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맥 찾아달라“ 금광회사 사장의 과감한 결단
집단지성에 맡긴 회사 운명, 신의 한수로 귀결

[그래픽=뉴스캔 김진욱]

“인간은 변화를 일으키는 존재다!”

영국 역사학계의 거장 J.M.로버츠가 그의 저서 <History of the World>에서 내린 인간에 대한 정의다. 로버츠는 이 책을 통해 “지난 수천 년간 인간을 제외한 모든 생물은 아무런 변화를 일으키지 못한 채 어제와 같은 오늘, 그리고 오늘과 같은 내일을 살아가고 있지만 인간만이 생활방식과 환경을 바꿔가며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고 말한다.
 
맞는 이야기다. 실제 인간은 항상 변화를 추구하며 살아왔지 않은가.

기업을 운영하는 경영자들도 매한가지다. 시대의 흐름에 맞게 다양한 경영 패러다임을 추구해왔고 시장에서도 그러한 경영방식이 성공과 실패를 거듭하면서 진화하고 발전한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관심을 가져야할 부분은 현대 사회의 빠른 발전 속도에 발맞춰 과거의 방식과 전혀 다른, 혹은 미처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기업의 ‘알짜’ 수익이 창출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경영환경이 복잡하고 다양해진 만큼 기업의 주 수익원 역시 예측되지 않은 ‘다양한’ 곳에서 나오고 있다는 말인데, 이는 더 이상 과거의 방식과 비즈니스적 사고로는 변화에 따라갈 수 없다는 점을 시사한다. 

예컨대 대중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수익으로 연결되거나, 충성도가 높지 않은 고객에게서 주 수익원이 발생하는 것이 그와 같은 경우다.  

이것은 경영학 면에서 볼 때 ‘파레토의 법칙’이 깨지고 ‘롱 테일(Long Tail)의 법칙’이 인정받는 시장환경으로 얘기할 수 있다. 


◆‘보이지 않는 힘’ 롱 테일 법칙과 집단지성
   
미국의 유명한 비즈니스 잡지인 <와이어드>의 크리스 앤더슨 편집장이 주창한 ‘롱 테일 법칙’은 ‘매출의 80%가 20%의 충성고객에 의해 이뤄지고 생산량의 80%는 20%의 우수 사원이 만들어 낸다’고 하는 ‘파레토의 법칙’을 전면 뒤엎는 이론으로, 아마존과 구글의 성공사례가 대표적이다. 
 
세계 최대의 온라인 서점 아마존의 주 수익원은  ‘베스트셀러’가 아니다. 20%의 베스트셀러보다는 ‘반스앤드노블’과 같은 대형 서점에서는 진열조차 되어 있지 않은 ‘비주류 단행본’이나 ‘희귀본’의 매출이다. 전체 수익의 절반 이상이 1년에 겨우 한두 권 살 뿐인 80% 고객에게서 창출된다는 얘기다.
 
인터넷 공룡 구글의 예도 이와 다르지 않다. 주 수익원은 포천지 선정 500대 기업과 같은 거대 기업들이 아닌, 꽃 배달업체나 제과점, 웨딩숍 등과 같은 작은 기업들의 광고에서 나온다. 

기존 광고시장에선 명함도 못 내밀던 작은 영세 사업자들이 집합적 매스를 이루자 구글에는 하나의 거대한 수익원이 되고 말았던 것이다.  

위의 예에 해당하는 기업들의 상품별 판매량을 그래프로 표시해보면 공통적으로 공룡의 꼬리와 같은 모양이 나타난다. 

즉, 한 기업에서 판매하는 다양한 상품을 많이 팔리는 상품부터 적게 팔리는 상품의 순으로 가로축에 길게 늘어놓고 그 각각의 판매량을 세로축으로 표시했을 때 판매량을 선으로 연결하면 공룡의 꼬리처럼 긴 모양을 이룬다. 

바로 이 꼬리 부분이 ‘롱테일 법칙(80%의 상품들의 판매량이 잘나가는 20%의 상품 판매량을 압도한다)’에 해당한다. 

또 하나 오늘날 경영자들이 과거에는 결코 예상하지 못한 새로운 경영세태로는 ‘집단지성’을 들 수 있다. 

소수의 엘리트 집단보다는 다수의 군중이 때로는 더 지혜롭다. 집단지성이 기업경영에 접목되면서 ‘협업(Cooperation)’의 경영방식이 새삼 주목받는 시기가 도래했다.
    
지금까지의 경영이 관료제라는 틀 속에서 통제와 능률을 강조하며 기업 내부에서 모든 기업운영의 틀이 짜여진 방식이라면, 협업 체제에서의 경영은 창의성과 자율성을 중시하며 일정 부분의 기업소스를 외부에 개방하거나 아웃소싱 업체에 맡기는 등 개방화된 밑그림을 그린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현대 경영에서는 의외로 기업 내 지식경영이 별다른 의미가 없다”는 평가도 나온다. 

기업 내 조직구성원 개개인의 지식이나 노하우에서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회사 외부 인력(일반인을 포함한 전 세계인)으로 지식공유의 범위를 넓혀 기업을 운영해야 될 때라는 논리다.   
1999년 겨울 어느 날. 캐나다 토론토에 위치한 한 금광 회사 골드코프(Goldcorp) 회의실에선 긴장감이 흘렀다. 

새 금맥을 찾지 못하면 파산할 수밖에 없는 위기 상황에 처했기 때문인데, 심사숙고 끝에 이 회사 롭 맥이웬 사장은 직원들을 어리둥절케 하는 중대 결정을 발표한다. 

“50년간 모아놓은 광산 지질 데이터를 인터넷에 공개하고 57만5000달러의 상금을 내걸어 금맥 후보지 발굴 콘테스트를 열 것이다!”

당연히 직원들은 혀를 차며 그를 거칠게 비난했다. 

“금광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전직 펀드 매니저가 정신이 나간 것 같아. 산업 특성상 지질 자료는 회사에서 가장 중요한 자산 가운데 하나인데 이를 공개 콘테스트를 통해 금맥을 찾겠다니 말이 되는 소리야?”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참가자들은 밀려들었고 전문 지질학자를 비롯하여 대학원생, 수학자, 군대 장교 등 세계 곳곳 다양한 사람들은 110곳의 새 금맥 후보지를 추천해 주었다. 

희한하게도 이들 후보지 중 80% 이상에서 금이 나왔다. 연 매출 1억 달러에 불과했던 골드코프가 90억 달러 규모의 거대 광산업체로 급부상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계기다. 

경영환경은 이처럼 경영자들이 지배하느냐, 아니면 지배당하느냐에 따라 다른 경영성과로 나타난다.

김진욱 뉴스캔 발행인
김진욱 뉴스캔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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