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이초 사태에 교권침해 논란 확산...교육부 '솜방망이' 현행법 개정
현행법 세부조항에 교권침해 처벌 강화, 교권 존중 의무 등 추가키로

 최근 '서이초 사태'를 계기로 교권 침해 논란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정부는 교권 회복을 위한 제도 개선에 나섰다. [일러스트=프리픽] 
 최근 '서이초 사태'를 계기로 교권 침해 논란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정부는 교권 회복을 위한 제도 개선에 나섰다. [일러스트=프리픽] 

[뉴스캔=박진용 기자] 최근 '교권침해' 논란이 일파만파다. 이에 교육부가 교사들의 정당한 생활지도에 힘을 실어주고, 학생·학부모의 교권 침탈 사례를 예방하기 위한 제도 개편에 나섰다. 

지난 18일 서울 서이초등학교의 한 교사가 교내에서 숨진 채 발견되자 교육계가 들썩이고 있다. 현재 수사·교육 당국은 고인이 생전에 학부모의 악성 민원과 학생들의 생활지도 거부 등으로 정서적 고통에 시달렸던 정황을 토대로 고인이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된 직접적 배경과 교권침해 여부 등을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다. 

서이초 사태를 계기로 교육당국은 학부모 갑질과 학생의 생활지도 거부 등 교사의 정당한 교권 행사를 방해하는 행위를 근절하기 위한 제도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간 교육계에선 학생과 학부모의 등살에 교권이 밑바닥까지 실추됐다는 자조적 비판이 들끓었다. 현행 교권지위법도 교권침해를 근절할 수 있는 실효를 갖추지 못했다는 게 교육계 중평이다. 일각에선 서이초 사건도 예견된 일이었다는 말도 나온다.


'출석 정지 이상' 조치받은 학생, 부모도 특별교육 받도록 조치


서이초 사고로 교권침해 논란이 빠르게 확산하자, 교육부는 학생이 '출석 정지 이상'의 조치를 받았을 경우, 학부모도 함께 특별교육을 의무화한다는 방침을 내놨다. 아울러 퇴학·전학 등의 징계 조치가 이뤄진 학생의 경우 대학 입시에 불이익이 주어지고, 관련조례에 교권은 물론 교사의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에 대해서도 금지 조항을 추가하기로 했다.

지난 28일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국회 교육위 전체회의에서 "교육활동 침해 학생에 대한 조치 사항 중 중대한 조치사항을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하고 출석정지 이상의 조치를 받은 침해 학생뿐 아니라 보호자에 대한 특별교육을 의무화하겠다"고 밝혔다.

또 이 장관은 이를 위해 오는 8월 말까지 초중등교육법 관련 고시에 구체적 사례를 포함시키는 한편, 생활지도권한의 범위·방식을 규정하는 방식으로 학생인권조례의 개정을 유도하겠다고도 했다. 가령 학생의 휴대폰 사용이 수업에 방해된다고 판단될 경우 주의를 줄 수 있고, 이에 불응 시 교사 권한으로 휴대폰을 압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된다는 의미다.

다만 교육부가 교권침해 행위 기준을 정한 고시에 '학부모 등 보호자의 악성 민원'을 포함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교권침해 가해 부모를 처벌하게 하는 방안은 신중한 입장이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지난 2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최근 서이초 사태와 관련, 정부의 정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교육부 제공]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지난 2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최근 서이초 사태와 관련, 정부의 정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교육부 제공]

아울러 현행법(교권지위법,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상 교권 침해로 학생이 전학 등 7대 징계 처분을 받게 되면 그 학부모도 특별교육을 이수토록 하고 있다. 그러나 학부모가 이에 불응해도 3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징수하는 수준이라 교육계에선 법적 구속력이 미미한 '솜방망이 징계'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현행 고시에 따르면 6대 교권침해 행위가 명시돼 있다. ▲공무집행방해·업무방해에 해당하는 범죄 행위로 교육활동 방해 ▲정당한 교육활동에 반복적으로 부당하게 간섭하는 행위 ▲성적 언동 등으로 성적 굴욕감·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 ▲교육활동 중인 교원의 영상·음성 등을 촬영·녹화·녹음·합성해 무단으로 배포하는 행위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와 관련, 익명을 요구한 서울 소재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뉴스캔>과의 취재에서 "현행법 체계상 특별교육 이수와 같은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제재 조치는 실효성이 매우 떨어지는 게 사실"이라며 "교권지위법에는 학부모의 교권침해가 형사처벌 대상으로 되어 있다. 그럼에도 시·도 교육청을 거쳐 실제로 고발이 이뤄지는 사례도 전무한 데다 고발이 되더라도 형사처벌까지 이어지거나 실질적 제재가 이뤄지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실효성 있는 교권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3월 교육부가 관련법 세부조항에 '정당한 교육활동에 반복적으로 부당하게 간섭하는 행위'를 추가한 것도 학부모의 갑질성 교권 침탈에 대한 대응력을 높이기 위함이다. 그러나 학부모의 부당 간섭을 규명할 수 있는 세부기준이 명확하지 않고, 그에 따른 형사처벌 적용 기준도 모호한 실정이다.


◆ 교육부 "일탈 행위로 중징계 받은 학생 이력, 생활기록부에도 남길 것"


이렇듯 법적 사각지대가 뚜렷한 상황에서 학생과 학부모의 음성적 교권 침탈이 횡행했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이에 이 장관은 "교육지원청에 교권보호위원회를 설치하고 저경력 교원, 여성 교원에 대한 생활지도 연수를 확대하고 교육활동 보호 지원체계를 고도화하겠다"며 "교사를 일부 학부모의 악성민원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매뉴얼을 보급하고 학부모의 책무성을 강화하고 학부모·교원이 상담과정에서 지켜야 할 표준 상담 가이드 라인을 제정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교원의 정당한 생활지도는 고의, 중과실이 없는 한 아동학대 책임으로부터 보호하고 교원이 아동학대로 수사받을 경우 수사 개시 요건을 강화해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에 대한 대응력을 높이겠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이 장관은 일탈 행위로 중징계를 받은 학생의 이력을 학교생활기록부에 남겨 향후 대학 입시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도 재확인했다. 나아가 현행법 세부조항에 '교직원 인권 침해 행위 금지', '교원의 정당한 지도 존중과 적극 협력' 등의 의무 조항도 추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교권침해 대응력을 높이기 위해 민원대응팀도 별도 신설,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서이초 사태를 계기로 교육당국은 학부모 갑질과 학생의 생활지도 거부 등 교사의 정당한 교권 행사를 방해하는 행위를 근절하기 위한 제도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일러스트=프리픽] 
 서이초 사태를 계기로 교육당국은 학부모 갑질과 학생의 생활지도 거부 등 교사의 정당한 교권 행사를 방해하는 행위를 근절하기 위한 제도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일러스트=프리픽] 

이 장관은 이에 대한 구체적 방안으로 "피해 교원도 학교교권보호위원회를 개최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하고 학교장에게 교육활동 보호 의무를 부여하는 한편, 교원배상책임보험의 표준 모델을 개발해 피해 교원의 보호를 강화하겠다"고 했다.

이 밖에도 교육부에 따르면 오는 2024년부터 교권침해로 신체적 피해를 입었거나 소송을 진행해야 하는 교사에게는 치료비·분쟁 조정·소송비 일체를 보장하는 교원배상책임보험 표준모델이 전격 시행될 예정이다. 

나아가 교육부는 현재 '교육활동 침해 행위 및 조치 기준에 관한 고시'에 교권침해 행위로 '학부모 악성 민원'을 신설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저작권자 © 뉴스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