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업계, MZ 성향 반영한 패키지-테마 상품 '봇물'

 [일러스트=뉴스캔 이하나 기자]
 [일러스트=뉴스캔 이하나 기자]

[뉴스캔=박진용 기자] 틀에 갇히지 않은, 구속되지 않는 삶. 이른바 MZ(2030세대) 고객이 추구하는 주요 가치 중 하나다. 청년층의 이러한 가치를 충족시킬 수 있는 취미로 급부상한 것이 바로 여행이다.

이에 MZ 여행객 비중이 점차 느는 추세인 만큼, 국내 여행업계도 MZ 맞춤형 패키지 또는 테마 상품을 속속 내놓고 있다. 최근 청년층 여행 풍속도는 어떨까. 여행업계의 MZ향 전략 상품들을 통해 이를 알아봤다.


◆ "빡빡한 여행 일정 No, 가성비 패키지 Yes"


빡빡한 일정, 반강제 쇼핑. 패키지 여행에 대한 부정적 인식 중 하나다. 여행 소비에 익숙한 MZ가 패키지 여행을 꺼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여행사는 최근 이러한 부정적 인식을 해소하고 MZ 패키지 시장을 창출하기 위해 일정을 줄이고 쇼핑 권유를 하지 않는 프리미엄 상품을 속속 내놓고 있다. 프리미엄이라고 해서 가격이 많이 비싼 것도 아니다. 이에 MZ가 패키지 상품을 점점 찾기 시작하는 흐름이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패키지 상품을 찾는 청년층이 늘고 있다. 패키지 여행은 중장년층의 전유물이라는 관행을 깨고 MZ가 상당수 유입되고 있다는 것이 여행업체들의 설명이다.

우선 하나투어는 일반 패키지 대비 가격은 다소 비싸지만 빡빡하지 않은 일정과 소개성 쇼핑을 배제한 '하나팩 2.0' 가성비 패키지 상품을 내놔 호응을 얻고 있다. 실제로 하나투어는 지난해 자사 테마 패키지 여행을 신청한 2030세대의 비중은 무려 40.1%에 달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하나팩 2.0은 이동 중 소개성으로 쇼핑투어를 권하는 일정을 빼고 기사 및 가이드의 쇼핑 중개 수수료도 여행경비에서 제한 상품으로, 합리적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또 이 상품의 특징은 여행객이 정해진 코스만 따라가는 형식이 아니라 현지 맛집 등 핫플레이스를 선택적으로 방문할 수 있도록 유연하게 운영되는 방식이라 MZ 선호도가 높다는 게 사측 설명이다. 이는 하나투어의 MZ 기획상품으로, 30대 전용 패키지도 있다. 무엇보다 청년층 여행객들이 연령대나 관심사에 맞게 한 그룹을 형성해 여행 중 상호교감이 가능하도록 여건을 조성했다는 점도 특징이다.

모두투어는 소셜미디어(SNS) 인플루언서나 연예인과 동반 여행을 떠나는 패키지 상품을 내놨다. 온라인 상호작용에 익숙하고 연예계에 관심이 많은 MZ의 특성을 적극 반영한 기획 상품이다. 모두투어에 따르면 지난해 6월을 시작으로 해당 패키지 상품을 20여 차례에 걸쳐 진행해 1천 명이 넘는 MZ 여행객이 참여했다.

또한 패키지 상품에서 거부감이 높았던 쇼핑 일정을 빼고 여행에 온전히 집중하는 '모두시그니처' 상품을 기획해 청년층 여행객의 만족도를 높였다. 해당 상품은 지난해 3분기 기준 모두투어 매출의 20% 이상을 차지했을 정도로 높은 인기를 구가했다.

특히 가이드, 여행일정, 쇼핑 등 패키지 고유의 옵션을 배제했다는 점에서 소비자들 부담을 덜어준 것이 특효를 보고 있다는 설명이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이날 <뉴스캔>에 "패키지 여행에 거부감이 컸던 여행객들 상당수가 소개성 여행 일정이 포함된다는 것이었는데, 특히 MZ 고객들은 이런 부분에 더욱 부정적"이라며 "여기에 가이드나 기사 팁도 부담요소로 작용한 측면이 있었다. 이를 과감하게 뺀 것이 MZ 고객층 유입에 주효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 "축구·공연 관람하러 가요" 컨셉 여행도 MZ 관통 


프리미엄 패키지 여행과 더불어 최근 MZ의 눈길을 끌고 있는 것이 바로 컨셉·테마 여행이다. 이에 여행업계는 최근 유럽 축구리그나 음악공연 관람을 테마로 한 유럽여행 상품 기획으로 MZ 여행객 유치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하나투어는 지난해부터 축구, 음악 등을 테마로 한 유럽여행 상품 3종을 선보이고 있다. 손흥민(토트넘), 이강인(PSG), 김민재(뮌헨) 등 해외리그에서 뛰고 있는 우리나라 축구선수들의 경기나 국내 피아니스트의 유럽 공연을 직접 볼 수 있도록 일정을 특화한 것이 장점이다.

이 밖에도 유럽의 역사와 문물을 한눈에 접할 수 있는 런던 대영박물관, 파리 루브르박물관 등 세계 2대 박물관을 투어하는 테마 상품도 보유하고 있다.

테마 여행은 축구, 공연 관람에 초점을 두고 남는 시간에는 인근 주요 관광지를 방문하는 형식이다. 숙박은 관람지 인근 시내에서 한다. 아울러 여행객들에게 자유일정을 제공하는 코스도 마련돼 있다.

최근 2030 청년층 사이에서 패키지 여행과 컨셉 여행이 큰 흐름을 이루고 있다. [출처=프리픽]
최근 2030 청년층 사이에서 패키지 여행과 컨셉 여행이 큰 흐름을 이루고 있다. [출처=프리픽]

교원투어는 대만의 여행작가와 동반여행을 가는 타이중 테마 여행을 선보이기도 했다. 대만의 수도인 타이베이에 치중된 기존 여행과 달리 지방인 타이중에서 남다른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아울러 현지 여행작가가 추천하는 일정으로 구성돼 촘촘한 체험을 할 수 있다는 점도 MZ 여행객들에게 매력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타이중 테마 패키지의 경우 세계적으로도 절경으로 유명한 일월담을 비롯해 글로벌 유명 건축가인 이토 도요가 설계한 타이중 국가가극원 등을 방문하는 일정도 담겼다.

여행사 관계자는 "MZ 여행객들은 틀에 박힌 패키지 여행보다 자유일정을 선호하는 성향이 강하다"라며 "가령 축구 테마로 여행을 가더라도 축구경기장 인근 시내에서 숙박을 하면서 경기 전후 일정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시내를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한다. 이러한 특징을 적극 반영해 니즈를 맞춘 것이 테마 상품"이라고 했다.

저작권자 © 뉴스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