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지수·스튜어드십 코드 반영 등 자본시장 '선순환 구조' 안착 시도
다만 과한 자율성에 기반한 정부 밸류업 정책 실효성 높여야한다는 의견도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기업 밸류업 프로젝트를 가동한다는 방침이다. [사진=프리픽 제공]

[뉴스캔=박진용 기자] 정부가 국내 상장사들의 주식 저평가를 일컫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기업 밸류업(Value-Up) 프로그램'의 골격을 내놨다.

정부는 국내 상장기업들이 자율성에 기반해 기업가치 제고 방안을 공시토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한편, 기업 참여 유도를 위한 인센티브 제공 방침도 덧댔다. 

기업 참여 독려를 위한 세부안으로는 ▲세제 지원 ▲밸류업 지수 포함 ▲스튜어드십 코드 반영 등이 포함됐다. 상장기업이 정부 가이드라인에 따라 기업가치 제고 노력을 이어갈 경우, 투자자가 이를 적극 반영해 해당 기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선순환 구조를 안착시킨다는 게 정부 구상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6일 서울 여의도 소재 한국거래소에서 관련 세미나를 열고 기업 밸류업 지원 방안을 밝혔다. 코스피, 코스닥 상장기업 전체를 대상으로 기업가치 제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 위한 자리다.

금융위에 따르면 밸류업 가이드라인에 따라 상장기업들이 자본, 수익성, 지배구조 등을 면밀히 파악해 기업가치가 적정 수준으로 책정됐는지 자가진단토록 한다는 것이 정부 구상의 기본 틀이다. 큰 틀에서 일본 도쿄거래소 정책을 벤치마킹하되, 이를 국내 상황에 맞게 부합시켜 기업가치 평가 항목에 포함시킨다는 것이다.

이에 국내 상장기업들은 이러한 자가진단에 기반해 중장기 개선책을 내고, 이를 위한 세부 계획도 수립해야 한다. 해마다 1회씩 상장기업 홈페이지, 거래소 등을 통해 자율 공시해야 한다.

다만 금융위는 밸류업 프로그램의 세부 가이드라인은 오는 5월 2차 세미나 이후 확정짓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한국거래소 등 유관기관과 함께 개최한 한국 증시 도약을 위한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1차 세미나에서 축사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제공]

정부의 이번 밸류업 가이드라인의 최대 관건은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이다. 세제 지원, 코리아 밸류업 지수 개발, 스튜어드십 코드 반영 등이 핵심으로, 정부는 특히 세제 지원의 경우 배당 소득세 감면 및 분리과세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아직 기업 인센티브에 대한 세부안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국내 상장사들에 대한 대대적인 인센티브 제공으로 밸류업 참가동기를 부여한다는 계획이다. 

밸류업 지수의 경우도 기업가치 성장 잠재력을 보유한 기업들 중심으로 구성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PBR(주가순자산비율), PER(주가이익비율), ROE(자기자본이익률) 등 핵심 투자지표가 건실한 기업들과 향후 기업가치 성장이 기대되는 기업들도 대거 편입시킨다는 구상이다. 금융위는 올 3분기 내로 한국거래소 주도 하에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가 참고지표로 활용할 수 있는 관련지수 개발을 완료한다는 목표다.

금융위는 이와 함께 기관투자자가 상장기업의 밸류업 노력을 투자 근거로 활용할 수 있도록 스튜어드십 코드에도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밸류업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하는 상장사에 대해서는 국민연금 등 공기관이 적극 투자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는 것이다. 만약 밸류업 가이드라인에 소극적인 기업의 경우 위탁 자산에서 배제될 수 있는 만큼, 금융위는 이번 프로그램이 확실한 기업가치 유도책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28일 <뉴스캔>에 "단순 기업공시 의무화 만으로는 프로그램의 취지를 제대로 살리기 어렵기 때문에, 인센티브 제공을 활성화해 상장사들의 자발적 가치제고 노력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며 "이러한 밸류업 노력을 이어가는 기업은 주식시장에서 투자 우대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세부안 마련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오는 6월부터는 한국거래소를 통해 모든 상장기업의 분기별 PBR·PER·ROE 지수를 비교 분석할 수 있다. 금융위는 연 1회씩 배당성향과 배당수익률도 공시토록 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기업가치 제고 및 주주 권익보호를 위한 관련 상법 개정도 추진된다. 정기주주총회 쏠림 문제 등을 해소해 상장기업의 주총 내실화를 도모하기 위함이다. 또 '기회 유용 금지' 규정의 경우도 이사회 사전 승인을 명시하는 한편, 이사의 배상 책임 범위를 명확화하기로 했다. 


'자율성' 기반한 정부 밸류업 프로그램, 실효성은 과제


지난 한 달여 국내 주식업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이 공개된 가운데, 업계 일각에서는 기업의 자발적 가치 제고 노력에 기반한 이번 프로그램에 얼마나 실용성이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엄존한다.

정부안은 기업 인센티브 제공에만 방점이 찍힌 터라, 밸류업에 참가하지 않는 기업에 대한 페널티 도입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러한 업계의 심리는 국내 주식시장에도 반영됐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금융위 세미나가 열린 당일 코스피는 전일 대비 0.77%포인트 떨어진 2647.08에 장을 마감했다. 이는 지난달 24일 금융위의 밸류업 정책 도입이 발표되자 당일 장이 2600선을 뚫은 것과 확연히 대조된다. 

이날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권 기업들의 주식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현대·기아차가 2~3%대의 하락 폭을 보였고, 삼성물산과 KB금융 등도 4~5%대 주가 하락을 보였다. 이날 외국인 투자자는 유가증권시장에서 총 1188억 원을 사들인 반면, 기관 투자자와 개인은 각각 861억 원과 480억 원을 매도했다.

이와 관련, 주식투자업계 관계자는 "일선 시장에서는 인센티브와 함께 정부의 고강도 규제가 수반될 것으로 봤지만, 이와 관련한 정부안이 누락되면서 주가 하락으로 이어졌다고 보고 있다"면서도 "다만 정부의 이번 밸류업 프로그램 취지는 전체적으로 국내 주식시장의 선순환 구조의 기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밸류업 기업 선례가 쌓일수록 점차 정책 효능감이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그는 "정부의 이번 밸류업 정책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당근'에 해당하는 인센티브를 현실과 부합하게 구체화하는 한편, '채찍'에 해당하는 밸류업 불참 기업에 대한 적정 규제를 병행할 필요가 있다"면서 "기업에 법인세 할인 혜택을 주거나 주주들에게 배당 분리과세를 지원하는 등의 파격안 제시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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