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 "경기도 비협조에 경기 기초단체 단위 혜택 전파 난망"
김동연 경기도 "서울시 '경기 비협조' 주장 사실무근...'경기패스' 주력"

  친환경과 친인류를 향한 지구촌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일러스트=이하나 기자]
  친환경과 친인류를 향한 지구촌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일러스트=이하나 기자]

[뉴스캔=박진용 기자] 서울시와 경기도가 서울시 주도의 '기후동행카드' 사업을 놓고 엇박자를 내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두 광역 지자체가 경기권 위성도시들의 서울 행정 편입이 골자인 '메가시티 서울'과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추진 중인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신설이 상충된 데 따른 신경전의 일환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오세훈표' 기후동행카드...수도권 대중교통비 절감, 친환경 정책 각광


오세훈 서울시가 추진 중인 '기후동행카드'는 매일 서울로 출퇴근하는 경기도민들에게 무제한(월 6만 원대 정기권) 대중교통 이용 혜택을 주는 취지의 정책이다. 서울-경기 출퇴근 유동인구가 많은 만큼 대중교통 이용을 유도해 자동차 배기가스를 줄일 수 있고, 무엇보다 경기도민들의 출퇴근 교통비가 절감된다는 점에서 호평을 얻은 바 있다.    

구체적으로는 현재 서울 시내버스가 고양, 과천, 광명, 구리, 군포, 김포, 남양주, 부천, 성남, 안양, 양주, 의왕, 의정부, 파주, 하남 등 경기 생활권으로도 다양하게 노선이 운영되고 있어 기후동행카드 활용 시 경기도민에게 체감상 혜택이 크게 돌아갈 것이란 기대감도 잇따랐다.

오세훈 서울시장(우), 하은호 군포시장(좌)이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서울-군포 기후동행카드 업무협약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서울시 제공]
오세훈 서울시장(우), 하은호 군포시장(좌)이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서울-군포 기후동행카드 업무협약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서울시 제공]

기후동행카드는 파란·초록·마을버스 등 경기권을 경유하는 서울시 면허 버스에 두루 적용된다. 특히 경기권을 경유하는 시내·마을·심야버스 전 노선을 모두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다. 현재 기후동행카드 혜택이 적용되는 서울시 면허 버스는 고양시 30개, 광명시 26개, 성남시 11개, 안양시 15개 등 총 111개 노선에 달한다. 이와 함께 서울시가 수도권 출퇴근을 지원하기 위해 직접 운영 중인 '서울동행버스' 02번·04번·05번 등 3개 노선도 이에 포함된다. 

다만 이를 놓고 이해 당사자인 서울-경기 지자체가 최근 불협화음을 빚고 있다. 5일 서울시에 따르면 기후동행카드는 시행된지 불과 한 달 만에 총 46만 장이 판매됐으며, 20·30 청년층 사이에서 수요가 높은 상황이다. 이를 통해 지난 한 달 동안 기후동행카드 사용자들이 월 평균 3만 원의 교통비 절감 효과를 본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시 "기후동행, 정치논리에 지지부진"... 경기도 "吳 주장, 사실무근"


이에 서울시는 인천, 김포, 군포, 과천 등과도 기후동행카드 협약을 추진하며 정책 파급 범위를 넓히려는 시도에 나섰다. 그러나 이 밖에 경기권 지자체들은 해당 프로젝트 참여에 미온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김동연 경기지사는 서울시와 공조가 필요한 기후동행카드 대신 오는 5월 출시될 예정인 'The 경기패스'에 더욱 주력한다는 방침이어서 두 지자체 간 신경전 수위가 고조될 전망이다.

이렇다 보니 오세훈 서울시장은 최근 각종 공식 석상에서 기후동행카드와 관련해 "경기도가 비협조적"이라고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서울시민과 경기도민의 교통편의 증진을 목적으로 시행된 기후동행카드 정책이 여야 정치논리와 당적에 따라 난맥상을 빚고 있다는 게 그가 토로한 핵심 취지다. 

