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9일 사면심사위원회서 경제인들 특사 여부 심사
이중근 부영그룹 창업주, '삼성맨' 최지성·장충기 등 거론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 [사진=부영그룹 제공]
이중근 부영그룹 전 회장. [사진=부영그룹 제공]

[뉴스캔=박진용 기자] 법무부가 오는 9일 사면심사위원회를 열고 8.15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자 전면 심사에 들어간다. 지난 특사에서는 김경수 전 경남지사 등 정계 인사들이 주요 대상이었던 만큼,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세 번째로 이뤄지는 이번 특사 명단에는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됐던 재계 인사들이 대거 포함될 전망이다. 

8일 법조계와 재계 등에 따르면 법무부는 오는 9일 과천청사에서 사면심사위를 열고 광복절 특사 및 복권 요청 대상자를 심사할 예정이다.

사면 심사위는 위원장을 맡고 있는 한동훈 법무장관을 비롯해 이노공 차관, 신자용 검찰국장, 김선화 대검찰청 공판송무부장 등 9명으로 구성된다. 현행 사면법상 법무장관이 위원장을 맡는 사면심사위 심사가 이뤄지면, 특사·감형·복권 대상이 담긴 사면안은 대통령에게 상신되는 절차를 거치게 된다. 최종 결정권자는 대통령으로, 해당 사면안을 최종 재가하는 것도 대통령 고유 권한이다. 

올해 이뤄진 신년 특사에서는 이명박 전 대통령, 김경수 전 경남지사,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국정농단에 연루된 안봉근·이재만·정호근 전 청와대 비서관 등 정계 인사들이 각각 사면됐다.  

그에 앞서 지난해 8.15 광복절 특사에서는 국가경제를 견인하고 있는 대기업 총수들에 대한 대대적 사면이 이뤄진 바 있다. 당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장세주 동국제강그룹 회장,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 등이 주요 대상이었다.

글로벌 경기 침체 흐름 속에서 대기업의 리더십 공백이 장기화할 경우 여파 등을 우려한 재계의 목소리를 반영한 처사다. 다만 이 때부터 지난 신년 특사까지 과거 국정농단에 연루된 재계 인사들 상당수가 배제됐었다. 

이에 올해 광복절 특사 만큼은 그간 사면 리스트에서 배제됐던 인물들이 대거 포함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현재 정관계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이들 재계 인사들에 대한 특사 가능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尹정부 3번째 특사 리스트에 포함될 재계 인사들 누구?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사진=금호석유화학 제공]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사진=금호석유화학 제공]

재계에 따르면 이번 광복절 특사 대상으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인물은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등이다.

경제계도 이들에 대한 사면을 적극 건의하기 위해 발빠른 움직임에 나섰다. 대한상공회의소,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6개 경제협력체는 이들 기업인의 특사 또는 복권을 공식 건의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자체적으로 사면 대상 재계 인사들에 대한 건의서를 취합한 것으로 전해진다.

대한상공회의소 한 관계자는 이날 <뉴스캔>과의 통화에서 "현재 이중근·박찬구·이호진 회장 등 전·현직 회장의 특별사면을 정부에 청원하기 위한 건의서를 취합했다"고 밝히며 "이들은 지난해 특사 유력 대상으로 지목된 바 있으나, 결국 리스트에 포함되지 않았다. 기업계 경영 정상화를 위해서라도 이번 광복절 특사 만큼은 재계 인사들에 대한 정부 선처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게 우리 경제계 단체들이 요구하는 바"라고 강조했다.  

경제협력체가 한 목소리로 정부에 이같은 청원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법무부도 경제인 특사 여부를 더욱 유심히 들여다 볼 것으로 보인다.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은 횡령 등의 혐의로 지난 2018년 2월 구속돼 2020년 8월 대법원에서 징역 2년 6개월, 벌금 1억 원을 선고받은 바 있다. 이후 지난 2021년 가석방으로 출소한 데 이어 지난해 3월 형기가 만료됐다. 그러나 현행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5년 취업제한 규제로 인해 현재 일선 경영에 나서지 못하는 형편이다.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은 지난 2018년 11월 배임 혐의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형을 선고받았다. 이후 2019년 3월 금호석유화학 대표이사로 취임했으나, 취업제한 규정 위반으로 경고를 받으며 실질적 경영권을 내려놓은 채 명예회장 직만 유지하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은 지난해 전기차·바이오·친환경소재 등 미래 사업군에 향후 5년 동안 6조 원가량을 투자한다는 신사업 비전을 내놓은 바 있다. 이렇다 보니 박 회장의 복권을 통한 신사업 동력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다.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은 2019년 배임·횡령 혐의로 징역 3년형을 받았다. 3년 형기를 다 채우고 지난 2021년 만기 출소했지만 취업제한 규제에 경영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태광그룹에 따르면 이 전 회장은 현재 간암 등 지병을 앓고 있어 치료 및 재활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태광그룹 또한 향후 10년 동안 석유·섬유·금융사업 부문에 총 12조 원을 투자하는 한편, 7000여 명을 신규 채용한다는 방침을 내놓은 가운데 재계 안팎에선 이 전 회장의 복권으로 경영 정상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무엇보다 이들 재계 총수들의 복권이 이뤄질 경우 경영권 승계 작업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재계 총수들의 현실경영 복귀 만큼이나 경영 승계를 통한 기업 경영권 안정화도 중요시되기 때문.    

한편 특사의 경우 형 선고 효력이 사라지는 만큼, 동시 복권이 이뤄지는 사례가 많다. 만약 이들이 사면·복권으로 경영 일선으로 돌아가게 된다면 기업 내 주요 현안에 대한 의사결정에 물꼬가 트이게 되는 만큼, 그룹 내부 살림은 물론 신사업 투자에도 속도가 붙게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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