에 있다. 40·50대 중장년층뿐만 아니라 청년층 공무원의 탈공직 현상이 심화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부처의 지방 이전, 국회 권력 비대화에 따른 행정부의 지위 하락, 민간기업에 비해 현저히 낮은 급여, 폐쇄적이고 경직된 조직 문화 등이 겹쳐 특히 초년생 공무원들이 등을 돌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한 때 유망 직종이었던 공무원을 찾는 발길도 끊기고 있다.

최기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입수한 인사혁신처의 '국가공무원 퇴직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8~2022년까지 5년간 스스로 공직을 관둔 일반직 공무원(별정·특정직 제외)은 총 2만2955명인 것으로 파악된다.

공무원 퇴직자는 2018년 3837명에서 매년 증가세를 이어오다 지난해에는 약 1.5배에 달하는 5601명으로 뛰어올랐다. 해당 기간 이직자 증가율도 무려 46.0%에 이른다. 정년·사망 등 불가피한 사유에 따른 당연퇴직 등을 제외한 의원면직자 기준이다.

또 퇴직자 중 자진 퇴직자 비율은 지난해 59.2%로, 2018년(45.2%)에 비해 14.0% 올랐다. 이 기간 의원면직으로 공직사회를 떠난 2030과 40대는 각각 40.8%, 53.9% 수준 늘어 심각성을 더했다.

허리를 도맡았던 40대 퇴직자를 비롯해 2030 청년층의 공직 이탈은 공직사회에 뼈아픈 대목이다. 공무원이라는 직종의 경쟁력이 하락하고 있다는 시그널로 해석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정부 부처의 세종시 이전 등 관가의 지방화는 공무원 이탈의 핵심 원인으로 꼽힌다. 중앙정부가 세종시로 이전하기 전인 2011년 4급 서기관과 5급 사무관의 자발적 퇴직은 각각 294명, 307명이었던 것이 11년 만인 지난해 각각 352명, 500명으로 크게 늘었다. 관가에 따르면 최근 공무원들이 퇴직을 고려하는 최대 사유가 근무지로 꼽고 있다는 후문이다. 특히 서울에서 지방으로 행정부처가 이전할 경우 자발적 퇴사자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경직된 공직사회 문화가 특히 청년층 공무원들의 사직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기상 의원은 이에 대해 "MZ 공무원은 전체의 약 45%에 달하지만, 정작 공직 문화는 젊은 세대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라며 "기업도 우수 인재를 채용하기 위해 앞다퉈 변화하는 만큼 정부 기관도 하루빨리 경직된 조직문화를 타파하고 젊은 공무원들이 자긍심을 느낄 수 있도록 획기적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로 인해 최근 공무원 직종에 대한 MZ들의 관심도 점차 식어가는 추세다. 실제로 최근 서울의 한 대학에서 진행된 '서울시 공무원 준비 및 공무원 역할' 설명회에는 정원 30명 중 3분의 1이 안 되는 7명이 참여했고, 전년도에 실시된 5급 공채 고시 설명회에서는 200명 정원 중 4.5%에 불과한 9명이 참가 신청해 충격을 안긴 바 있다. 반면, 지난해와 올해 상·하반기 주요 대기업 채용 설명회는 정원을 꽉 채울 정도로 청년 구직자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공직 선호도가 떨어진 것은 폐쇄적이고 경직된 조직문화와 수동적 업무에 더해 보수가 열악하다는 인식에서 기인한다.

최근 공직을 자발적으로 내려놓는 MZ 공무원들이 많아지고 있어 공직사회 내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사진=프리픽. 기사 내용과 무관]
최근 공직을 자발적으로 내려놓는 MZ 공무원들이 많아지고 있어 공직사회 내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사진=프리픽. 기사 내용과 무관]

본지가 복수의 취업준비생에게 공무원에 대한 의견을 물은 결과 80% 이상이 급여, 민원처리 등 업무강도, 구태 사내문화 등을 부정적 요인으로 꼽았다. 

설문에 응한 한 20대 남성 취업준비생은 본지에 "9급 공무원 기준 초년생 월급 실수령액이 180만원도 채 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공무원이 되려고 고시생활 등 고생한 보람을 느끼기엔 턱없이 부족한 액수다. 공무원이 연금 수령 등 노후복지가 좋다지만 한창 경제력을 갖춰가야 할 때 당장 생활이 빠듯할 정도인데 무슨 의미가 있나 싶다"고 회의감을 내비쳤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올해 기준 9급 공무원의 1호봉 월급은 177만800원이다. 사기업 대비 공무원 급여 수준은 2020년 90.5%에서 2021년 87.6%, 2022년 82.3%로 해마다 줄어드는 추세다.

또 서울 기초자치단체에서 근무하다 2년 전 퇴사했다는 한 9급 공무원 출신 30대 회사원은 "취업만 하면 안정적이라는 기대 하나로 2년을 공부만 해 공무원이 됐는데 막상 되고나니 민원 대응이 너무 힘들어 출근이 싫었다"며 "이런 업무로 내 시간과 미래를 투자할 가치가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한 때는 공황장애도 있었다. 폭력적 민원인이 있을 때면 숨도 쉬기 힘들어서 사기업으로 전향하게 됐다"고 토로했다.

아울러 "부수적으로 자기계발을 할 시간적 여유는 되지만 막상 생업으로 삼은 공직은 직장 내 분위기가 수직적이고 업무도 생산적이지 못해서 자아실현을 도저히 할 수 없는 분위기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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