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쟁의·사용자 개념 확대, 파업 손배책임 제한 등
재계 "파업 일상화와 노사 양극화 부추길 수 있어"

 노란봉투법을 둘러싸고 재계와 노동계, 정부·여당과 야당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일러스트=뉴스캔 이하나 기자] 
 노란봉투법을 둘러싸고 재계와 노동계, 정부·여당과 야당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일러스트=뉴스캔 이하나 기자] 

[뉴스캔=박진용 기자]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개정안) 시행 여부를 놓고 재계와 노동계의 갈등 양상이 심화되고 있다. 해외 순방 중인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여부도 주요 관건이 됐다.

현재 여당인 국민의힘은 야권 주도로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은 노란봉투법에 대한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건의한다는 방침을 당론으로 정했고, 관련 정부부처인 고용노동부도 해외 순방 중인 윤 대통령의 귀국과 동시에 거부권 행사를 건의할 것으로 보인다.

노란봉투법은 ▲사용자(원청사) 개념 확대 ▲노동쟁의 대상 확대 ▲노조 손해배상책임 제한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는 원청사에 대한 하청 노조의 단체교섭권을 강화하는 한편, 노동쟁의 사유는 기존에 임금협상 등 이익분쟁으로 국한됐던 것을 각종 근로조건 등 제반 권리에 대한 분쟁으로 확대시킨 법안이다.

따라서 노란봉투법이 시행될 경우 노동계의 단체행동권이 대폭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재계는 강력한 우려를 내비치고 있다. 관련법안에 따르면 기업이 복수의 하청 노조에 대한 단체교섭 요구에 일일이 대응해야 하고, 단체교섭 세부사항도 대폭 늘어날 것으로 보여 재계는 노동쟁의에 매우 취약한 상황이 될 수 있다. 아울러 노동계 파업이 일상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산업현장의 공백도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반대로 노동계는 근로자들의 '노동 3권'을 보장해야 한다며 노란봉투법 즉각 시행을 촉구하고 있다. 그간 기업과의 교섭 행위를 통해 해소할 수 있는 사안의 범위가 제한적이었던 만큼, 단체행동권 강화를 통해 근로자들의 목소리를 더욱 크게 낼 수 있도록 관련법이 바뀌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양측 논리와 별개로,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단독 처리한 노란봉투법은 노사 양측 입장이나 합의점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노조 일변도' 법안이라는 점에서, 산업현장 생태계를 크게 왜곡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아울러 노동쟁의 권한의 비약적 확대로 인해 노사 합의가 아닌 파업이 일상화될 수 있고, 이는 국내 기업들의 경영 악화와 국가·경제적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병존한다.


◆ 노란봉투법, 3대 핵심 쟁점은


현행 노조법 제2조 5호에 따르면 노동쟁의는 '노동조합과 사용자 또는 사용자단체 간에 임금·근로시간·복지·해고 기타 대우 등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로 인하여 발생한 분쟁상태'로 규정돼 있다.

노란봉투법은 해당 조항에서 '결정'을 삭제, '근로조건에 관한' 노사 이견을 노동쟁의로 규정토록 했다. 이는 노조가 그간 노동쟁의에 나설 수 없었던 사용자의 단체교섭 거부나 부당행위 등의 사안을 노동쟁의의 대상으로 포함시키기 위한 것이다. 실제로 노란봉투법 제안서에도 해당 내용이 명시돼 있다.

아울러 사용자의 범위도 현행법상 '사업주, 사업의 경영담당자 또는 그 사업의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동하는 자'로 정의됐던 것이 '근로계약 체결의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하여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로 확대됐다. 이로써 하청 근로단체가 기업에 직접 단체교섭을 요구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이 밖에 노조 손해배상책임도 현행법은 노동쟁의에 참여한 자들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일괄적으로 물을 수 있도록 하고 있으나, 개정안은 손배 대상자에 대한 책임과 귀책사유를 개별적으로 규명토록 했다. 아울러 신원보증인은 손배 책임에서 제외될 수 있도록 하는 조항도 신설됐다. 

노란봉투법이 시행되면 기업은 노조 노동쟁의로 손해가 발생해도 파업 참여자 개개인의 귀책사유를 일일이 입증해야 하는 셈이다. 이에 재계는 노동쟁의 참가자들을 모두 특정하기도 쉽지 않을뿐더러, 귀책사유를 기업 측에서 입증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며 독소조항이라고 비판한다.


◆ "노란봉투법, 파업 일상화와 기업 경영권 침해 부추길 수 있어" 


이렇듯 쟁점 사안이 즐비한 노란봉투법이 전격 시행되면 노사 양극화와 파업 만연화를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 재계를 중심으로 빗발치는 상황이다. 또 일각에선 산업현장 곳곳이 파업에 따른 무법천지가 될 것이란 주장도 제기된다.

특히 노동쟁의 개념 확대로 인해 근로자 단체가 노사 간 대화가 아닌 파업을 통해 기존 권리를 넓히려는 시도에 나설 수 있다는 게 재계가 우려하는 바다. 법적으로는 자력구제가 인정되는 셈이다. 이로써 파업이 만연해지는 것은 당연 수순이라는 것이다.

기업계 한 관계자는 <뉴스캔>과의 통화에서 "현행법상 권리분쟁에 해당하는 사안들은 법적 판단이 이뤄져야 하는 부분인데, 권리분쟁이 합법화되면 임금협상에 더해 각종 인사 조치, 조직 개편 등도 노동쟁의 대상이 되면서 경영권이 침해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시 말해 해고 조치나 구조조정까지 파업 대상이 된다는 뜻이다. '근로조건에 관한'이라는 문구가 독소조항 소지가 다분한 게, 앞서 말한 부분에 더해 사내 복지 등 근로환경에 관한 제반사항들이 모두 파업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여기에 노동쟁의 개념이 확대될 경우 임단협 등 단체교섭 행위와 무관하게 상시적 파업이 가능하다는 점도 기업들이 걱정을 내비치는 지점이다. 또 재계에 따르면 사용자 개념 확대로 하도급 업체들이 각각의 이해관계에 따라 원청사를 대상으로 직접 단체교섭을 요구하거나 파업 단행이 가능해지는 만큼, 산업현장에 극심한 혼란을 불러 올 수 있다는 문제제기도 엄존한다.

결국 재계는 노란봉투법 원안이 이대로 시행된다면 '파업 만능주의'가 만연하게 되고, 그에 따른 산업현장 셧다운을 비롯해 '파업 갑질' 성행, 기업의 경영 악화 등의 역효과와 피해가 오롯이 국민들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꼽는다. 

게다가 이미 현행법상 노조 파업 시 직장점거가 법적으로 허용되고 있는 데다, 대체근로마저 불가해 노란봉투법 시행 시 기업계가 사면초가에 놓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 미국, 독일, 영국, 프랑스 등 해외 선진국들은 파업 시 직장점거를 법적으로 불허하고 있고, 파업에 다른 대체근로는 허용하고 있다. 

저작권자 © 뉴스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