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부터 최근까지 유통... 식약처 “올해부터 LMO 검사 실시”
한살림 “자체 의뢰검사 후 즉각 통보, ‘회수 명령’ 오인토록 발표”

 식약처는 주키니 호박을 원료로 한 가공식품 조사과정에서 추가 수거한 제품들을 검사한 결과 13개 제품에서 미승인 호박 유전자가 검출돼 위해식품판매차단시스템을 통해 즉시 판매를 차단했다고 10일 밝혔다. [사진=식약처]
 식약처 조사 과정에서 LMO가 검출된 것으로 밝혀진 제품들. [사진=식약처]

[뉴스캔=신아랑 기자] 최근 시중에 판매된 국내산 주키니 호박 종자에서 미승인 LMO가 발견되면서 농가와 판매기업, 그리고 소비자들까지 큰 혼란에 빠졌다. 

식약처는 지난 10일 주키니 호박을 원료로 한 가공식품 조사과정에서 234개 식품업체의 제품을 일제 수거‧검사한 결과 미승인 호박 유전자가 검출된 27개 제품에 대해 판매 차단과 회수 조치를 취했다. 

앞서 지난달 26일 농림축산식품부도 국내에서 생산된 주키니 호박 종자 일부가 승인되지 않은 유전자변형생물체(LMO)로 판정됐다며 유통‧소비 단계의 주키니 호박 전체 물량을 수거하고 판매를 전면 금지한 바 있다.

이번 'LMO 파동'은 지난해 외국산 주키니 호박 종자의 수입 검역 과정에서 발견됐다. 당시 국내 A기업이 신규 개발해 출원한 주키니 호박 종자가 LMO로 판정됐으며, 해당 종자는 B기업이 판매한 종자를 사용해 육종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따라 국립종자원이 주키니 호박 종자(121종)와 애호박 종자(126종) 전체에 대해 LMO 검사를 벌였고, 그 결과 B사의 주키니 호박 종자 2종에서 LMO가 확인됐다. 해당 LMO 종자 2종은 B사가 미국에서 승인된 종자를 수입해 국내 검역 절차 등을 밟지 않고 육종해 판매한 것으로, 2015년부터 최근까지 유통됐다는 게 식약처의 설명이다.

이번에 적발된 제품들은 한살림사업연합에서 유통한 '닭고기볶음밥'을 비롯해 신세계푸드에서 제조해 이마트에서 판매된 '칼만둣국', 현대그린푸드 스마트푸드센터가 제조한 '건강한짜장소스' 등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주키니 호박 재배 농가를 대상으로 전면 미승인 LMO 검사한 것에 이어 품목 제조보고서와 주키니 호박 유통 경로를 추적해 원료로 사용된 모든 가공식품까지 조사를 마쳤다”며 “확인할 수 있는 미승인 LMO 확산은 일단 막았다"고 밝혔다.


◆한살림 유감 표시 "자체 의뢰 검사 후 즉각 통보했지만..."


하지만 일각에서는 식약처의 전수조사 품목 선정 및 과정에서 오해를 불러일으켰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경기도 안성에 소재를 둔 한살림사업연합(이하 한살림)은 식약처의 이번 조치와 관련 “지난 4일 주키니 호박을 원료로 사용한 가공품 4종이 식약처 검사에서 빠진 것을 확인하고, 물품 안전을 빈틈없이 하고자 생산지를 통해 전문 검사 업체에 GMO 검사를 자체적으로 의뢰했다"고 밝혔다.

그 결과 같은달 7일 GMO가 검출된 것을 확인했고, 이를 즉시 조합원들에게 공지하고 현물 반품을 안내했으며 검사 기관을 통해 즉각 식약처에도 통보했다는 입장이다.

[사진=왼쪽부터 토론회에 참석한 곽현용 한살림연합 전무이사, 송용식 생산자, 송기호 변호사, 강말숙 한살림동서울생협 이사장이 해결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토론하고 있다.]
[사진=왼쪽부터 토론회에 참석한 곽현용 한살림연합 전무이사, 송용식 생산자, 송기호 변호사, 강말숙 한살림동서울생협 이사장이 해결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토론하고 있다.]

특히 한살림은 "우리가 7일 의뢰한 검사 기관으로부터 검출 통보받은 식약처가 다음날인 8일에서야 해당 물품에 ‘추가 조사’를 실시해 한살림의 검사 결과를 재확인했으면서도 마치 식약처 조사에서 GMO가 발견되고 한살림에 회수 명령을 한 것으로 오인되도록 보도자료를 배포했다"며 유감을 표했다.


◆주키니 호박 가격 반토막... 농가, 소비자, 마트 '끙끙' 


이러한 논란 속에 주키니 호박 출하 가격이 반 토막되면서 농가는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주키니를 재배하는 한 농민은 “친환경 유기농업을 한다는 자부심으로 살았는데 영문도 모른 채 큰 죄인이 된 기분”이라면서 “수십 년 동안 만들어온 친환경 필지와 친환경 인증에 대해 어떤 대책을 세워줄 것인지 답을 듣고 싶다”며 울분을 터뜨렸다.

먹거리 안전에 대한 소비자들의 우려도 고조되는 상황이다. 경기도 이천의 김정현 씨(35)는 “아이들 급식에도 들어가지 않았을지 걱정된다. 믿고 먹을 수 있는 게 뭐 있나. 마트에서 산 주키니 호박만 반품하면 되는 줄 알았더니 간편식에도 들어갔다니 찝찝하다”고 말했다.

식자재 납품 업체와 대형마트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다. 식자재 납품업체 C사 관계자는 “농가에 비하면 피해는 적지만 고객사가 원하는 상품을 주문하지 못하게 되면서 고객센터로 많은 문의가 들어왔고, 기존 주키니 호박을 대체할 상품을 찾기가 쉽지 않아 어려움을 겪었다”고 토로했다.

D 대형마트 관계자 역시 “주키니 호박 판매대를 완전히 뺐다. 문제가 된 주키니 호박이 아닌 다른 호박에 대한 판매 또한 저조한 상태”라고 전했다.

주키니 호박 [사진=픽사베이]
주키니 호박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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