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청년부, 조기축구회서도 경영이 필요
사람배우는 인문학, 사람 사이 이뤄지는 경영

 [일러스트=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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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를 경영한다는 것, 과연 경영이란 무엇일까. 

경영의 범주에는 누구나 생각하는 ‘기업’은 당연히 포함되는 것이겠지만 실제 그 범위는 상당히 넓고 다양하다. 

대학 동창회를 운영하며 동문들을 연결시켜준다거나 교회 청년부를 맡아 주일예배 후 부원들을 관리하는 일, 심지어 조기축구회에서 이웃 마을 축구 동아리와 시합을 주선할 때에도 모두 ‘경영’이라는 단어가 관여한다. 

경영이란 이처럼 조직 내에서 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활동, 즉 기업이란 틀을 적용한다면 기업이 생존하고 유지하고 성장하는 모든 활동을 일컫는다. 기업을 ‘굴러가게’ 하는 일을 경영활동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오늘날의 경영은 나름대로 수많은 시간과 시행착오를 겪어 발전하고 변화된 경영역사의 산물이다.   


◆ 베니스의 상인, 로마제국의 번영도 모두 '경영'의 산물


경영의 효시로는 BC 5000년경 고대 수메르인들의 경영활동이 꼽힌다. 당시 수메르 사람들은 정부와의 상업적 활동에 ‘경영’을 활용했다. 이후 이집트의 피라미드 건설이나 로마제국의 번영, 그리고 14세기 이탈리아 베니스의 상업적 성공도 모두 ‘경영’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역사적 사실들이다.   

오늘날과 같은 기업경영의 형태는 산업혁명 이후부터 나타난 ‘대량생산’ 체제 하에서 시작됐다. 산업혁명은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큰 변화를 야기했는데 특히 섬유재나 소비재를 제조하는데 있어 한 단계 도약을 하는 계기로 작용했다. 

때문에 이 시기는 자본으로 시설이나 물자, 인력 등을 사서 ‘물건을 만들기만 하면 많이 팔리던 시절’이었다. 주로 가내수공업에서 공장식 기계공업으로 전환하던 대량 생산체제에서의 경영으로, 아담 스미스가 <국부론(1776년)>에서 거론했듯 분업이 활발히 이뤄졌고 시장은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균형을 이루는 등 현대의 시장경제 체제와 비슷한 모습을 갖추며 기업경영이 발전속도를 내기 시작한 시기다.  

이후 20세기로 접어들면서 프레드릭 테일러에 의해 고전적 경영학(과학적 경영, 관료적 경영, 관리적 경영을 중시함)이 선을 보였고, 헨리 포드에 와서는 자동차의 대중화를 위해 조립라인 방식으로 자동차를 생산하는 이른바 ‘포드시스템’이 확립되며 기업경영의 모델로 조명받기도 했다. 물론 이 때 경영의 본질과 목적은 단순히 ‘무엇을 만들어 팔 것’이냐가 아닌 ‘많이 만들어 파는 것’이 중요하던 시기였다. 

21세기가 되어서는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로 통하는 피터 드러커 등이 지식과 정보의 가치성을 강조한 ‘지식경영’과 같은 새로운 경영방법론을 들고 등장했다. 그리고 ‘비전경영’이니 ‘감성경영’이니 여러 가지 경영방법이 다양하고 복잡해진 현대 기업사에 우후죽순처럼 출현했다. 

 [일러스트=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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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되었건 간에 지난 수천 년의 시간을 통해 기업경영의 방식은 다양하게 진화하고 경영활동의 범주도 더 넓어진 것만은 분명하다. 다만 깊이 생각해야 할 것은 경영이라는 것이 인간의 의지와 전혀 무관하게 존재하거나 스스로 움직이는 ‘자연현상’과는 대조적으로 ‘인간이 의도적으로 하는 모든 활동’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경영활동은 인간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인 탓에 기업 경영자들은 자신들의 경영활동 하나하나가 때로는 사회나 국가적으로 미치는 영향 또한 상당하다는 점을 항상 각인해야 한다. 이런 이유를 들어 우리는, 우리 사회는 그 어느 때보다 ‘위대한 경영자’에 대해 더 갈망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떤 경영자가 위대한 경영자라 할 수 있을까.   

