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유고래 기름 추출물을 개발하던 로버트 체스브러가 만든 연고 '바세린'. [사진=바세린 홈페이지]
  향유고래 기름 추출물을 개발하던 로버트 체스브러가 만든 연고 '바세린'. [사진=바세린 홈페이지]

지금은 그런 아이들이 없지만 겨울철이 되면 손이나 볼이 트는 아이들이 많았다. 필자도 그 중 한명으로 겨울이 되어 손이 터서 피까지 나올 정도가 되면, 어머니가 허연 연고 비슷한 화장품을 발라 주셨다. 입술에도 발라 주셨는데 맛이 별로라 도망 다녔던 기억이 있다. 

유튜브에서는 의사가 이야기 하는 한달동안 바른 후의 효과, 주름 없애는 방법 등의 많은 영상이 올라와 있다. 등산하는 사람들 사이에선 이 연고가 발에 물집 잡히는 것을 예방하는 약으로 알려져 있다. 발에 듬뿍 바르고 두꺼운 양말을 신으면 물집이 안 생긴다. 800킬로가 넘는 산티아고길 여정에서 초반 며칠은 바르고 다니고, 귀찮아 안 발랐더니 그날 바로 물집이 생겼던 기억이 있다.

이걸 바르면 아토피성 피부염이 예방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심지어 1837년에 태어난 사람이 이걸 매일 한 숟가락씩 먹으며 1933년까지 96년간 건강하게 살았다고 한다. 당시 평균 수명은 50살도 채 안되던 47.3세였다. 사람들이 장수와 건강의 비결을 물었을 때 그가 했던 말은 ‘하루 한 번, 이거 한 숟갈’이었다.

그리고 이것으로 천연가죽 세척제나 코팅제로 사용하기도 해서 명품 백에 바르기도 한다. 군대에서는 총을 닦을 때 쓰기도 하고 반짝 반짝 광을 내야 할 때 사용하기도 한다. 

자전거 체인이나 나사선 등에 윤활제를 대신해서 사용하기도 하는데 포르쉐에서는 공식적으로 이 제품의 사용을 권장할 정도다.

이쯤 되면 피부와 관련된 만병통치약에 가까운 수준이고 최고급 윤활제 수준이다. 이 제품은 1850년대 중반 석유가 무엇인지도 잘 모르던 시절, 원유에서 약품을 추출하기 유전에 모여든 사람들도 있었다.

당시 등불에 사용하는 연료는 향유고래 기름이었는데 석유를 개발해서 대체가 시작되던 시기기도 하다. 그 시절 유전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이 원유를 시추할 때, 까만 물질, 로드 왁스가 섞여 나왔는데 그것을 제거해야 했다. 그런데 인부들은 그 까만 물질을 버리지 않고 따로 모아두었다가 상처치료제로 썼다. 앞에서 이야기한 그 물질이었다. 

향유고래 기름 추출물을 개발하던 로버트 체스브러(Robert Augustus Chesebrough 1837~1933)는 석유로 인해 실업자가 될 신세였는데 ‘로드 왁스’라 불리던 그 까만 물질을 추출해서 연고를 만들었다.

 바세린 관련 유튜브 영상들. [사진=유튜브 제공]
 바세린 관련 유튜브 영상들. [사진=유튜브 제공]

이 물질 제조법으로 1872년 특허까지 받았는데 그 물질의 이름이 그 유명한 ‘바세린’이다. 당시 석유는 물과 탄소가 결합되어 만들어진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물과 기름에서 나온 물질이라 생각해서 독일어 ‘물’ 바세르(Wasser) + 그리스어 ‘기름’ 엘라이온(elaion)을 붙였던 것이다. 

매일 한 스푼씩 먹어 96세까지 장수를 한 사람도 바세린을 개발한 로브터 체스브러의 이야기다. 그는 만병통치약 바세린의 홍보를 위해 일부러 상처를 내고,  화상을 입고 심지어 먹기까지 한 것이다. 그래서 바세린은 발명자가 죽을 때까지 약품으로 광고를 했다. 하지만 그가 죽은 후 약보다는 화장품이 돈이 더 될 것 같아 보습화장품으로 위치를 바꾼다. 

우리나라에는 언제부터 들어와 썼는지 모르겠다. 동동구르무 장수가 팔던 때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할지도 모른다. 필자의 기억에는 일본 화장품이나 미국 화장품을 보따리에 들고 다니며 팔던 분에서 함께 샀던 기억이 난다. 귀한 대접을 받았고 꼭 필요할 때만 사용해야 했던 미제 화장품 비슷한 것이었다.

인플레이션이 시작되면서 돈의 가치가 떨어졌는데 바세린의 가격은 그 때나 지금이나 500원~1000원 그대로다. 그리고 다이소, 약국, 마트 등 어디에서나 쉽게 구할 수 있고 막 쓸 수 있는 약이자 화장품 그리고 윤활제가 되었다.

참고로 바세린을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다 보니 임상 안정성은 자연스럽게 확보되었다. 이것을 많이 쓰면 암에 걸린다는 이론도 있는데 바세린의 물질인 페트롤라툼은 분자 입자가 커서 피부로 흡수될 가능성은 없다.

다만 이상하게 사용한다든지 먹는다든지 할 때 암을 일으키는 물질이 되는데 발명자가 60여년간 먹으며 안정성을 입증했는데 모두에게 암을 일이키는 것 같지는 않다.

물론 발명자 로브터 체스브러가 200살까지 살 수 있었는데 바세린을 먹어서 96세까지 밖에 못살았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값싸고 안전한 치료제이자 화장품 고급 윤활제인 일상 명품이 맞다. 

※김길 / '전화기 디자이너'가 되려다 초콜릿바와 같은 거 외엔 할 디자인이 없다는 것을 알고 포기. 현재 인터넷기업, 교육기업 전략실 경험을 살려 사업컨설턴트로 활동 중.
※김길 / '전화기 디자이너'가 되려다 초콜릿바와 같은 거 외엔 할 디자인이 없다는 것을 알고 포기. 현재 인터넷기업, 교육기업 전략실 경험을 살려 사업컨설턴트로 활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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