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한 기업 근간엔 '철학'...스티브 잡스, 소크라테스와 점심 원해
3M, P&G, 삼성, 두산, 동화약품... 확고한 경영철학으로 '우뚝'

 비즈니스에서 식사자리는 서로의 인격과 철학을 배우는 소중한 시간이다. 애플 창업자인 고(故) 스티브 잡스는 소크라테스와 점심을 할 수 있다면 회사의 수익금과도 맞바꾸겠다고 말했다. [일러스트=프리픽]
 비즈니스에서 식사자리는 서로의 인격과 철학을 배우는 소중한 시간이다. 애플 창업자인 고(故) 스티브 잡스는 소크라테스와 점심을 할 수 있다면 회사의 수익금과도 맞바꾸겠다고 말했다. [일러스트=프리픽]

기업 경영자들이 찾는 인문학(人文學)은 인간이 처해진 조건에 대해 연구하는 학문 분야로 철학, 문학, 역사학, 고고학, 언어학, 종교학, 여성학, 미학, 예술, 음악 등 여러 갈래가 있다.

그런데 이 중 오늘날 경영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분야를 꼽으라면 단연 철학이다. 자신만의 경영철학을 찾고자 하는 경영자들이 많아지고 있다.   

기업에 있어 ‘최고경영자(CEO)’라는 직위는 의사결정을 주 업무로 하는 자리다. 의사결정을 내리기 위해 피말리는 고민을 하기도 하고, 때로는 주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추진력있게 자신만의 사업전략을 고수해야 할 때도 있다.

특히 전문경영인으로서의 CEO라면, 자신이 내린 결단으로 인해 기업의 운명이 좌우되고 임직원들로부터 ‘상향식 평가’를 받기도 한다.  

한때 포스코·하나로통신·좋은사람들 등의 기업체 사원 100명을 대상으로 한 서베이기업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1%가 ‘결단력’을 CEO의 가장 큰 덕목으로 꼽았다고 한다. ‘언제 CEO가 가장 불만스럽냐’는 질문 역시 “우유부단한 모습을 보일 때”라는 대답이 가장 많이 나왔다.

결단력이 없다는 것은 경영자가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 자신만의 원칙인 ‘경영철학’을 갖추지 못했다는 얘기가 된다. 이 때문에 정보화 사회의 기업환경에서 빠른 의사결정을 위해 자신만의 경영철학을 갖는 것이 CEO들에게 중요해졌다. 


◆워런 버핏과의 점심... 210만 달러 주고도 "전혀 아깝지 않다"


철학은 아무리 ‘퀘퀘’ 묵은 고대의 것이라 하더라도 오늘날의 경영자들에게 많은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다. 철학서 한 권의 단 한줄에서도 ‘지혜’와 ‘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에 내가 소크라테스와 점심을 같이 할 수 있다면 우리 회사가 가지고 있는 모든 기술을 그것(소크라테스의 철학)과 바꾸겠습니다.”

애플 창업자인 고(故) 스티브 잡스의 말이다. ‘경영의 귀재’로 통하는 스티브 잡스 마저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인 소크라테스에게서 경영철학을 배우고 싶어했다. 

김형철 전 연세대 철학과 교수는 “우리가 현재 쓰고 있는 기술이나 조직의 복잡성을 소크라테스는 미처 보지 못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의 최고경영자들은 그의 철학과 지혜를 21세기에서 다시 재해석하려 한다”면서 “실제로 세계적 CEO들이 철학을 중시하며 경영에 접목하고자 하는 사례가 많다”고 말한다.   

 워런 버핏과의 점심식사를 소재로 한 서적. [사진=이레미디어 책자 소개화면 캡처]
 워런 버핏과의 점심식사를 소재로 한 서적. [사진=이레미디어 책자 소개화면 캡처]

‘점심’ 얘기가 나왔으니 워런 버핏 얘기도 덧붙여보자.  

역사상 최고의 성공 투자가로 평가받는 워런 버핏은 1년에 한 번씩 자신과 함께 점심식사를 할 수 있는 특권(?)을 경매에 붙인다. 매번 억대의 응찰이 붙고 한 번은 210만 달러(한화 27억원)에 낙찰받은 이가 있을 정도로 그와의 짧은 만남은 큰 가치를 지녔다. 

재미있는 사실은 3시간에 걸쳐 버핏과 점심식사를 했던 사람들 모두가 자신이 낸 점심값을 아까워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점심값 전액은 자선단체에 기부된다고 한다. 

왜 세계의 경영자들이나 부자들은 그렇게 비싼 돈을 주고 그와 식사를 하려 드는 것일까.  식사자리에서 어떠한 대화가 오가기 때문일까.

정답은 역시 경영철학에 있었다. 3시간에 걸친 점심식사 시간 동안에 버핏은 하버드 대학원 입학 실패담, 코카콜라와 질레트의 대주주가 된 과정 등 주로 자신이 겪었던 인생담을 들려줌으로써 최고의 투자가로 성공할 수 있었던 그의 투자 철학과 삶의 철학을 들려준다고 한다. 

철학에서 경영을 배운다는 것, 그리고 경영에서 자신 만의 철학을 갖는다는 것 이 모두가 현대 경영인들에게는 ‘필요 충분 조건’이 되어가고 있다.