피터 드러커의 말을 빌리자면 ‘위대한 경영자’는 기초적인 이론은 잘 알되 이를 잘 활용하는 능력을 겸비한 사람이다. 아무리 훌륭한 의사라 하더라도 이론적인 체계 없이 민간요법에 의지해 환자를 수술하는 의사라면 병원을 찾은 환자들이 그를 불신할 수밖에 없는 이치와 같다. 

결국 어떤 경영을 펼칠 것인가에 대한 자신 만의 명확한 이론과 철학, 그리고 확신을 가지지 않고서는 위대한 경영자가 될 수 없다. 자신만의 경영철학을 현실 기업경영에 잘 적용만 해도 우리는 누구나 위대한 최고경영자로 평가받을 수 있다는 말이다. 


◆ 인문학에 몰려드는 CEO들... "인간 연구가 경영의 기본"


“갈수록 CEO 하기 힘들어지네요.”

작게는 국내, 크게는 전세계적으로 개방화 물결이 거세지면서 기업과 기업, 국가와 국가간 거래는 이미 거미줄처럼 얽혀져 있다. 그러다 보니 세계 경제에 영향력이 큰 특정 기업이나 국가가 한번 ‘휘청’거리기라도 한다면 그와 거래관계에 있는 수많은 나라의 기업들은 ‘도미노 현상’ 처럼 그 여파를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다.

‘내가 이끄는 기업 하나만 잘 운영하면 되겠지’하는 안이한 생각을 갖고서는 더 이상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다. 또한 기업 경영자들은 단순히 ‘이윤’만 챙기는 데 주력해서도 안된다. 많이 돈을 번 기업이 그 이익의 일부분을 사회에 환원하는지에 대해 똑똑해진 소비자들은 냉정히 평가한다.   

물론 사회를 위해 헌신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 굳이 소비자들의 눈치를 의식하는 차원이어서는 안되겠지만, 기업들의 ‘사회적 책임(CSR) 경영’에 대한 욕구 또한 점차 높아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몇 년 전 국내외 기업경영자들 사이에 인문학 열풍이 분 적 있다. 

매월 삼성경제연구소의 인문학 조찬 강좌 ‘메디치21’이 있는 날이면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 입구에선 아침 일찍부터 꼬리를 물고 늘어선 검정색 고급 승용차 행렬을 볼 수 있었다. 500여명에 가까운 CEO들이 인문학 강좌를 듣기 위해 몰려들기 때문인데, 수업료만 1000만원이 훌쩍 넘는 서울대 최고지도자 인문학 과정이나, 능률협회가 주관하는 ‘지혜의 향연’ 조찬회에도 이 같은 풍경이 어김없이 연출됐다.  

이는 정확한 과학 원리와 정밀한 계산 능력, 그리고 근면과 성실함만이 ‘기업 발전의 원동력’이라 믿어왔던 과거의 경영이념이 서서히 깨어지고 있음을 반영한다.    

경영자들의 인문학 ‘학습 열기’는 경영도 사람과 사람 사이에 이뤄지는 것인 만큼 ‘사람에 대한 관심’에서 출발하는 인문학을 통해 기업경영의 지혜와 근본 원리를 깨우치겠다는 행동으로 해석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독서광으로 알려진 빌 게이츠 전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은 “인문학 없이는 나도, 컴퓨터도 있을 수 없다”며 기업 경영에 있어 인문학의 가치를 높이 평가했고, 게이츠와 비견될 만한 ‘시대의 아이디어뱅크’인 스티브 잡스 전 애플 CEO도 새로운 아이디어가 필요할 때마다 윌리엄 블레이크의 시(詩)를 읽었다고 한다.

김진욱 뉴스캔 발행인
김진욱 뉴스캔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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