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의 한 온라인쇼핑몰에  올라온 1896년 호치키스. [사진=핀코이]
대만의 한 온라인쇼핑몰에  올라온 1896년 호치키스. [사진=핀코이]

이 물건 때문에 몇 번을 긁혀 피를 냈는지 모른다. 손톱을 부러뜨린 적도 한두번이 아니고, 이 물건을 안 써보겠다고, 몇 번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내 주장을 이야기할 때나 정리를 할 때 늘 이 '친구'가 필요했다. 그런데 뭐 하나 잘못된 게 있거나, 비밀이 담겨있으면 이 녀석부터 뽑아내고 흔적을 없애야 했다. 그러던 중에 손톱 사이를 찌르거나 부러뜨리는 것은 다반사고, 긁히거나 심지어 손에 박히기까지 했다. 약간의 말썽이 있긴 하지만 꼭 필요한 녀석이었다. 긴 직장 생활 중 가장 가까이한 물건, 호치키스 스테이플러 이야기다.

부서원들이 모여 복사된 문서를 모아 보고용으로 만들 때, 종이 가로선, 세로선에 맞게 일자로 박는 사람이 있다. 아니면, 종이 모서리 왼쪽이 아니라 오른쪽에 박는 사람도 있다. 분명 취향의 차이지만 선임자의 잔소리가 바로 튀어 나온다. 

“이게 뭐니? 뽑고 다시 찍어!”

보고 받는 대상자의 직급이 높을 수록 호치키스 스테이플러 각도나 위치는 정해져 있다. 심지어 회장님처럼 중요한 보고서에는 스테이플러를 사용해선 안된다는 내용의 지시도 있다. 한두페이지로 정리해서 보고하라는 의미인데, 그걸 곧이 곧 대로 듣고 집게 같은 것으로 고정해서 가지고 가는 동료를 본적이 있다.


◆ 일본회사, 살상무기?...호치키스에 대한 오해


우선 이름이 일본스럽다. 문구점의 잡스러운 물건들은 일본제품이 많고 성능도 좋아 일본에서 만든 것으로 오해를 하게 된다. 더구나 일제시대 때부터 사용하던 물건이라 당연히 일본 ‘호치키스’사에서 만든 물건으로도 생각한다.

호치키스를 가리키는 보통명사는 ‘스테이블러(Stapler)’다. ‘스테이플(Staple)’은 ㄷ자 철심으로 양쪽 나무를 묶을 때 사용하는 못이다. 

  아마존에 올라온 스테이플러 상품들. [사진=아마존 홈페이지]
  아마존에 올라온 스테이플러 상품들. [사진=아마존 홈페이지]
 목재 작업용 스테이플러. [사진=프리픽]
 목재 작업용 스테이플러. [사진=프리픽]

프랑스 군수업체, 특히 19세기 대량 살상무기 기관총을 만든 호치키스사에서 대민용으로 만든 제품으로 오해하는 경우도 있다. 그냥 성만 같은 프랑스 쪽 사람 이름이다. 기관총을 개발한 사람은 벤저민 호치키스고 스테이플러를 만든 조지 호치키스와 아들 엘리 허벨 호치키스는 성만 같고, 전혀 상관이 없는 사람들이다. 역시 오해다.

19세기 면도날을 우아하게 가는 기계, 신발자전거, 담배 우산, 휴대용 만년필 잉크 보관병 등과 같이 별별 발명품들이 있었다. 그 중 생활에 꼭 필요해서 살아 남은 발명품이 지금의 스테이플러다.

그걸 만든 회사의 이름이 호치키스였는데, 일제시대 때 들어와 별다르게 부를만한 이름이 없어 지금까지도 호치키스로 불리고 있다. 지역에 따라 연령에 따라 호치케스, 호치케 등으로 불리기도 하지만 호치키스가 맞다.

호치키스 스테이플러로 총을 쏘듯 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 때 못된 녀석 엉덩이에 쏴주고 싶은 생각도 들었을 것이고, 내 몸에 박히면 어쩌나 싶은 두려움도 들었을 것이다. 그리고 수십개의 보고서를 묶으려 꾹꾹 누르다 아파오는 손바닥을 보면서, 누가 자동으로 박아주는 기계 안만드나 싶은 생각도 들었던 적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 오래된 물건이어서 그런지 다 나왔다. 전동형 스테이플러가 있고, 못 대신 사용하는 총처럼 쏘면서 못을 박는 타커라는 제품도 있다. 그리고 최근까지 중국에서는 고문할 때 말들을 때까지 다리와 엉덩이에 스테이플러를 박았다고 한다.


◆ 의류용, 의료용...스테이플러의 확장


급할 때 서류가 아닌 옷에 써본 경험이 있는지 모르겠다. 영화에서 찢어진 살을 임시로 고정하는 장면을 봤을지 모르겠다. 실제로 의료용 스테이플러가 있다.

우리 생활 가까이서 유용하게 잘 사용하는 물건이다. 정리할 때 묶어 주기도 하고, 이것과 저것을 이어주기도 하고, 어딘 가에 딱 달라 붙어 있게도 한다. 가끔 내 손에 생채기를 내긴 하지만 그래도 써야 하는 물건이다.

그래서였는지 과거 메가스터디나 이투스의 학원에서 입시설명회를 할 때, 기념품으로 작고 앙증맞은 휴대용 스테이플러를 주기도 했다. 콕 박혀 공부하고, 팍 달라 붙으라고…

※김길 / '전화기 디자이너'가 되려다 초콜릿바와 같은 거 외엔 할 디자인이 없다는 것을 알고 포기. 현재 인터넷기업, 교육기업 전략실 경험을 살려 사업컨설턴트로 활동 중.
※김길 / '전화기 디자이너'가 되려다 초콜릿바와 같은 거 외엔 할 디자인이 없다는 것을 알고 포기. 현재 인터넷기업, 교육기업 전략실 경험을 살려 사업컨설턴트로 활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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