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8월 총회서 신임 회장, 단체명 변경 등 주요 안건 의결
'미국통' 류진 풍산그룹 회장, 전경련 차기 회장으로 유력시
삼성·SK·현대차·LG 재합류 여부, 전경련 위상 회복 최대 관건

 오는 8월 최종 선임을 앞두고 전경련의 차기 회장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여의도 전경련 사옥. [그래픽= 박진용 기자]
 오는 8월 최종 선임을 앞두고 전경련의 차기 회장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여의도 전경련 사옥. [그래픽= 박진용 기자]

[뉴스캔=박진용 기자] 재계를 대변해 온 경제단체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오는 8월 새 회장을 선출하는 데 이어, 설립 이후 60여 년 만에 설립 초기 단체명인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으로 바꾸며 위상 제고에 나선다.

아울러 지난 2016년 '국정농단 사태'로 전경련을 탈퇴한 삼성·SK·현대차·LG 등 4대 그룹이 이를 계기로 전경련과 다시 손을 맞잡을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이들 4대 그룹의 재합류 여부에 따라 '재계 맏형'으로 불리는 전경련의 위상 회복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것이란 분석이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전경련은 오는 8월 총회를 갖고 신임 회장 선임, 단체명 변경, 협회 산하 싱크탱크인 한국경제인연구원(한경연) 흡수 통합 등 주요 안건을 논의·의결할 계획이다. 

2016년 국정농단 사태로 인한 4대 그룹 탈퇴와 문재인 정부 시절 '적폐' 꼬리표에 따른 위상 추락까지, 과거 재계를 호령했던 국내 최대 경제인 단체가 지난 7년간 겪은 파고는 높고 거세다. 그런 전경련이 오는 8월 중대 분수령을 맞았다. 리더십과 단체명을 새롭게 단장하며 수년간의 부침을 털어내고 단체 위상이라는 측면에서 '퀀텀 점프'를 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다만 전경련의 재도약에는 재계를 주도하고 있는 4대 그룹의 협조라는 필요충분조건이 뒤따른다. 삼성·SK·현대차·LG이 향후 전경련의 혁신 행보에 어떤 제스처를 보낼지도 주요 관건이다.      

류진 풍산그룹 회장 [사진=풍산그룹 제공]
류진 풍산그룹 회장 [사진=풍산그룹 제공]

'김병준 대행체제' 전경련, 차기 회장 유력 후보는 


현재 전경련은 허창수 전 회장이 사퇴한 이후 '김병준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김 직무대행은 정계 출신임에도 단체 쇄신 등에 적합한 인물로 지목되며 지난 2월 전경련을 맡게 됐다. 임기 초 정치권 인사가 경제 단체를 이끄는 데 대한 우려와 잡음이 돌출됐으나, 지난 6개월간 전경련의 경영 정상화와 체제 전환 기틀을 마련하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다. 김 직무대행의 임기는 다가오는 8월 22일이다. 

김병준 체제의 뒤를 이을 후임 회장으로는 현재 미국 정·재계와 두터운 네트워크를 보유했다고 평가되는 류진 풍산그룹 회장이 유력하게 지목된다. 

재계에 따르면 현재 미국과의 원만한 외교 노선과는 별개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반도체법 활성화 등 미국의 자국우선주의가 팽배한 만큼 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내 기업계로선 허들이 적잖은 실정이다.

이렇다 보니 국내 반도체·전기차·이차전지 기업들이 해외 최대 시장인 미국으로의 진출 확대를 도모하는 흐름 속에 소위 '미국통'으로 불리는 류 회장의 역할론이 부각되고 있는 것. 이는 미국향 외교·통상 채널 확대를 위해 유관계 인사들을 적극 영입하고 있는 국내 주요 기업들의 이해관계와도 맞물린다. 

실제로 류 회장은 미국 의회를 양분하고 있는 민주당, 공화당 인사들과 두루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한미 양국 정·재계의 가교 역할을 맡아왔다. 지난 2008년 류 회장이 태국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게 미국 콜린 파월 전 장관을 소개해 준 것이 대표적 사례다. 지난 2009년 전경련 제주 포럼에서는 류 회장의 초청으로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포럼 연사로 나선 바도 있다. 류 회장은 평소 부시 전 대통령 일가와 각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울러 류 회장은 전경련과의 오랜 인연으로도 부각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01년부터 전경련 부회장단으로 활동해왔고, 지난 2월에는 전경련 부회장으로 전격 선임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을 순방했을 당시에도 전경 한미재계회의 7대 위원장 자격으로 경제사절단에 포함돼 IRA와 반도체법 시행에 대한 국내 기업계의 목소리를 전한 바 있다.

다만 현재 전경련은 "아직 정해진 바 없다"라며 류 회장의 차기 회장 발탁설에 대해 함구하고 있지만 재계에선 류 회장의 취임 가능성을 높게 보는 것이 중론이다.


4대 그룹의 전경련 재합류 여부는


전경련이 차기 회장 선출과 더불어 가장 촉각을 세우고 있는 부분은 바로 지난 2016년 회원사 탈퇴로 거리가 멀어진 삼성·SK·현대차·LG 등 4대 그룹과의 재결속 여부다.

전경련은 8월 총회를 기해 협회 위상 회복에 방점을 둔다는 방침이다. 이 단체는 전임 정부 5년 동안 박근혜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된 '적폐 단체'로 규정돼 문재인 청와대가 주관한 각종 경제 행사 일체에서 배제되는 등 수모를 겪어야 했다.

특히 전경련으로선 국정농단 사태에 따른 4대 그룹 이탈이 가장 뼈아픈 대목이었다. 회원사 리스트에 국내 최대 기업들이 빠진 만큼, 전경련의 재계 내 입지와 위상도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반대로 전경련과 재계 대변 단체의 양대 축을 이뤘던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는 전 정부 시절 전경련의 빈자리를 채우며 빠르게 몸집을 불렸다. 이후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대한상의 수장으로 영입하며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는 평가다. 

다만 '친기업'을 표방한 윤석열 정부 출범은 곧 전경련의 부활 신호탄으로도 해석됐던 만큼, 4대 그룹의 전경련 재합류 가능성이 거론된다.

친정권 인사인 김병준 직무대행을 임시 수장으로 영입하게 된 것도 전경련에겐 호재가 됐다는 분석이다. 김 직무대행은 지난 대선 당시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상임위원장을 지냈고, 윤 대통령 취임 전에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장을 역임한 바 있어 현 정권의 '물밑 실세'로 통하는 인사다. 그런 그가 자신의 임기가 만료되는 8월 말까지 4대 그룹 복귀를 매듭짓겠다는 각오를 내비쳐 전경련과 4대 그룹의 재회 성사 여부에 재계의 이목이 쏠려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전경련과 적정거리를 뒀던 4대 그룹 총수들이 전경련 주관 행사에 모습을 내비치고 있다. 윤 대통령 해외 순방 시 전경련이 주관하는 경제사절단에도 삼성 이재용 회장, SK 최태원 회장, 현대차 정의선 회장, LG 구광모 회장이 꾸준히 참석하고 있다. 

이에 4대 그룹이 전경련에 친화적인 현 정부의 기조에 부응하는 차원에서 전경련과의 재회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SK 최태원 회장이 경쟁 단체인 대한상의 회장을 맡고 있고, 삼성 이재용 회장이 지난 2016년 국정농단 사태 여파로 옥고를 치른 만큼 이들 대기업이 전경련과 다시 손을 잡기까지는 시일이 소요될 것이란 전망도 엄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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