피터 드러커는 경영관리에 관련된 사람, 즉 경영자라면 반드시 지녀야 하는 한 가지 자격이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것은 천재적인 재능도, 예리함도 아닌 그 사람(경영자)의 품성, 즉 인격이다. 드러커는 인격이 그 사람이 지닌 철학에서 탄생한다고 말한다. 

앞서 김 전 교수의 말처럼 성공한 글로벌 CEO들 중에서는 의외로 철학을 전공한 이들이 많다. ‘성공의 대명사’로 일컬어지는 칼리 피오리나 전 HP 회장이 그랬고 애플의 고 스티브 잡스도 철학을 전공했다. ‘투자의 귀재’ 조지 소로스 역시 런던 스쿨 이코노믹스에서 철학을 전공하며 경영과의 접목에 힘썼다고 한다. 


◆ 장수기업 비밀? 경영철학에 '답'


초일류 기업으로 평가받는 회사들은 하나같이 확고한 경영철학을 내세워 위기를 꿋꿋이 이겨냈다.  

3M은 ‘고객의 경쟁력을 위해 혁신적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경영이념을 실현하기 위해 직원들에게 창의성을 심어주는데 주력했다. 

맥나이트 3M 전 회장은 “올바른 생각을 가진 사원이 저지르는 실수는 장기적으로 볼 때 경영진이 권한을 내세워 사원에게 일하는 방식을 일일이 지시하는 실수보다 심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실수를 저질렀을 때 경영진이 심하게 비판하는 것은 사원의 자발성을 죽이는 행위”라며 직원들의 실수와 실패까지 포용하는 경영철학을 실천했다.

3M의 대표적인 히트제품인 ‘포스트잇’이 세상의 빛을 볼 수 있었던 것은 이처럼 실수를 인정해주는 조직문화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당초 포스트잇은 실패작에 가까웠지만 1970년 3M 중앙연구소의 한 연구원이 강력한 접착제를 연구하다가 잘 붙기는 하지만 쉽게 떨어져버리는 접착제를 만든 것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세계적인 환경기업인 P&G는 지난 2002년 2000만 달러를 들여 추진해온 프로젝트가 재정위기로 무산될 처지에 놓였다. 깨끗한 물을 마시자는 것인데, 저개발국 주민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장기적인 수익도 낼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시작한 식수정화사업이 예상 외로 안정적인 수익을 내지 못했다.

 3M의 히트상품인 '포스트잇'은 접착제를 연구하다가 실패한 것에서 고안한 제품이다. [사진=3M 홈페이지]
 3M의 히트상품인 '포스트잇'은 접착제를 연구하다가 실패한 것에서 고안한 제품이다. [사진=3M 홈페이지]

P&G는 그러나 식수정화사업을 철수하는 대신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으로 전환했다. 사회, 건강, 의료, 인도주의 구호단체 등 비영리조직과 제휴를 맺고 식수정화제품인 ‘퓨어’를 원가에 공급하기로 한 것이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비영리단체를 상대로 한 매출은 증가했고 특히 2004년말 인도네시아 ‘쓰나미’ 사태 이후 ‘퓨어’의 판매량은 급신장했다. 

P&G가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었던 것은 ‘소비자의 생활을 향상시킬 수 있는 최상의 제품을 제공함으로써 경제적 이윤을 얻고, 이윤을 다시 지역사회에 재투자해 지역공동체와의 공동번영을 추구한다’는 경영철학에 충실했기 때문이었다. 

세계시장에서 ‘삼성’이라는 글로벌 브랜드가 탄생한 것도 혁신을 향한 고(故) 이건희 전 회장의 경영철학이 한몫했다. 인재를 중시하고 그 우수한 인재를 잘 관리하면 혁신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는 게 이 전 회장의 사상이다.  

삼성은 1993년 이 전 회장의 ‘신경영 선언’에 따른 혹독한 혁신으로 세계무대에 이름을 알렸고, 이어 1998년 IMF 사태 속에서도 ‘뼈를 깎는 혁신’으로 글로벌기업의 발판을 마련하는데 성공했다. 특히 2006년도에 제시된 ‘창조경영론’은 일종의 지속성장 매뉴얼이자, 시간(속도)을 중심으로 하는 4차원의 새로운 관점에서 거대 조직을 변화와 혁신으로 이끌어낸 삼성 경영철학의 골격으로 지금도 회자되고 있다. 

국내 최장수 기업은 11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두산과 동화약품을 들 수 있는데 이들 역시 경영철학이 녹아 있는 회사로 평가받는다. 

두산은 5대째 이어오는 가족 중심형 기업으로 ‘인화 제일주의’, ‘돌다리도 두드리며 건너자’ 등의 안전 우선주의 경영철학을 갖고 있다. 

동화약품도 ‘국민건강을 최우선으로 하는 일에 한우물을 파겠다’는 경영철학이 있었기에 100년이 넘는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인 ‘활명수’를 탄생시킬 수 있었다. 전통을 바탕으로 누구보다 한국인의 체질에 적합한 의약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고, 직원들을 한 가족처럼 생각하는 가족 중심의 경영철학이 실제 제품생산 과정에 담아진 것이다. 

김진욱 뉴스캔 발행인
김진욱 뉴스캔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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