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평적 조직문화 옛말, MZ 일선 직원들 아이디어 적극 수렴해 사업 반영

[편집자 주]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사회적 반향이 뜨겁다. 비단 사회만이 아니다.  '재미'와 '간편함'을 추구하는 그들이 경제 전반에 걸쳐 소비와 트렌드의 주축으로 자리잡고 있다. 비록 소득은 적지만 과감한 레버리지(대출)로 자산 축적에 몰두한다. '영끌(영혼을 끌어모음)' 전략으로 주식과 암호화폐, 부동산의 판을 바꾸기도 했다. 직장 내에서는 '할 말은 하는' 당찬 샐러리맨이지만 집단주의보다는 개인주의를 선호한다. '꼰대'로 대비되는 기성세대와 각을 세우는 것 같지만 때로는 '뉴트로'에 열광하며 과거와의 대화에 나서기도 한다. 그야말로 지금은 'MZ시대'다. <뉴스캔>은 2023년 기획시리즈를 통해 생활 곳곳에서 MZ세대의 역할과 기대, 미래를 점쳐본다.

 [일러스트= 뉴스캔 이하나 기자]
 [일러스트=뉴스캔 이하나 기자]

[뉴스캔=박진용 기자] 최근 몇년 사이 직장내 문화를 관통한 최대 키워드는 단연 'MZ'(Millennial & Z Generation, 20·30세대)다. 이른바 MZ로 불리는 젊은 피가 미래사업과 시류를 주도하는 사내 주류로 급부상하면서, 이들과의 접점을 확대하려는 기업들의 시도가 잇따르고 있다.  

사업 기획부터 인사 채용까지 MZ 직원들의 사내 영향력이 급속도로 확대되면서 기업계 전반에 걸쳐 수평적 조직문화가 자리매김하는 모양새다. 유수의 글로벌 기업 CEO(최고경영자)들이 MZ 직원들과 직접 소통에 나서는가 하면, 기업 경영진과 MZ 직원들이 얼굴을 맞대고 소통하는 것이 일상이 됐다. 톱다운(top-down) 방식의 수직적 의사결정도 이제는 옛말이다. 

이는 기성 세대의 노하우와 안정감이 트렌드에 밝은 MZ의 창의성과 화학적 결합을 이뤘을 때 이윤 창출이라는 본연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기업들의 진취적 인식에서 비롯됐다는 평가다.


◆ 보수적 건설업계부터 재계 전반에 걸쳐 '친MZ' 문화 정착


사내 문화가 보수적이라고 정평이 난 건설업계에서부터 새 시류가 감지된다. 

롯데건설은 지난해부터 '주니어보드'(Junior Board)를 통해 MZ세대와의 근접 소통을 이어오고 있다. 이를 통해 MZ 직원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 업무 효율과 경영진-직원 간 소통방식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롯데건설에 따르면 20~30대 직원 15명 안팎으로 구성된 주니어보드는 해마다 기수를 바꿔가며 CEO 포함 회사 경영진과 온라인으로 직접 소통하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도 '엔지니어스 플레이그라운드'(Engineers Playground, 직원 놀이터)를 새 조직문화 코드로 설정하고 수평적 의사결정 문화 정착에 각별히 공을 들이고 있다. 실무진 구성원들 대부분이 MZ인 만큼, 일방적 소통이 아닌 자율과 협업에 의한 업무 구현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게 사측 설명이다. 

이 밖에도 회사를 메타버스 플랫폼인 '게더타운'에 구현해 MZ 사원들의 자율적 사내활동 참여와 의견 개진을 독려하고 있다. 게더타운은 최근 MZ의 관심이 높은 가상현실 체험을 소재로 사내 소통 창구를 넓히려는 현대엔지니어링의 노력 결실이라는 평가다.   

삼성, LG 등 재계 주요 기업들도 MZ와의 스킨십 확대 움직임이 뚜렷하다. 

삼성전자는 경영진과 MZ가 직접 소통하는 '밀레니얼 커미티(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부서별 임원진과 연차가 낮은 MZ 직원들 30여 명으로 구성된 위원회가 제품 기획 등에 대해 아이디어를 내고 회사는 이를 적극 반영하는 방식이다. 

롯데건설 박현철 부회장(가운데)과 주니어보드 3기 구성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롯데건설 제공]

LG화학도 역동적 사내 토론문화를 독려하는 차원에서 올해부터 '최고경영자 논의 테이블'(CEO Discussion Table)을 진행 중이다. MZ 등 실무진이 사업 전략 의사결정에 참여해 CEO, 임원 등 경영진과 의견을 나누는 자리다. 단순 사업 구상뿐만 아니라 부서별 현안과 애로사항 등 총체적 논의가 이뤄지는 소통의 장이다.

유통업계도 MZ 기용에 적극적이다. 주력 시장인 MZ 고객을 공략하기 위해 트렌드에 밝은 2030 직원 중심으로 팀을 꾸려 대응토록 하고 있다. MZ가 제품 구상부터 관련 콘텐츠 제작에 이르는 주요 업무를 주도적으로 이끌 수 있는 환경을 마련했다.   

현대백화점은 올 초 기업문화 전담팀인 '컬처랩'(culture-lab)을 신설했다. 1990년대생 저연차 직원 6명이 별도의 팀장이나 부서장 없이 자체적으로 사내 문화 개선점 등을 진단해 기업 회장에게 직보하는 별도 조직이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2019년부터 40세 미만 MZ 연구원들로 구성된 '밀레니얼 트렌드 테이블(MTT)' 조직을 일찌감치 정착시켰다. 젊은 피로 구성된 시장 조사팀을 운영해 시장상황 변화에 발빠르게 대응하기 위한 기업 차원의 조치다. 

아울러 롯데백화점은 지난해부터 신입사원 채용 시 면접관으로 3~5년차 MZ 직원들을 기용하고 있다. 동년배 신입 지망생들의 정서를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MZ 면접관 도입으로 채용 효율을 높이려는 취지다. 

저작권자 © 뉴스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