실제로 오 시장은 지난달 21일 시의회 시정질문에서는 "경기도를 포함해 원하는 곳은 모두 받아주겠다고 열어 둔 상태인데, 요청 온 곳들이 같은 당적(국민의힘)일 뿐"이라며 "서울시 예산까지 써가면서 해주겠다고 공표했는데 경기도는 한 푼도 낼 수 없으니 기초 지자체들이 돈이 있으면 들어가라는 입장이다. 사실상 도와주지 않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경기도는 즉각 이에 반박하는 입장을 냈다. 김상수 경기도 교통국장은 오 시장이 이같은 발언을 꺼내든지 불과 하루 만인 지난달 22일 "오 시장이 지난달 수도권 지자체장 공동 기자회견에서 각 지역 정책으로 선택지를 주기로 해놓고 시·군에 기후 동행카드 참여를 종용하는 등 수도권 시민에게 불필요한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며 "도가 돕지 않아 각 시·군이 참여를 주저한다는 확인되지 않은 주장을 한 것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오 시장의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그러면서 "도내 31개 시·군의 기후동행카드 사업 참여는 도민 혜택 증진 차원에서 각 시·군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사안"이라며 "경기도는 경기도민의 통행 특성에 맞는 'The 경기패스' 사업을 차질 없이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상수 경기도 교통국장이 22일 경기도청 브리핑룸에서 기후동행카드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경기도 제공]
김상수 경기도 교통국장이 22일 경기도청 브리핑룸에서 기후동행카드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경기도 제공]

여기에 오 시장이 경기도 측 설명에 재반박 성명을 내며 지자체 간 갈등수위도 고조됐다. 오 시장은 지난달 23일 시의회 시정질문을 통해 "경기도와 기초지자체는 대중교통 재정 지원을 분담하고 있는데, 도 차원에서 지원을 안 한다고 분명히 해버렸기 때문에 재정이 열악한 경기도 기초지자체들은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어 망설이고 있다"고 경기도를 직격했다.

그는 이후 지난달 28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서도 "경기도민 중 서울로 출퇴근하는 분들도 시민으로 간주하고 어떻게든 혜택을 드려야 한다는 게 원칙"이라며 "경기도가 기후동행카드에 참여해도 서울시가 비용을 60% 이상 부담한다. 그런데도 경기도가 거절하고 있어서 참 기묘한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경기도는 같은 날 입장문을 내며 "오 시장의 주장은 근거가 없는 부정확한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김 국장은 "서울시의 예산 60% 지원과 관련해 경기도는 어떤 협의도 한 바 없고, 지원 근거도 명확하지 않다"면서 "기후동행카드 참여를 선언한 군포와 과천시도 서울시로부터 예산 지원과 관련해 세부계획을 안내받은 바 없다고 확인해줬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더(The) 경기패스 사업 외에 각 시·군은 얼마든지 자체적으로 교통정책을 시행할 수 있다. 기후동행카드 참여 여부는 온전히 시군의 자율적 결정 사항"이라고 재강조했다.

이에 서울시 윤종장 도시교통실장은 그 이튿날 입장문을 통해 경기 기초단체 단위의 사업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서는 상위 지자체인 경기도가 협조에 나서야 한다고 재강조했다. 김동연 경기도가 추진 중인 '더 경기패스'에만 주력한다면 경기권 일부 기초행정자치구는 서울-수도권을 잇는 기후동행카드 혜택에서 배제될 수 있다는 것이 시의 주장이다. 또한 기후동행카드 관련 예산의 60%를 서울시가 지원한다고 밝혔음에도 이를 근거가 없다고 주장한 경기도의 지적은 어불성설이라는 취지의 설명도 덧붙였다.

윤 실장은 이날 "시·군에서 기후동행카드 참여를 요청하는 경우 서울시와 시·군이 운송 손실금을 분담하는 것을 전제로 협의하고 있다"며 "경기도 시·군이 참여할 때 적용되는 운송기관 범위가 서울이 많아 서울시 예산은 최소 60% 투입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서울시와 경기도가 수도권 교통편의 정책을 놓고 첨예한 신경전을 이어가면서, 오세훈표 기후동행카드 정책의 기본 취지가 빛 바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또 민생 증진이 아닌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이러한 불협화음이 빚어지는 것은 자칫 총선 전 여야 표심 경쟁의 연장 선상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점에서 '수도권 교통정책'이 좌초될 시 두 지자체 모두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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