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임 연봉, 휴식·휴무 보장, 육아 지원 등 다각적 노력
'일과 삶 병행' 가능한 직장 이미지 부각으로 경쟁력↑

[편집자 주]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사회적 반향이 뜨겁다. 비단 사회만이 아니다.  '재미'와 '간편함'을 추구하는 그들이 경제 전반에 걸쳐 소비와 트렌드의 주축으로 자리잡고 있다. 비록 소득은 적지만 과감한 레버리지(대출)로 자산 축적에 몰두한다. '영끌(영혼을 끌어모음)' 전략으로 주식과 암호화폐, 부동산의 판을 바꾸기도 했다. 직장 내에서는 '할 말은 하는' 당찬 샐러리맨이지만 집단주의보다는 개인주의를 선호한다. '꼰대'로 대비되는 기성세대와 각을 세우는 것 같지만 때로는 '뉴트로'에 열광하며 과거와의 대화에 나서기도 한다. 그야말로 지금은 'MZ시대'다. <뉴스캔>은 2023년 기획시리즈를 통해 생활 곳곳에서 MZ세대의 역할과 기대, 미래를 점쳐본다.

 [일러스트=뉴스캔 이하나 기자]
 [일러스트=뉴스캔 이하나 기자]

[뉴스캔=박진용 기자] 기업계의 '근로자 중심' 경영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MZ(2030세대) 인재 영입을 도모함과 동시에 자사의 인적 자산 유출을 막기위한 이면 전략이기도 하다. 

특히 최근 삼성, SK, 한화 등 국내 유수의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치열한 청년층 우수인력 영입전이 전개되면서, 기업계 전반에 근로자 처우 개선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는 등 낙수효과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MZ의 경우 대체로 조직에 대한 헌신보다 개인의 삶과 목표의식, 경제적 보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보니 기성세대보다 이직에 유동적이다. 한 직장에서 오랜 경력을 유지하며 안정적인 사내 포지션을 가져가는 대신, 다양한 업무 이력을 쌓기 위해 도전적 이직을 마다하지 않는다. 급여,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등 개인-회사 간 이해관계가 맞지 않을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렇다 보니 기업계는 최근 유능한 청년 인재들을 유입시키거나 놓치지 않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는 모양새다. 합리적 급여체계를 산정하고, 근무 일수를 줄이는 등 파격적 조치를 단행하고 있는 것이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최근 워라밸을 보장하고 연봉을 상향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대표적으로 삼성전자는 23일부터 월 필수 근무시간을 채운 사무직 직원에 대해 매월 마지막 주 금요일에 휴일을 주는 이른바 '쉬는 금요일' 제도를 전격 시행한다. 이는 매월 1회씩 금, 토, 일 연휴를 보낼 수 있도록 직원들의 워라밸을 적극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사측에 따르면 이같은 근로제 도입은 최근 노사 임금 협의 과정에서 화두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삼성 근로자 대표 측은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도 육아 중인 직원들에 한해 일시적으로 '주 4일 근무제'를 요구한 바 있고, 사측은 이를 수용한 바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뉴스캔>에 "미혼인 직원들에게는 매월 한 번씩 3일 연휴를 보장해 주고, 자녀를 둔 직원들의 경우에는 육아 부담을 덜어주는 효과가 있다"라며 "종래에는 이같은 조치가 업무 효율과 사업 성과를 끌어올릴 것이란 판단에서 이같은 제도를 도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와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경쟁구도를 가져가고 있는 SK하이닉스도 지난해부터 '해피프라이데이'(행복 금요일)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일정 근로시간(2주 80시간)을 채운 직원에 한해 매월 3주차 금요일에 휴무를 적용하는 제도다. 물론 연차와는 무관하다.

이 밖에도 SK하이닉스는 초임 연봉과 성과급을 인상하는 등의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이는 삼성전자와 마찬가지로 최근 반도체업계 인력난이 심화되자 우수 인력을 보전, 유치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는 분석이다. 

최근 신종 사업으로 각광받고 있는 배터리 산업군에서도 인재 영입에 각별한 공을 들이고 있다. 신흥 분야의 경우 한정적인 전문 기술인력을 영입하기가 녹록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반대로 기존 인력이 퇴사하거나 이직하게 되면 그 공백을 메우기도 쉽지 않다.

LG엔솔이 오창 에너지플랜트 인근에 개원하는 사내 어린이집 내부 모습. [사진=LG엔솔 제공]
LG엔솔이 오창 에너지플랜트 인근에 개원하는 사내 어린이집 내부 모습. [사진=LG엔솔 제공]

이 때문에 LG에너지솔루션(LG엔솔)과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빅3'의 인재 영입전도 치열하다. 이들 3사는 신입 쟁탈전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초임을 업계 평균 이상으로 유지하고 있다. 또한 직원 휴식·휴무 보장, 육아 지원 등 사내복지 수준도 3사의 핵심 경쟁 코드가 됐다.   

LG엔솔은 올 초 서울 여의도 본사에 이어 최근 오창 에너지플랜트에 자체 어린이집을 개원했다. 해당 어린이집은 국내 최고 수준의 교사진과 시설을 갖췄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LG는 '육아 솔루션'의 일환으로 육아휴직 기간 확대, 난임 치료비 지원, 난임 휴직·입양 휴가제 도입 등도 시행 중이다.

SK온의 경우에도 육아 지원에 각별하다. 출산에 따른 각종 진료, 수술 등 의료비를 지원하고, 상사 결제 없이 자유롭게 출퇴근 및 휴가를 쓸 수 있도록 해 공동 육아에 대한 부담을 대폭 줄여주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MZ 인재 영입전으로 시작된 국내 주요 기업들의 근로자 중심 경영이 이제는 하나의 문화로 정착되고 있다"면서 "일과 삶이 철저히 격리됐던 기존 근로문화가 그 반대로 바뀌는 변곡점을 맞았다고 볼 수 있다. 다만 대기업에 국한된 선진적 사내 문화에 그쳐서는 안 된다. 중소기업들도 이같은 근로자 혜택이 적용될 수 있도록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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