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연휴 전후로 연차 사용 권고...전사적 지정 휴무, 개인 의사 반영 어려워
중소기업계는 공동연차 적용조차 쉽지 않아..."휴식 선택권조차 없어 도입 시급"

최근 기업계에서 공동연차 사용 사례가 늘고 있는 가운데, 사측의 일방적 공동연차 사용 권고가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프리픽]
최근 기업계에서 공동연차 사용 사례가 늘고 있는 가운데, 사측의 일방적 공동연차 사용 권고가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프리픽]

[뉴스캔=박진용 기자] 최근 일부 중견 및 대기업을 중심으로 연휴 전후에 이어 쉬는 '공동연차'가 시행 중인 가운데, 연휴 전후로 연차를 붙여 쓸 수 있어 충분한 휴가를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거론되는 반면, 일각에선 임직원 개개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사용이 권고되는 일괄적 연차 사용에 자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공존한다.

공동연차는 가령 주말이 낀 지난 설 연휴와 마찬가지로 충분한 연휴를 보장해 준다는 점에서 장점이 될 수 있으나, 사용 가능한 연차가 한정돼 있는 직원들 사이에서는 공동연차가 정착될 경우 정작 원하는 날 쉬지 못하는 등 연차 사용의 자유가 제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 대기업 계열사에서는 지난 설 연휴를 앞두고 공동연차를 시행한다는 사내 공지가 올라왔다. 설 연휴 앞·뒷날인 지난 8일과 13일을 공동연차 사용일로 지정한 것이다. 해당 공지에 따르면 불가피한 사유가 없을 경우 되도록 연차를 사용하라는 취지의 사측 권고가 담겼다.  

이를 두고 당시 사내 분위기는 찬반 여론이 분분했다. 짧은 연휴를 보완해 해외여행을 다녀올 수 있어 좋다는 등의 긍정적 반응과, 자녀 양육 등 가정사나 개인 일정에 써야 할 연차를 비자발적으로 소진해야 해서 자율성이 떨어진다는 불만이 교차했다.

해당 계열사에 종사 중인 한 20대 사원급 직원은 "사용할 수 있는 연차 일수는 1년에 적게는 12회에서 많게는 15회인데, 명절 연휴 앞뒤로 공동연차를 사용하게 되면 자율적으로 쓸 수 있는 연차는 5회도 채 되지 않는다"라며 "지금은 회사 연차 매뉴얼에서 연차 사용을 적극 권고한다는 취지의 문구가 삭제되긴 했지만, 여전히 공동연차의 경우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분위기"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 다른 30대 대리급 직원은 "연중에 이번 (2월) 설날과 같이 연휴가 짧은 경우에는 공동연차 사용이 좋을 때도 있다"면서도 "그렇다고는 해도 직원들의 의중보다 사측 방침이 우선시되는 공동연차는 불합리하다고 본다. 팀장급과 사전 협의가 없으면 사실상 개인적으로 공동연차에서 빠지기도 힘들뿐더러, 대부분 직원들이 공동연차로 출근을 안 하는데 혼자 출근을 할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라고 했다.

또 그는 "결국 공동연차로 70~80% 연차가 차감되면 3~4일 정도밖에 안 남는 연차로 개인 휴뮤일정을 짜야 하는데, 자녀가 있는 맞벌이 직원들은 육아 등으로 정작 급하게 써야 할 때 못 쓰게 되는 일이 생기게 된다"고 공동연차의 사내 제도화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내비쳤다.

 중소기업계에서는 여전히 명절 연휴 전후로 연차를 붙여 쓸 수 있는 사내 방침이 도입되지 않아 임직원의 연차 사용 폭이 제한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일러스트=프리픽]
 중소기업계에서는 여전히 명절 연휴 전후로 연차를 붙여 쓸 수 있는 사내 방침이 도입되지 않아 임직원의 연차 사용 폭이 제한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일러스트=프리픽]

실제로 효성, 포스코 등 일부 대기업들은 이번 설 연휴 전날인 8일이나 다음 날인 13일을 지정·권고 휴무일로 정해 전사적 공동연차를 시행하기도 했다. 삼성물산 등 일부 건설사에서는 이번 설 연휴에 최대 8박9일까지 쉴 수 있도록 공동연차 사용을 권장한 것으로 전해진다. 가족들과 최대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배려해 임직원의 사기와 업무능률을 끌어올린다는 취지에서다.

반면 공동연차 사용에 앞서 최대한 자율성을 보장한 기업도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연말과 마찬가지로 임직원들의 자율 의지에 따라 지난 설 연휴를 전후해 연차를 붙여 쓸 수 있도록 했다. 연휴 전후로 추가 연차를 쓸 사람은 쓰고 출근할 사람은 출근할 수 있도록 직원들 의사를 최대한 반영했다는 점에서 전사적으로 시행하는 '공동연차'의 개념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공동연차 사용을 어디까지나 권장하는 차원이지, 전사적으로 공동연차를 사용하는 분위기가 조성되면 직원들 개인의 휴무일정을 침해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 연차 사용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고 있다"고 했다.

전사적 연차 권고 등 일부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공동연차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는 기업계 일각의 주장도 있다.

특히 중소기업계에서는 여전히 명절 연휴 전후로 연차를 붙여 쓸 수 있는 사내 방침이 도입되지 않아 임직원의 연차 사용 폭이 제한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유통계 중소기업 관계자는 "대기업, 중견기업들은 강제적이든 권고든 공동연차 사용이라도 가능하지만 중소기업은 애초에 그런 선택권조차 없다"면서 "연휴 전후로 연차를 쓰면 회사에서 눈치주기 십상이기 때문에 이번 설 연휴처럼 쉬는 날이 짧아도 군말 없이 출근해야 한다. 워라밸이 중요한 시대에 이제는 중소기업들도 자율적 공동연차 사용 문화가 정착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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