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실련 "검단 주차장 붕괴, LH 감리 부실과 전관특혜에서 비롯"
국토부 전수조사 결과 LH 발주 아파트 91곳 중 15곳 '부실시공'

LH 본사 사옥 전경 [사진=뉴스캔DB]
LH 본사 사옥 전경. [사진=뉴스캔DB]

[뉴스캔=박진용 기자]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지난 2021년 전·현직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 사태를 빚으며 도마에 오른 이후 또 다시 대형 악재가 터졌다. 원희룡 국토교통부가 공공주택 부실시공과 관련해 '현미경 실태조사'와 부정 사례에 대한 '엄단' 기조를 명확히 하고 있는 가운데, 과거 LH가 발주한 공공주택에서 부실시공 사례가 대거 적발되면서다.

특히 국토부 자체조사에서 공공주택 부실시공의 기저에 LH 직원들의 전관예우 특혜가 있었다는 정황이 포착됨에 따라, 이권 카르텔형 비리로 규정되면서 후폭풍이 거셀 전망이다. 건설분야 최대 공기관의 도덕적 해이에 대한 공분과 국민 신뢰도 추락은 물론, 문책성 인사와 사법 처분 등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지난달 30일 원희룡 국토장관은 '공공주택 긴급안전점검회의'에서 LH가 발주한 전국 아파트의 철근 누락 등 논란이 잇따르자 "국민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다 하겠다"며 허리를 숙였다. 아울러 원 장관은 공공주택 부실공사의 복마전으로 지목된 LH에 대해 "국민 심판대 위에 오르라"고 작심발언을 했다. 


◆ 철근 누락 사태가 단초... 공공주택 부실공사 '복마전'으로 


이날 국토부는 LH가 발주한 아파트 단지 91곳을 전수조사한 결과, 총 15곳이 인천 검단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사고와 유사한 부실시공이 이뤄졌다고 발표했다. 지난 4월 발생한 인천 검단 아파트 사고는 설계·시공 전반에 걸쳐 무량판 구조의 핵심인 철근(전단보강근)이 빠진 것이 원인이었다. LH가 발주한 15곳의 아파트도 이와 같은 문제점이 드러난 것. 

그 이튿날 윤석열 대통령도 "아파트 지하주차장 부실 공사에 대해 전수조사하고, 즉시 안전조치에 만전을 기하라"고 국토부에 특별지시를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인천 검단 아파트 사고가 LH의 '전관특혜'에서 비롯됐다며 실태조사와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서자 사태의 심각성은 더해지고 있다.

이에 원희룡 국토부가 올 하반기 주력 사업으로 '건설분야 이권 카르텔 척결'을 지목하며 LH에 대한 정부 차원의 후속 감사와 고발 조치가 예견된 상황이다. 이번 LH 사태가 검찰 수사 국면으로 확대될 경우 거대 파장이 예상된다.

LH는 지난 2009년 창립 이래 전례 없는 부침을 겪고 있다. 지난 2021년 부동산 시세 폭등으로 우려와 시름이 교차하는 와중에 LH 전·현직 직원들이 내부 정보를 활용해 대규모 땅 투기를 한 것으로 알려져 공분이 일었다. 이후 불과 2년 만에 또 다시 아파트 부실공사의 복마전으로 지목되면서 치명상을 입게 됐다는 평가다. 이에 LH 직원들에 대한 대대적 인적 개편 요구와 함께 일각에선 LH 해체론마저 분출하는 상황이다.


◆ 경실련 "검단 아파트 주차장 붕괴, LH 전관특혜 때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회원들이 31일 서울 종로구 감사원 앞에서 검단신도시 붕괴사고 관련 LH 전관특혜 실태 감사청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경실련 제공]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회원들이 31일 서울 종로구 감사원 앞에서 검단신도시 붕괴사고 관련 LH 전관특혜 실태 감사청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경실련 제공]

경실련이 LH의 '전관특혜'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이는 국토부 전수조사와 맞물려 LH 사태 규명의 단초가 됐다는 분석이다.

경실련은 지난달 31일 서울 종로구 감사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LH의 전관특혜 실태를 철저하게 조사해달라며 감사원에 감사 청구를 넣었다. 앞서 지난 4월 발생한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사고의 원인으로 LH의 전관특혜를 지목했다.

아울러 이같은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해 공공 발주기관의 권한에 상응하는 '법적 책임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성달 경실련 사무총장은 이날 "공공주택에서의 대형 안전사고는 2021년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 참사, 2022년 광주 서구 화정동 현대아이파크 붕괴 등에 이어 3년 연속 벌어지고 있다"며 "전관 영입업체가 용역을 맡은 설계, 감리에서 중대한 문제점이 발견됐는데도 전관특혜 관련 조사가 진행되지 않는 점은 좀처럼 이해하기 어렵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경실련은 LH가 전관 영입업체에게 용역사업을 몰아줬고, 해당 업체들은 검단 아파트 설계와 감리 등의 용역을 수주해 사고 원인을 제공했다고 지적했다.

이날 경실련이 공개한 '2015~2020년 설계용역 수의계약 및 건설사업관리용역 경쟁입찰 수주현황'(경실련·시사저널 공동분석)에 따르면 지난 7년 동안 LH가 수의계약으로 발주한 설계용역은 총 536건으로 계약금은 총 9484억 원에 이른다. 이 기간에 LH 전관 영입업체 47개는 전체 용역의 55.4%(297건), 총 계약금의 69.4%(6582억 원)를 수주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단 아파트도 LH 출신 직원이 종속된 설계업체와 감리업체가 공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경실련 관계자는 <뉴스캔>과의 통화에서 "LH가 용역업체들에 대한 감리를 철저히 했다면 검단 아파트 붕괴와 같은 사고는 없었을 것"이라며 "그에 앞서 LH가 전관 영입업체들과 어떤 방식으로 수의계약을 체결하게 됐는지 경위를 구체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조사당국에 제언했다.    

한편, LH는 공익감사에 적극 임하는 한편, 내부 비리가 적발된 사례에 대해선 고발조치 등으로 강력하게 대응한다는 방침이나 공직기강 해이와 사후약방문이란 비판 여론을 진정시키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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